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도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돌아보니 우리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산업의 위기와 저널리즘의 도전은 계속됐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언론 역시 올해는 인공지능(AI)으로 시작해 AI로 끝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산업과 저널리즘에서 다른 중요한 이슈와 현상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AI가 이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삼켜 버렸다. 언론을 변화시킬 AI에 대한 관심과 집중은 이해되지만 너무 과도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지금으로서는 향후 몇 년 동안 우리 언론에 대한 화두는 AI가 중심을 이룰 것이 분명하다. 이로써 정작 다뤄야 할 그 무엇을 계속 놓쳐 우리 언론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올해 우리 언론산업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여러 경영 관련 지표가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오르며 잠시 개선되는 것처럼 보였던 착시 효과가 사라졌다. 언론매체의 이용률은 팬데믹 이전 하락 추세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 광고 수익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그 기울기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언론산업의 구조 개편이 진즉 해결책으로 제시됐지만 여러 현실이 걸림돌이다. 그 사이 여러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여러 언론사가 매물로 나와 있다는 풍문이 있다. 광고 수익의 급감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져 있다는 언론사가 여럿이다. 다른 산업 분야로 전직했다는 언론인의 소식도 많이 들린다. 당장 내년의 생존을 걱정하는 언론사가 한둘이 아니다.
올해 우리 저널리즘은 여러 도전을 받았다. 정치권과의 갈등은 일상이었다. 여러 규제가 저널리즘 행위를 위축시키기도 했다. 사회적 갈등 상황이 심화되면서 이용이 크게 증가한 허위조작정보와 싸웠으며, 이러한 정보의 온상이라는 비판과 오해도 있었다. 더욱 정교해진 유사 저널리즘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뉴스 회피 현상의 심화가 확인됐다. 저널리즘의 상업성 논란이 계속됐다. 사회적 양극화를 조장하는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 역시 여전했다. 각종 저널리즘 관련 지표 역시 개선되지 않았으며, 특히 저널리즘 신뢰 회복은 여전히 더뎠다. 하지만 최근 정국에서의 활약처럼 우리 사회에서 저널리즘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확인시키는 장면이 적지 않았다. 시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킨 보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저널리즘 윤리를 회복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2025년에 우리 언론산업과 저널리즘이 극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올해보다 더욱 어려운 현실을 맞닥트린 게 된다는 것은 예정된 미래다. AI가 우리 언론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은 무책임하다. AI는 언론산업과 저널리즘에만 특화된 기술이 아니다. 사회 전반의 기축 기술로서 작동한다. AI에 가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2025년에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산업으로서 언론 분야의 지속성 확보와 저널리즘 원칙의 언론 현장 구현이다. 우리 언론은 매년 동안이나 같은 숙제를 받아왔다. 이 숙제는 시민과 사회가 던진 것이다. 해결을 위해 시민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