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면서도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부결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신문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한 마디로 ‘윤 대통령의 탄핵=이재명 정권의 탄생’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헌법 제68조 2항에는 ‘(대통령이)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돼 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그대로 결정되면 60일 후 대선이 치러지는데 이는 곧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선과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대표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공직선거법 등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 후 치러지는 대선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선처럼 이 대표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단 탄핵안은 부결시키고 개헌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방향으로 가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야당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노리는 포석이다.
한 대표는 지난 6일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 7일에는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피”라고 밝혔음에도 ‘탄핵’은 언급하지 않아 부결에 무게중심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내쫓은 지 8년이 지나, 오늘 또다시 우리가 어렵게 당선시킨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당 원내대표로서 온몸을 던져 대선 승리를 위해 뛰었던 저로서는 누구보다 참담하고 무거운 마음”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정통보수우파의 궤멸을 막고 수많은 애국시민들이 피땀 흘려 만들어온 이 당을 지켜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등을 역임함 김성태 전 의원도 “이번 사태에 대해선 반드시 법에 따른 준엄한 심판과 처벌이 있어야 역사에 제대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진실에 대한 정치적 심증만 가지고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진실과 거짓을 밝혀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 윤 대통령 탄핵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은 국정 혼란과 마비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는 것을 손 놓고 지켜보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날 국민의힘 의원 중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던 조경태 의원도 이날 윤 대통령 담화 발표 이후 반대로 선회했다.
조 의원은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 뜻을 따르기로 결정했다”며 “조기 퇴진에 대한 로드맵을 빨리 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차기 대선 시기다.
윤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해 오는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대선을 함께 실시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1년 넘게 남아 여론이 반발이 만만치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등의 2심과 대법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중순 이후 즉 하반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니온다.
이처럼 윤 대통령과 여당이 탄핵 혹은 자진 하야가 아닌 ‘임기 단축 등을 통한 조기 퇴진’으로 초점을 맞춤에 따라 ‘탄핵 혹은 즉각 사퇴’를 주장하는 야당과 사생결단식 충돌이 계속될 전망이다.
[ 경기신문 = 김재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