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며 한국 경제 전반에 복합적인 충격파를 몰고 올 조짐이다. 관세 부담으로 수출 중심의 한국 제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환율 급등, 건설 경기 위축, 기준금리 인하 지연 등 복합 리스크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강화 정책은 단순한 통상 이슈를 넘어 한국 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구조적인 변수”라며 “실물경제, 건설경기, 부동산 시장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 수출품에 대해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 주력 품목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고, 제조업 부진 → 고용 악화 →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내수 침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 수입가 상승 압박에 직면해 있다. 철강, 시멘트, 유리, 기계 부품 등 글로벌 시세에 연동된 자재 가격이 오르면 공사비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분양가 부담을 키워 사업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시행사 입장에선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조달 부담이 가중되면서 분양 연기나 사업 포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 수석은 “기준금리 인하가 자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지만, 환율 급등과 자산시장 과열 가능성이 동반되는 지금 같은 환경에선 정책 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과 시장 불안을 둘러싼 복합적 고민에 직면해 있다. 경기 둔화와 수출 감소가 금리 인하 압력을 키우고 있지만, 148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는 정책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
양 수석은 “한국은행은 가계대출 증가, 물가 흐름, 부동산 반등 조짐 등 각종 지표를 면밀히 살핀 후 결정에 나설 것”이라며 “빠르면 5월, 보수적으로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는 7월 이후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이른바 ‘토지거래허가제 풍선효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성급한 금리 인하가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들 가운데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0%대로 전망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과거 금융위기(2009년)와 코로나19 초기(2020년) 때와 유사한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다. 당시에는 한국은행이 단기간 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며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 다르다. 환율 불안, 가계부채 확대, 자산시장 반등이라는 복합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섣부른 통화정책은 자산시장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양 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한국 경제에 구조적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며 “기준금리는 실물경제 부양과 자산시장 안정을 모두 고려해 정밀하게 조정돼야 하며, 정책의 타이밍과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