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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으로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10대 필독서 '기후 환경 처음 공부' 저자 안재정 장학사

환경교사, 삶의 방향 제시하는 '변화의 길잡이'
지식 전달 아닌 질문울 통한 공감, 실천이 목적
학생들이 교실을 나갈 때 '질문'을 품고 나가길
"학교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랑 가르쳐야"

 

"can you hear me?"

 

21년차 환경교사인 안재정 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 장학사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처럼 던지는 질문이다.

 

'제 말이 들리나요'라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며 함께 변화를 만들자는 제안이 담겨 있다.

 

실제 우리 삶 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사건과 사고들은 기후 위기가 더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하면서 '환경 교육'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전국 50만 교원 중 40명이 채 안 되는 환경교사 중 한 명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안 장학사는 책  '기후 환경 처음 공부(체인지업북스)'를 통해 학생들에게 세상을 향해 질문할 수 있는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환경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혼란스러운 청소년들에게 말 그대로 길잡이가 돼 주는 것이다. 

 

경기신문은 책 '기후 환경 처음 공부'의 저자 안 장학사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환경교사, 삶의 방향 제시하는 '변화의 길잡이'

 

안 장학사는 '환경교사'라는 직업이 희소하기 때문에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환경은 일반 과목이 아닌 학생들이 삶을 살아가며 필요한 태도 자체이기 때문이다.

 

안 장학사 역시 환경을 통해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 사람 중 하나다. 그는 "학생들에게 환경을 가르치며 나 자신이 먼저 변화를 겪었다"며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니라 지구와 생명의 관계, 소비와 행동의 영향을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삶의 태도가 변했다"고 설명했다.

 

누군가는 이 일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안 장학사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는 "환경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며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변화의 길잡이'"라며 "아이들이 스스로 환경을 고민하고 행동하는 힘을 갖도록 돕는 일이라는 기쁨이 환경교사를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장학사도 환경 수업을 진행하며 많은 시행착오을 겪었다. 환경 과목은 정식 교과로 자리 잡은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수업 사례나 선배 교사들의 연구 자료가 적었기 때문이다.

 

안 장학사는 "처음 교사로서 현장에 섰을 때는 말 그대로 '백지상태'에서 출발했다"며 "막막하기도 했고 수업 하나하나가 도전 그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이에 안 장학사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수업을 준비하고 성찰하는 등 수업 연구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10년간 하루 2~3시간씩 꼬박 수업 준비를 해나간 것이다. 

 

안 장학사가 이같은 노력 끝에 찾은 결론은 '정답은 없다'였다. 그는 "환경 수업은 라이브이고 학생들은 그날그날 다르게 반응하는 살아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아무리 잘 정리된 수업 자료가 있어도 정답은 없다"며 "교사가 수업에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전국에 약 40명 있는 동료 환경교사들도 힘이 됐다. 환경교사들은 서로와 만나 더 좋은 수업을 위해 자료를 나누고 실험하고 실패담을 공유해나가며 교사로서 성장했다. 

 

안 장학사는 "초기에는 서로의 수업을 직접 보고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했고, 어떤 주제로 어떻게 수업을 열어갈지 밤새워 토론한 적도 많다"며 "수업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할 때 더욱 단단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학생들이 교실을 나갈 때 '질문'을 품고 나가길

 

지난 2023년 안 장학사는 '탄소중립을 위한 공간 조성'으로 국무총리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탄소중립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공간으로 구현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끈 것이다.

 

그는 "국무총리 상을 수상한 것은 단순히 영예로운 결과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실천했던 과정의 축적"이라며 "해당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 학부모님들의 자발적 참여와 지지,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의미있게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안 장학사는 "교사가 자랑거리가 되는 것이 아닌 교육 자체가 교사의 자랑거리가 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개인이 아니라 '우리'를 중심에 두는 교육을 계속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안 장학사가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우리'를 중심에 두는 교육은 바로 학생들이 환경을 삶의 문제로 인식하고 나와 연결된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돕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환경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져 공감을 이끌어내고 실천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교육은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데 집중했지만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는 '왜 이 문제가 생겼고 내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질문하고 성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우리나라 환경 교육에 4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기술이 아닌 인간 중심의 교육 ▲지식보다 관점을 키우는 교육 ▲정답보다 질문을 만드는 교육 ▲혼자보다 함께 실천하는 교육이 그것이다.

 

특히 자신이 장학사로 있기도 한 대규모 시도교육청인 경기도교육청에는 청소년 환경 교육에 있어서도 그 규모에 걸맞은 책임과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성적과 경쟁 속에 갇혀 문제의 본질을 직면할 시간조차 갖기 어려웠던 학생들이 세상에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질문하는 교육을 보장하고 관성과 딜레마를 해체하는 시스템적 변화를 만들어 학교를 자유롭게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우리 아이들의 질문이 외면당하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 공교육의 힘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며 "교육공동체와 함께 미래 세대가 기후위기를 해결해갈 수 있도록 그들의 여정을 응원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안 장학사는 환경 수업을 진행하며 '관점'과 '방법'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함께 풀어나갈 것인지 학생들과 고민하는 방식이다.

 

안 장학사는 매 수업마다 '세상을 다 알 수는 없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은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자연을 하나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들이 환경 수업이 끝난 후 답이 아닌 질문을 품고 교실을 나서길 바란다"며 "나의 친구, 가족, 마을, 동아리 안에서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동료를 찾아 연대를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학교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랑 가르쳐야"

 

안 장학사는 연대와 함께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랑은 기후, 환경부터 세상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그는 "'우리가 이 과정을 사랑할 수 있다면 끝내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늘 이야기한다"며 " 배움을 사랑하고, 동료를 사랑하며,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학생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학교는 사랑을 가르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답이 아닌 질문을 품고 교실을 나가길 바란다는 그의 바람처럼 환경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가져야 할 것은 정답이 아닌 세상을 사랑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안 장학사는 "학생들이 환경 교육을 통해 자연이든 비인간 동물이든 또 제3세계의 나와 다른 사람이든 무엇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길 바란다"며 "기후 변화와 위기를 불안이 아닌 희망과 긍정으로 바라봤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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