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에 충실해야 한다"며 새해 최우선 과제로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 역량 확보’를 꼽았다.
함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하나금융그룹이 출범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로, 지난 20년간 우리는 금융의 모든 업권을 아우르는 14개 자회사와 전세계 26개 지역 221개 네트워크를 보유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해왔다”며 “지금 우리는 이러한 성과를 발판삼아 백년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짚었다.
이어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조화롭게 실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필요한 최우선 과제는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산 규모의 성장, 포트폴리오의 확장이 이뤄진 만큼이나 우리의 내실과 역량도 함께 성장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비우호적인 시장 여건을 탓하거나, 회사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낮은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을 당연시하는 인식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룹의 인수합병(M&A)과 관련해서도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수단이 아니라 그룹 포트폴리오에서 효율적인 자본 배분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어야 한다“며 "자생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M&A는 불필요할 뿐 아니라 조직에 심각한 부담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한 함 회장은 ‘사자와 가젤’을 언급하며 절박한 심정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아침이 오면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늦게 뛰면 잡아 먹힌다는 것을 알기에 사력을 다해 뛰기 시작하고, 잠에서 깨어난 사자는 가장 느린 가젤보다 빨리 뛰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뛰기 시작한다”며 “현재의 위기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그 누구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달려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대내외 환경 불확실성 증대, 인구 고령화와 저출생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가 맞물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전략이나 단기적 해결책보다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흔들리지 않는 기초체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본연의 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강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부족한 손님기반 확보, 철저한 리스크 관리, 엄격한 내부통제, 효율적인 비용집행을 통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혼란스러운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역·국가별로 맞춤형 전략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사업영역의 확장과 더불어 비은행부문의 동반 진출을 통해 수익 기반을 다양화해야 한다”며 “미래금융과 기술혁신에 대한 경쟁력 강화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렌드 변화에 주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최근 미국에서 가상자산 규제가 완화되고 제도가 활성화되는 기류를 고려해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열린 시각을 가지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그룹 안팎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당부했다. 함 회장은 “단기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이기보다는 그룹 전체의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해 비은행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