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분양 주택 증가로 국내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급증하는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파격적인 마케팅 경쟁에 나서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5146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말(1만 7710가구) 대비 267.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이른바 ‘악성 미분양’은 1만 8644가구로, 4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분양 증가는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분양불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미분양이 발생하면 선투입한 공사비를 회수하기 어려워 자금 유동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는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건설 경기 침체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시공능력평가 58위 신동아건설은 미분양 여파로 자금난을 겪으며 지난 6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와 ‘신진주역세권 타운하우스’ 등 주요 분양 사업장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지난달 말 만기가 도래한 60억 원의 어음을 막지 못한 결과다.
이에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마케팅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고액의 축하금 지급, 명품 경품 제공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가 하면, 환매조건부 분양과 같은 새로운 방식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구 남구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2차’는 계약자에게 2000만 원 상당의 축하금과 600만 원 상당의 골드바를 제공하고 있다. 평택 ‘평택 푸르지오 센터파인’은 500만 원의 계약 축하금과 함께 추첨으로 자동차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그란츠리버파크’는 계약자 추첨을 통해 고가의 명품 가방을 제공하고, 서초구 ‘지젤 라이프그라피 서초’는 입주시점에 분양가가 하락할 경우 사업주가 다시 매수해주는 환매조건부 분양 방식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의 손실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열된 마케팅이 시장 불안을 가중하고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과도한 경쟁은 단기적으로는 미분양 해소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건설사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