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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 주소가 세계로 향하는 첫 단추, 표준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고 가장 먼저 실시한 것은 바로 ‘도량형의 통일’이었다. 물물교환이나 상거래를 약속하는 기본 단위이자 조세와 공납의 가장 기초가 되는 제도였기에, 통일된 국가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표준’이었던 것이다. 당시 이러한 표준을 소유하고 관리한다는 것은 바로 왕의 권위이자 권력의 상징이었다. 고구려가 한 때 동남아시아의 최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막강한 군사력과 더불어, 고구려의 실정에 맞게 독자적으로 제작하여 활용한 35.6㎝의 자(척)인‘고구려척’에 의한 경제적 영향력이었다. ‘고구려척’은 토지측량과 건축뿐 아니라, 일본에까지 전파되어 주변국 상거래의 기준이 되어 고구려의 권력을 확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우리 일상의 무수히 많은 곳에도 표준은 녹아있다. 전 세계에서 하루 몇 만 장이 소비되고 있는 종이인 A4용지, 국제표준화기구인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ISO)가 210×297㎝로 규격을 제정한 A4용지는 종이를 자르는 과정에서 가로, 세로의 비율을 유지해 종이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치를 표준화한 것이다. 자르는 과정을 몇 번 반복했는지에 따라 용지의 규격과 명칭이 정해지고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표준규격은 종이의 생산뿐 아니라 인쇄기와 복사기의 생산·유통·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개발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세계 여러 국가와 기업에서는 선제적으로 ‘표준’을 만들고 준수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정부는 2014년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도로명주소를 주소체계 국제 ‘표준’의 일부로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세계 주소의 표준은 어떻게 적용되는 걸까? 나라별 도시형성의 역사와 환경이 달라 세계가 하나의 통일된 주소를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는 주소체계 우수 국가의 주소 부여 방식을 우수사례로 표준화함으로써 주소체계가 아직 미흡한 국가에서 이를 참조할 수 있게 하였다.

 

우리나라는 2014년 도로명주소 전면 사용 이후, 건물에 사용하는 주소 외에 사물주소(시설물)와 공간주소(공터, 산지, 지역)를 도입해 다른 국가보다 촘촘한 주소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필요한 장소에 도로명판, 건물번호판, 사물번호판, 기초번호판, 국가 지점번호판 등을 설치·확장하여 건물이 없는 도로, 공터, 등산로 등에서도 위치 확인이 가능하게 해 어디서나 가능한 위치표시, 입체적 이동경로 구축에 따른 개별주소 부여, 전자지도의 실시간 갱신, 공급체계 구축, 탁월한 위치 예측성 등의 내용으로 2023년에 앞서 언급한, 국제표준(ISO 19160-2)에 ‘실세계 주소부여 및 유지관리’ 분야의 우수사례로 반영되었다. 이는 제대로 된 주소체계를 갖추지 못한 여러 해외원조 수원국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으며, 국제적 디지털 정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국형 주소정책이 세계 산업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2017년부터 ‘표준개발협력기관’으로 선정되어 공간정보 분야 표준 도입, 개발, 국제 표준화 활동 등을 수행하며 국가 공간정보의 표준화 정책을 지원하고 있으며, 주소정보활용지원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주소정보 표준화에 대한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2024년에는 모빌리티와 연계한 주소정보 데이터 모델을 표준에 반영하여, 주소가 산업화에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기반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표준화는 대량 생산과 국제무역이 활성화되어 있는 오늘날 모든 기술과 체계·서비스 모델의 연구 개발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건이다. 이에 정부는 국제표준에 한국형 주소체계를 반영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실증과 홍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택배 등 물류업, 내비게이션과 같은 지도 분야, 공간정보 시스템 구축 등 위치정보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해외 진출 시에도 한국형 주소체계의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다가올 미래는 전 인류와 사물이 함께 연결되어 공존하는 세상일 것이다. 사람뿐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 산업 분야와도 주소테이터를 위치정보로 연계·활용하여 상호 운용성을 높이게 되면, 물류산업 성장, 지역 경제 동향 분석 등 산업계에서도 매우 유용한 공적 자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화를 거듭해 세계와 사물을 연결하는 데이터를 꿈꾸고 있는 ‘대한민국 주소’, 세계와 미래로 향하는 그 첫걸음의 열쇠가 바로 ‘표준’이다.

 

[ 최진무 경희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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