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시중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재개하고 나섰지만 금리는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세로 인해 원가에 해당하는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금융당국이 여전히 고삐를 강하게 죄고 있어 가산금리를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3일 기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3.46~5.96%다. 이는 한 달 전(연 3.4~5.85%)보다 상단과 하단이 각각 0.06%포인트(p), 0.11%p 상승한 것으로, 최고 금리가 6%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가 높은 이유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때문이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6%까지 치솟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금리가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 기준인 은행채 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년 만기 은행채(AAA·무보증) 평균 금리는 지난달 9일 연 2.889%에서 26일 연 3.149%로 올랐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보다 시장금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대출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려도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새해 들어 은행권이 대출 한도를 확대하고 비대면 대출 창구를 여는 등 영업을 재개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금리 인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올해도 대출 증가세를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들이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인위적으로 올렸던 가산금리도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은행별 대출 목표치를 월별·분기별로 관리하며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대출 증가세를 조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금리를 낮추는 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새해 들어 일부 대출 규제가 해제됐지만, 금융당국의 페널티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산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강한 규제와 시장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시중은행의 ‘눈치게임’이 이어지고 있다. 금리가 하락해도 그 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