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 전역이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잠시 반짝였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다시 관망세로 돌아섰다. 규제 해제에 따라 거래량이 급증하며 회복 조짐을 보이던 분위기는, 규제 재지정 이후 급격히 식는 양상이다.
서울시는 지난 2월 12일,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의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이하 잠·삼·대·청) 재건축 단지를 제외한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 이후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살아나며 거래가 급증했다.
7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해제 발표 다음 날인 2월 13일부터 규제가 재지정된 3월 23일까지 39일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966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39일간(1월 4일~2월 11일) 4559건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특히 잠·삼·대·청 지역의 거래량은 99건에서 353건으로 3.6배 증가했고, 신고가 경신 사례도 13건에서 84건으로 6.5배 늘었다.
잠실 리센츠(38건), 엘스(34건), 트리지움(30건) 등 이른바 ‘잠실 3대장’ 단지를 비롯해, 삼성동(86건), 대치동(71건), 청담동(61건)에서도 거래가 활발했다. 교통, 학군, 생활 인프라가 우수한 대표적인 인기 지역이다.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들 역시 상승 흐름에 동참했다. 강남구(676건), 강동구(652건), 송파구(652건), 성동구(637건) 등이 높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래미안포레스트(23건), 래미안블레스티지(21건), 도곡동 도곡렉슬(25건) 등 주요 단지에서 꾸준히 매매가 이어졌다. 강동구 고덕동의 신축 단지들도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49건), 고덕아르테온(46건), 고덕그라시움(43건) 등 활발한 거래를 보였다.
그러나 해제 발표 직후 급등했던 거래량은 시간이 갈수록 둔화됐다. 잠·삼·대·청 지역의 주간 거래량은 첫 주 122건에서 66건, 57건, 47건, 26건으로 지속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매물 회수, 호가 상승,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눈높이 차이 등이 거래 위축을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결국 지난 3월 24일, 강남3구와 용산구 전역을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재지정 직전 4일간 거래량은 소폭 반등(35건)했지만, 이후 시장은 빠르게 움츠러드는 분위기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해제 초반 수요가 몰리며 호가가 뛰고, 일부 매물이 회수되면서 매수·매도자 간 간극이 커졌다”며 “이로 인해 거래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직 거래 신고 기한이 남아 있어 최종 수치는 달라질 수 있지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다시 조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랩장은 또 “단기적으로는 거래 위축과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상급지를 중심으로는 선별적인 상승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번 조정이 일시적 숨 고르기에 그칠지, 아니면 방향 전환의 신호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