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건설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동안 멈춰 있던 분양과 착공 일정이 다시 잡히고, 정비사업과 재건축 등 굵직한 부동산 정책에도 다시 동력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공략을 위한 부동산 정책 변화도 예고되면서 시장은 서서히 ‘봄’을 맞이하는 분위기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며,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국정 동력을 상실했던 기존 부동산 정책들도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 정책의 향방이 불투명해 관망세를 유지해왔던 건설업계는 사업 재개 준비에 돌입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책 방향이 안개 속에 있을 땐 착공이나 분양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며 “이제 정치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만큼, 미뤄뒀던 프로젝트들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전국에서 일반분양이 예정됐던 1만 9384가구 중 실제 분양된 물량은 4063가구(21%)에 불과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셈이다. 그러나 조기 대선 일정이 구체화되면서 건설사들은 잇따라 분양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흔들렸던 부동산 정책들도 방향 전환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윤 정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정비사업 활성화 등 굵직한 정책들을 추진해왔지만,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표류해왔다.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다시금 부동산 정책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지방 미분양 해소 방안이나 세제 개편 등도 새 판이 짜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이 추진했던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안은 야당 반대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했지만, 향후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세제 완화나 공급 자극책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해외 수주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환율 급등으로 위축됐던 해외 수주 시장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북미, 유럽, 호주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단순 시공 위주에서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지난해 해외 수주액은 371억 달러로,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탄핵 이후 환율이 다소 안정되며 원자재 수입 부담도 완화됐다”며 “정치 리스크가 줄어든 만큼, 해외 투자자들과의 협상 여건도 나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이 단기간 내 급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고금리, 대출 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구조적인 제약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정책 예측이 가능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는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이 구체화되면서 착공과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긴 겨울을 지나, 진짜 봄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