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에서 주택을 매도한 사람 10명 중 3명이 10년 이상 장기간 보유해 온 주택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출 규제 등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매도자들이 조금이라도 제값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16일 직방이 등기정보광장의 서울 집합건물 매도인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년 초과 주택을 보유한 후 매도에 나선 비중이 11월 서울 30.5%로 2021년 9월(30.7%) 이후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11월 총 8567명(2024.12.11기준)이 서울 집합건물을 매도한 가운데 이 중 10년 초과 보유 매도자는 2613명이다.
서울 장기 보유 매도자 비중은 올해 월간 27%~28% 비중을 차지하며 큰 등락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스트레스 DSR 2단계가 9월부터 시행됐고, 가계대출 강화에 대출규제 등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면서 매수인의 관망세가 짙어졌다. 2024년 상승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값은 4분기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10년 넘게 주택을 보유한 장기 보유자들 입장에선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 조금이라도 빨리 팔자라는 심리가 작용하며 매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세부 보유기간별로는 10년 초과 15년 이하 보유 매도자가 1005명(38%)으로 가장 많았다. 2010~2014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겪었던 와중에 주택을 매수한 이들이다.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3883만 원/3.3㎡, 2024년 12월)은 10년 전인 2014년 12월(1457만 원/3.3㎡)보다 2배 이상 높다. 그 다음으로는 20년 초과 보유한 매도자가 827명(32%), 15년 초과 20년 이하 보유한 매도자가 781명(30%)이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8.1%, 212명), 강남구(7.8%, 203명), 서초구(6.9%, 180명)가 장기 보유 매도자 비중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지역은 갈아타기 수요가 꾸준한 곳으로, 장기 보유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매물로 내놓은 주택들이 거래된 것으로 보인다. 노원구(6.8%, 178명)와 마포구(6.0%, 158명)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한국은행이 두 번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대출규제 기조가 여전히 강해 사그라든 매수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수출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경기전망이 좋지 못한 가운데 최근에는 정국 혼란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 주택 매수심리가 얼어붙어 장단기 보유 관계없이 당분간 거래시장의 위축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