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 역사상 가장 길었던 '공매도 금지'가 내일부터 풀린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재개 직후 일부 종목의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활발해지며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다. 지난 2023년 11월 무차입 공매도 차단을 이유로 전면 금지된 지 1년 5개월 만으로, 대형주 350종목(코스피 200, 코스닥 150)을 제외한 중소형 종목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증시가 급락했던 2020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싼값에 다시 사들여 갚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앞서 2008년, 2011년, 2020년 등 네 차례에 걸쳐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왔다.
이번 공매도 재개와 함께 한국거래소는 세계 최초로 중앙점검시스템(NSDS)을 가동한다. NSDS는 시간대별 잔고 산출 기능을 통해 공매도 법인의 매도주문을 상시 점검해 불법 공매도를 즉시 적발하는 시스템이다. 이와 함께 기관·법인 투자자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한 경우에만 공매도를 실행할 수 있도록 했고, 증권사의 감시 및 책임 기능도 강화됐다.
당국은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무차입 공매도를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과거 문제가 됐던 무차입 공매도 거래는 공매도 전산 시스템의 기능을 통해 다 적발할 수 있고, 실제로 시뮬레이션해 보니 99% 가깝게 적발됐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재개 이후 일부 종목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포지션 구축 및 조정 과정에서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면서 “높은 평가 가치 종목은 공매도 표적이 되기 쉽고, 하락 폭이 클 수 있으므로 투자 시 유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실제로 공매도의 선행지표인 대차잔고는 늘어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50조 원 아래에서 머물던 국내증시 대차잔고는 지난 26일 58조 5000억 원으로 늘었다. 대차잔고는 기관이나 외국인이 주식을 빌려 간 뒤 아직 갚지 않은 물량을 말한다.
특히 그동안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했던 조선·방산주와 업황 전망이 좋지 않은 2차전지주 등이 공매도 타깃으로 꼽힌다. 대차잔고 역시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코프로 등에서 크게 늘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차잔고 증가가 두드러진 종목을 보면, 코스피에서는 2차전지·조선·방산·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고, 코스닥에서는 2차전지·게임·엔터·바이오 종목들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뚜렷했다”며 “공매도 대상 종목을 추정할 때는 밸류에이션이나 수익률보다 대차잔고의 증가 여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공매도 중단으로 빠져나갔던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될 수 있는 만큼 공매도로 인한 충격 역시 일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하다.
하지만 공매도 재개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과거 공매도 재개 당시 증시는 오히려 외국인 자금 유입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다. 2009년, 2011년, 2021년 공매도 재개 후 3개월 동안 코스피는 각각 14.7%, 10%, 2.84% 상승했다. 특히 2009년과 2011년에는 외국인들이 약 12조 원, 6조 원을 순매수하며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공매도 재개 당시 단기적으로 변동성은 확대됐지만 증시의 추세적인 방향성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향후 외국인 수급 여건의 점진적인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