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힘 없는 시가 어둠을 뚫는 빛처럼 밝힐 때 나는 다시 태어나리/ 나의 힘 없는 말이 밤하늘 별처럼 지상을 비출 때 나는 다시 노래하리”(넘버 ‘어제의 시, 내일의 노래’ 中)
김소월의 시가 아름다운 노래로 다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민족을 어루만지고 희망을 얘기한 그의 시는 서정적이면서 올곧다. 임을 사랑해 떠나보내면서도 그의 행복을 빈 진달래꽃에서 감정은 격정적이면서 때로는 처연하다. 암울한 시기 마음의 등불처럼 민족의 혼을 달래던 시들은 지금까지 우리의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김소월의 시를 소재로 한 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가 공연 중이다. 창작 초연으로, 김소월의 시를 모티브로 독립군의 독립운동을 그려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으로 그 의미가 깊다. 또 올해는 김소월 시인의 시집 ‘진달래꽃’이 발간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로 그의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극은 일제의 조선어 말살이 극에 달하고 있는 1935년 경성, 김소월의 시를 붙이고 다니는 ‘하얀 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김소월의 시에 일본 경찰들은 ‘하얀 달’ 수색에 혈안이 되어 있지만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한편, 동경의 관동대지진 이후에 벌어진 조선인 학살을 목격하고 귀국한 ‘정익’은 죽은 친구의 형인 우혁을 만나고 신문사 ‘먼데이경성’을 이끈다. 총이 아닌 글로 독립운동을 하겠다는 일념하에 뭉친 ‘우혁’, ‘희수’, ‘동현’, ‘언희’는 심해지는 일본 경찰의 검열 아래 신문을 만든다.
시를 써 신문에 실은 ‘정익’은 ‘하얀 달’이라는 의심을 받게 되고 ‘동현’의 희생으로 그들은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에 나선다.
일본의 조선어 말살 정책에 김소월의 시는 더욱 빛나고 아프다. 뒷산의 풀과 꽃, 사랑하는 임과 나누던 다정한 얘기, 졸졸 흐르던 시냇물, 동그랗게 떠오르는 흰 달이 우리의 정서를 대변하며 일본의 탄압에 스러져간 우리 민족의 아픔을 떠오르게 한다.
굽히지 않는 정신과 말과 글이 가진 힘으로 독립운동을 이어간 우리 민족에 애국심은 커진다. 독립군의 저항과 희생, 사명감과 정의감으로 뜨거운 감동을 일으킨다. 극의 줄거리가 일제와 독립군의 대립으로 긴장감을 유발하며 주인공 정익의 서사에 함께 비장함과 장엄함이 커진다.
독립운동의 모습과 함께 서정적인 김소월의 시가 부각돼 아름답다. 넘버도 김소월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된 것으로, 시를 작품과 연결해 극의 장면들을 설명한다. 시의 연과 행을 고려해 작사해 운율과 호흡이 잘 어우러진다. 압축된 시적 언어를 복합적인 주인공들의 감정과 연결시켜 감성적으로 다가간다.
일본 경찰 ‘유치키’가 더 악랄하지 않고 한일 혼혈 인물인 ‘언희’가 마음을 다잡는 과정이 다소 약하지만 몽글몽글한 김소월의 시를 노래로 읊는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배우들의 결의에 찬 연기도 강점이다.
뮤지컬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는 26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