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역이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직전, 단 5일간 부동산 시장이 급등했다. 규제 시행 전 마지막 기회를 노린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강남구에서는 거래된 아파트의 절반 가까이가 신고가를 기록했다. 단기적인 과열 현상이 나타난 가운데 일부 초고가 아파트는 불과 넉 달 만에 수억 원이 상승하며 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반영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3월 19일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이에 따라 24일부터 해당 지역에서의 신규 매매계약에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됐다. 그러나 규제 공표일(19일)부터 시행 전날(23일)까지 5일간은 별도의 허가 없이 거래가 가능해, 매수세가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3월 19일부터 23일까지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성사된 아파트 매매는 총 116건이었다. 이 중 신고가를 기록한 건수는 40건(같은 가격 거래 2건 제외)에 달했다. 특히 강남구는 전체 거래 74건 중 31건(약 42%)이 신고가였다.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주요 지역은 이미 선제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거래가 제한됐던 만큼, 그동안 억눌렸던 수요가 단기간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송파구(12건 중 1건), 서초구(6건 중 1건), 용산구(24건 중 7건)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나왔지만, 가장 뜨거운 곳은 단연 강남구였다.
이번 단기 과열장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 단지는 압구정동 ‘신현대11차’와 ‘현대1차’였다. 각각 183.41㎡, 196.21㎡ 규모의 이들 단지는 92억 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거래일은 규제 발표 직후인 19일과 20일이었다. 신현대11차(183.41㎡)의 직전 거래가는 지난해 11월 30일 84억 원으로, 불과 넉 달 만에 8억 원이 뛰었다.
같은 단지의 신현대12차(155.52㎡)도 21일 78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직전 거래(2024년 11월 23일) 대비 6억 5000만 원이 오른 수준이다. 대치동 ‘한보맨션2’(190.47㎡) 역시 21일 58억 5000만 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강남3구 외에서도 신고가 행진이 이어졌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숀’(101.95㎡)은 23일 43억 8940만 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3월 6일 40억 9993만 원, 3월 18일 43억 5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어, 단 5일 만에 다시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번 단기 과열장에서 법정동별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지역은 용산구 이촌동(12건)이었고, 강남구 삼성동(11건), 역삼동(10건)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에서 반복되는 가격 상승 경험이 투자자들의 학습효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강남권은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반복해온 지역으로, 이른바 '학습효과'에 기반한 시장에 대한 확신이 깊게 내재돼 있다"며 "이번 해제 직후 재지정까지의 ‘틈새 구간’은 투자자들에게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로 인식됐고, 이에 따라 가격 상승을 선점하려는 기대심리가 매수세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 이후에는 실거주 요건 등으로 갭투자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안 심리도 함께 확산되며, '막차 수요'가 집중된 것"이라며 "특히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규제 적용 이전에 매입을 완료하려는 투자자 수요가 급격히 유입되며 단기적으로 신고가를 견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