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강력한 주주환원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달성한 역대급 수익을 기반으로 배당 규모를 늘리는 한편, 경쟁력을 제고해 밸류업(Value-up·기업가치 제고)에도 힘쓰겠다는 목표다. 또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이어지며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자 철저한 내부통제도 다짐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지난 25일과 26일 각각 주총을 열고 이사회 선임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밸류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는 밸류업의 실질적인 원년으로 질적 성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며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주주환원율 50% 달성 등 약속드린 목표를 향해 절실함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스캔들 제로(0) ▲고객 편의성 제고 ▲지속가능한 수익창출 등을 주요 아젠다로 제시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불확성 시대의 KB금융은 남들보다 반걸음 빠른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그룹의 성장성, 수익성 관리의 기본 원칙을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반의 자본 효율성 관점으로 전환해 사업 추진의 효율성과 속도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총을 통해 연임이 확정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사업영역 확장과 더불어 기술혁신과 미래금융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겠다"며 "손님과 현장 중심의 조직 문화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업의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을 선도하는 금융그룹으로서 한단계 더 도약하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이들은 앞서 발표한 밸류업 계획에 따라 올해 배당 규모를 늘렸다. 지난해 16조 원이 넘는 최대 규모의 실적을 시현하며 번 돈을 주주들과 나누겠다는 것.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포함한 이들의 올해 주주환원 규모는 ▲KB금융 1조 7600억 원 ▲신한금융 1조 7500억 원 ▲하나금융 1조 7000억 원 ▲우리금융 1조 원 등이다.
이번 주총에서 분기배당 기준일과 관련된 정관을 개정하는 안건도 의결됐다. 금융지주들은 이를 통해 투자자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확대하고 주주들의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금융지주 최초로 비과세 배당을 도입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지난 26일 열린 우리금융 주총에서는 자본준비금 3조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비과세 배당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의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이 의결됐다. 비과세 배당을 실시할 경우 주주 입장에서는 배당소득세(15.4%)를 내지 않아도 돼 배당 수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이들 모두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했다. 지난 몇 년간 금융사고와 부당대출로 홍역을 치렀던 만큼, 내부통제를 강화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여러 값진 성과에도 고객과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며 "일련의 사건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함께 그룹 전 임직원은 환골탈태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올 한 해 금융의 본질인 '신뢰'를 가슴 깊이 새기며 반드시 '신뢰받는 우리금융그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