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이 높은 추가 분담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1기 신도시 내 노후 아파트 단지를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하며 기대를 높였지만, 공사비 상승과 초고층 설계, 친환경 기준 강화 등이 주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분담금 부담을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지정된 단지는 ▲분당(1만 948가구) ▲일산(8912가구) ▲평촌(5460가구) ▲중동(5957가구) ▲산본(4620가구) 등 총 3만 5987가구에 이른다.
정부는 2027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요 변수인 ‘추가 분담금’ 문제가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 늘어가는 공사비...추가 분담금 최소 3억 원 예상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9월 기준 역대 최고치(130.45)를 기록하며, 4년 전보다 30% 이상 상승했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부터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건축 기준인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민간 아파트에 의무화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가구당 공사비가 약 130만 원가량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초고층 설계 역시 분담금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건축법상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m를 초과하는 건물은 초고층 건축물로 분류되며, 안전성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설계와 건축비가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지진과 바람에 견디기 위한 고강도 철근과 콘크리트, 내진 및 풍하중 설계, 고효율 엘리베이터 설치 등이 공사비를 대폭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는 주요 단지 중 대지 지분 여유가 있는 저층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낮은 분담금을 기대할 수 있지만, 최근 급등한 공사비와 초고층 개발 계획 등을 고려하면 평균 분담금은 3억 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 주민 이탈 우려…“분담금 부담 크면 다른 지역 이주”
높은 분담금으로 인해 일부 주민들은 인근 지역으로 이주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분당의 경우 서현역 등 역세권 지역은 주거 선호도가 여전히 높지만 과천, 판교, 서울 등 인근 지역의 가치 상승 가능성을 보고 이주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 교수는 "분담금으로 3억~4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면 일부 주민은 인근 과천이나 판교 혹은 서울 이주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며 “이들 지역은 일자리 증가와 교통 개선 등으로 더 큰 가치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분당의 경우 서현역 등 역세권을 중심으로 주거 선호도가 높고, 일부 단지는 여전히 ‘살기 좋은 동네’로 꼽히며 가치 유지를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향후 10년간 대규모 공사로 인한 생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 서울로 인구 집중, 신도시 노후화 우려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1기 신도시의 상대적 매력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도쿄 사례에서처럼 신도시가 노후화되며 젊은 층 유입이 줄고 고령화가 심화되는 현상이 분당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 교수는 “도쿄는 도심 용적률을 높이며 젊은 층을 끌어들였지만, 신도시는 노인 중심 주거지로 전락했다”며 “분당도 유사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분담금 산정·이주 대책 등 풀어야 할 숙제
정부는 2027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이주 대책과 분담금 산정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최 교수는 “분담금 산정이 본격화되면 주민들의 동의율이 급격히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재건축 사업을 서두르기보다는 주민 동의와 사업성을 동시에 고려한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