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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형 행정체제 개편 D-500] 개편 중심지서 만난 인천시민들

2026년 7월 1일부터 2군 8구 → 2군 9구 확대
중구 내륙과 동구 합쳐 제물포구, 영종구 분리
인구 63만 서구는 아라뱃길 기준으로 나뉘어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이 5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1월 기준 인천 인구는 302만 3649명에 달한다. 인구가 유입되는 신도시와 떠나가는 원도심. 이번 행정체제 개편이 그 간극을 좁힐 수 있을까.

 

2026년 7월 1일, 인천의 새로운 퍼즐이 맞춰진다.

 

제물포르네상스가 흐르는 중구 내륙과 동구가 ‘제물포구’로 합쳐지고, 영종도는 ‘영종구’ 홀로서기에 나선다. 인구 63만 명을 넘긴 서구는 아라뱃길을 따라 ‘서구’와 ‘검단구’로 나뉜다.

 

개항부터 쌓아온 긴 역사만큼 중구 내륙과 동구는 비슷한 듯 다른 정체성을 띤다. 이들의 교집합은 동인천역이다.

 

영종도의 평일 아침은 지하철역으로 통한다. 출퇴근을 위해 버스에서 전철로, 자차에서 전철로 발길이 이어진다.

 

서구는 아라뱃길이라는 허리띠를 매고 있다. 허리띠는 구분선이 됐다. 많은 인구를 감당하던 커다란 땅덩어리. 이제는 물길을 따라 쪼개진다.

 

과연 인천시민들은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14일 개편의 중심지인 동인천역·영종역·아라뱃길·제물포역에서 시민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천 대표 원도심에 부는 새바람

 

세월 묻은 건물들을 낀 동인천역. 과거의 명성을 기억하는 중·동구 주민과 상인 모두 새로운 바람을 기다렸다.

 

너나 할 거 없이 미래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구 주민인 김모 씨는 “중구가 예전엔 상징성도 있고 잘 살았다. 낙후된 지역이 됐는데, 차라리 중·동구 합쳐져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특별한 정책보단 동인천역 민자역사가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구에 사는 명민정 씨(42)는 “인터넷 카페에서 통합 관련 게시글이 많이 올라와 행정체제 개편을 알게 됐다”며 “중·동구가 워낙 작기도 하니 통합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제물포구 되면 젊은 사람들도 많이 이전해 오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제물포구 신청사 위치도 빠지지 않았다.

 

출범 직후에는 중·동구 청사 모두 제물포구 임시 청사로 활용할 계획이나, 신청사 건립 위치가 문제다. 양쪽 다 만족시키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시는 동구 배다리 인근으로 후보지를 정했는데,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동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새로운 청사 개설은 찬성한다”며 “동구가 낙후된 부분이 있으니 동구 쪽에 신청사를 만들어 경제 활성화를 도모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중구 사는 서정옥 씨(73)는 “신청사는 동구와 중구 사이인 동인천역에 지어지면 좋겠다”며 “근데 어디에 짓는지는 여론이 많아 결정까지 난관이 있어 보이긴 한다”고 말했다.

 

 

홀로서기에 준비운동 필요

 

오전 7시부터 영종역은 북적였다. 하품이 삐죽 나올 정도로 이른 아침 출근은 영종도 주민들에겐 익숙한 일상이다.

 

영종도와 내륙을 오가는 건 연륙교 덕분에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일상 속 불편은 여전했다. 지금의 중구는 내륙과 영종도 모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이제 영종구로 홀로 선다면 예산을 좀 더 선택·집중할 수 있다.

 

이날 영종 주민들은 기대와 불편을 동시에 입에 올렸다.

 

이모 씨(16)는 “행정체제 개편으로 영종구가 분리되는 건 모르고 있었다”며 “영종도에 종합병원이 없는 게 너무 불편하다. 다른 지역으로 가서 종합병원 진료를 본다”고 투덜거렸다.

 

정모 씨는 “영종도는 섬이라 기존 행정체제에서 구청 등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버스 배차 간격도 길어서 불편하다. 이번 행정체제 개편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버스 배차 관련 불만은 한 명만 얘기한 게 아니다. 김 모씨는 “영종도에는 4년 살았다”며 “분구되는 게 중요하기보단 영종도의 불편한 버스 배차 문제부터 해결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모두가 공감한 분구…하나에서 둘로

 

인구 60만 명을 넘어선 서구는 과포화 상태다.

 

이번 행정체제 개편에 따라 내년 7월 1일부터 아라뱃길 북쪽은 검단구로, 남쪽은 서구가 된다. 그동안 같은 구에 속하긴 했으나, 물길에 맞춰 생활권도 달랐다.

 

아라뱃길과 검단사거리·검암역에서 만난 서구 주민들은 분구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하지만 예산 축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가정동에 사는 김경호 씨(62)는 “서구가 분구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며 “덩어리가 너무 크고 인구도 많으니 체계적 운영을 위해서 분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년째 서구 주민인 강한샘 씨(왕길동·32)는 “분구가 되는 건 알았는데 아라뱃길이 기준인지는 몰랐다”며 “서구가 너무 크기 때문에 검단구로 분구돼 독립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라뱃길을 산책하던 서모 씨(검암동)는 “인구가 너무 많으니 행정편의를 위해선 분구가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두 개 구로 나뉘니 예산이 줄어들어 주민 복지도 줄어들까 걱정되긴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서구 명칭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방위식 명칭을 바꾸기 위해 서구는 새 이름을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경명구·서곶구·서해구·청라구 등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검암동 주민인 B씨는 “서구의 새로운 명칭은 여론조사 1등인 정서진구가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물포구? 제물포역?

 

행정체제 개편의 당사자도 아닌데 소란스러운 지역이 있다. 바로 미추홀구다. 미추홀구에는 제물포역이 있는데, 제물포구와 같은 이름에 벌써 혼란이 예고됐다.

 

지난달 열린 인천 군수‧구청장협의회에선 ‘제물포역 명칭 변경’ 안건이 나왔다. 최근 시는 방위식 지명 개정을 위한 ‘방위개념 행정기관 명칭 재정비 연구’를 인천연구원에 의뢰하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미추홀구 주민들에게선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김학연 씨(86)는 “제물포역 이름 바꾸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역 명칭의 역사와 정체성이 오래됐고 뚜렷하다. 제물포구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지적했다.

 

박 모씨는 “행정체제 개편은 뉴스 통해 알고 있었으나 사실 우리 지역 일이 아니라 체감되는 건 없다”며 “다만 미추홀구 안에 있는 게 제물포역인데 이름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유지인 기자, 이기준·이현도·강혜린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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