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정체된 신용판매 수익성을 방어하고자 카드사들이 대출에 나선 영향으로, 건전성을 위협하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드론을 통한 수익 성장도 한계에 도달하면서 카드사들이 새 먹거리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 9888억 원이다.
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1월(42조 7309억 원)보다 2579억 원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5월 사상 처음으로 40조 원을 돌파한 후 꾸준히 우상향 흐름을 보이던 카드론 잔액은 연말을 맞으면서 소폭 감소했다가 새해 들어 반등했다.
카드론은 신용카드사가 제공하는 대출 상품으로, 금리가 비교적 높은 대신 심사 절차가 간단하고 담보 없이도 대출이 가능해 주로 중저신용자들이 많이 이용한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옮겨붙은 대출 수요가 카드론 잔액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의 경우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 수익성이 정체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카드론으로 이자 이익을 창출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길어지는 경기침체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들의 연체율(카드대금·할부·리스·기타 대출채권 등 총채권 기준)은 1.65%로 2014년(1.69%)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108.1%로 1년 새 1.8%포인트(p) 하락했다.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비용이 늘면서 카드사들의 순익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이자비용과 대손비용은 1년 새 각각 5923억 원, 2107억 원 늘었다. 이에 따라 이자와 수수료 등 총수익이 5.3%(1조 4304억 원)나 늘었음에도 순이익 증가 폭은 0.3%에 불과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카드론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어 이자수익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대출 확장도 어려워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카드론 관리 목표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건전성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수익성은 한계에 달하면서 카드업계의 신규 수익원 발굴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올해 핵심 경영 전략으로 신사업 발굴과 리스크 관리를 꼽으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순이익은 제자리걸음인데 건전성 등 비용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기존 사업에 의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부가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새 먹거리를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