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대출 규모로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두면서도 오프라인 영업점을 계속해서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등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취약계층의 접근성 악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3927개였던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영업점 수는 이날 3818개로 약 1년 새 109개 줄어들었다.
또한 국민은행은 다음 달 중으로 경기도청점을 포함한 28개 영업점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대면 고객 상담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고, 더 쾌적한 환경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3월 27일 27개, 31일 1개 점이 문을 닫는다. 폐쇄 예정 점포는 경기 광명·매탄동·본오동·상일동·신갈·의정부·판교벤처밸리·평촌스마트·행신동·경기도청점, 인천 부흥오거리·임학동점, 서울 건대역·까치산역·답십리·동대문패션타운·목동중앙·북악·서울역·신길서·신당역·제기동·조원동점, 대전 둔산크로바점, 울산 삼산점, 부산 안락동·좌동점, 경북 포항해병대점이다.
국민은행 측은 “반경 1㎞ 이내 거리의 영업점끼리 통합을 하는 등 이용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고객이 편리하게 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점심시간 집중 운영’ 특화 점포를 최근 전국 41개로 확대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점포도 82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점포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 저하 우려는 영업점 축소로 인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과 비용 절감에 집중하며 물리적 점포 등은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고령자·장애인·비도심 거주자 등 취약한 금융소비자의 금융거래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은행들이 대출 폭증에 힘입어 막대한 이자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순이익은 역대 최대 규모인 16조 4205억 원이며, 이자이익 역시 전년 대비 3.1% 증가한 41조 8760억 원에 달한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