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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은 직원 몫, 보상은 총수가”…롯데의 민낯

비상경영 선포한 롯데, 총수는 216억 연봉
세습 인사·국적 논란에 내부 불만 팽배

 

롯데그룹이 복합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주력 계열사의 연이은 실적 부진, 대규모 투자 실패, 유동성 악화가 겹치며 그룹 전체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정작 총수 일가의 보수와 인사 행보는 위기 인식과 동떨어져 있다는 내부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롯데는 전 계열사에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실적 악화는 수치로 드러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손실 8948억 원을 기록하며 대규모 적자에 빠졌고,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유통 부문의 부진과 온라인 사업의 구조적 적자로 인해 전년 대비 3.8%의 매출이 감소했다.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ON’은 매년 약 1000억 원 넘는 손실을 기록 중이며,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철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4분기 연속 적자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룹의 위기 대응은 곧장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다수 계열사에서 희망퇴직이 시행됐고, 일부 임원진은 급여를 반납했다. 그러나 총수 일가만은 예외였다.

 

신동빈 회장은 2024년 한 해 동안 총 7개 계열사로부터 216억 53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이는 유통업계 최고 수준으로, 전년보다도 증가한 수치다. 실적과 연동되지 않는 고액 보수에 대해 내부 직원들은 물론 시장에서도 “성과 없는 보상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총수 일가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 전무는 뚜렷한 경영 성과 없이 3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일본 국적을 유지한 채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 역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에 입사한 뒤, 2023년부터 한국 내 핵심 부서에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실적은 없다.

 

일각에서는 “성장성과 실적에 기반하지 않은 승진은 전형적인 세습 경영”이라며 “기업의 정체성을 흐리고 오히려 리스크를 키우는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들어 ‘롯데는 한국 기업인가 일본 기업인가’라는 정체성 논쟁까지 다시 불붙고 있는 배경이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오너 리스크를 넘어, 기업 전체의 위기 극복 의지를 갉아먹고 있다고 우려한다. 총수 일가의 고액 보수 체계와 경영 투명성 문제는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뿐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 구조조정은 직원에게, 보상은 총수에게 집중되는 구조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며 “성과에 기반한 보수 체계 확립과 세습 인사에 대한 재검토 없이는 시장의 신뢰 회복도 요원하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도 “희망퇴직은 곧 직원의 삶을 흔드는 결정”이라며 “총수 일가가 경영 위기의 예외가 되어선 안 된다. 지금은 오너 스스로가 쇄신 의지를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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