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형 아파트(전용 135㎡ 이상) 매매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중소형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둔화되며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과 아파트 시장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3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서울 대형 아파트 매매 가격지수는 106.6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06.4보다 0.2포인트 상승한 값이며, 2013년 3월(65.6) 조사 이래 역대 최고치이다.
특히 서울에서도 강남권(강남 11개구)의 대형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가장 높았다. 강남11개구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용산구, 성동구, 노원구, 마포구, 양천구, 영등포구, 강서구)의 대형 아파트 가격지수는 107.4로 전국 및 서울 평균을 상회했다.
2024년 12월 107.2를 기록했던 강남권 대형 아파트 가격지수는 2025년 1월 107.4로 소폭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반면 강북 14개구의 대형 아파트 가격지수는 104.3으로, 강남권과 약 3.1포인트 차이를 보이며 강남과 강북 간 가격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세금 부담 증가와 대출 규제 등을 꼽는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지면서 다주택을 보유하기보다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팀장은 "핵심 지역의 우량 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강남권 대형 아파트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아파트 시장 양극화는 5분위 배율(상위 20%와 하위 20%의 가격 차이)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25년 1월 기준 서울의 주택 종합 5분위 배율은 10.9를 기록했다. 이는 상위 20% 주택의 가격이 하위 20% 주택보다 약 10.9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평균 가격을 하위 20% 평균 가격으로 나눈 지표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5분위 배율은 2023년 5월 9.9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반면 기타지방의 올해 1월 5분위 배율은 7.8를 기록했으며 2022년 11월 8.1를 기록한 이후 약간 등락이 있었지만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며, 대형 아파트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대형 아파트 수요가 늘면서 강남권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대형 아파트 공급도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114 랩스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 36만 6089가구 중 135㎡ 초과 물량은 전체 분양 물량 중 0.1%인 단 517가구가 분양됐다. 2021년에는 38만 8226가구 중 1227가구로 0.3%, 2022년 35만 9386가구 중 1822가구로 0.5%, 2023년 21만 2068가구 중 1056가구로 0.5%, 2024년에는 24만 9617가구 중 3344가구로 1.3%로 뛰었다.
특히 서울의 대형 아파트 분양 물량은 지난해에 크게 증가했다. ▲2020년 0.5%(4만 2911가구, 233가구) ▲2021년 0.5%(1만 274가구, 51가구) ▲2022년 0.2%(2만 7356가구, 43가구) ▲2023년 0.4%(2만 4519가구, 92가구) 그리고 2024년에는 총 3만 983가구 중 135㎡ 초과 물량은 773가구로 2.5%까지 증가했다.
이는 최근 대형 아파트 수요가 늘면서 건설사마다 강남권 정비사업에서 대형 아파트 물량 비중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양 팀장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청년층과 고소득층이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반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와 정책 변화로 인해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강남과 강북,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