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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희의 향기로운 술 이야기] 봄의 전령, 진달래로 빚은 술 ‘두견주’

 

두견주는 한국의 전통주 중 하나로, 봄에 피는 진달래꽃을 넣어 빚은 술이다. 그 이름만 들어도 화사한 봄 풍경과 함께하는 한 잔이 떠오른다.

 

진달래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으로, 우리 삶 속에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온 존재다. 삼월 삼짇날이 되면 찹쌀가루를 익반죽하여 기름에 지진 화전 위에 진달래꽃을 얹어 함께 나눠 먹으면서 봄놀이를 즐기던 풍경은, 단순한 계절의 낭만을 넘어 우리의 식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특히 진달래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기운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상징적인 꽃이기도 하다.

 

두견주가 탄생하게 된 데에는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卜智謙)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복지겸이 병을 얻어 온갖 약을 써도 차도가 없자, 그의 어린 딸이 아미산에 올라 100일 기도를 드렸다. 그때 신선이 나타나 “아미산에 만개한 진달래꽃으로 술을 빚되, 반드시 안샘(현 면천초등학교 뒤의 우물)의 물을 사용하고, 100일 후에 마시며 뜰에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어 정성을 다하라”고 일러주었다. 딸이 신선의 가르침대로 하자 아버지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 전해진다. 이로 인해 두견주는 ‘효심이 빚은 술’로도 불린다.

 

이외에도 '산림경제', '임원십육지', '동국세시기', 빙허각 규합총서' 등 여러 고문헌에서 면천 지역에서 두견주를 빚었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면천에는 지금도 복지겸의 딸이 심었다고 전해지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남아 있으며, 이 나무들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마을을 지키고 있다. 두견주는 1986년 11월, 국가무형문화재 제86-2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면천두견주보존회를 중심으로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진달래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약용 효과로도 알려져 있다. 항염, 진통, 해열 등의 효능이 있다고 전해지며, 이처럼 실용적인 가치를 가진 꽃이기에 두견주라는 전통주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두견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진달래꽃 외에도 쌀, 물, 누룩이 필요하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달래꽃을 채취하는 시기와 상태다. 대부분 4월 초에서 중순 사이에 꽃이 피는데, 진달래는 활짝 폈을 때 채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일반적으로는 반쯤 핀 꽃이 향이 가장 좋다고 하지만, 진달래는 예외로, 만개했을 때 채취한다. 향보다는 꽃술에는 약간의 독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제거한 후 사용해야 한다.

 

두견주는 깨끗이 씻은 진달래꽃을 찹쌀과 함께 발효시켜 빚는다. 발효가 끝난 뒤에는 술을 곱게 여과하고, 꽃향기가 술에 잘 배도록 충분히 숙성시킨다. 이렇게 빚어진 두견주는 진달래의 은은한 향과 함께,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봄의 향기를 머금은 이 술은 한 해의 첫 꽃이 피는 시기에 빚어지는 만큼, 그 의미 또한 각별하다.

 

두견주는 단순히 마시는 술이 아니다.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매개이자, 계절의 기운을 전하는 감동적인 경험이기도 하다.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진달래꽃을 직접 만지고 다루는 동안, 사람들은 자연과 호흡하며 평온함과 기쁨을 느끼게 된다.

 

결국 두견주는 봄의 향기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낸 한국의 전통주다. 진달래꽃이 지닌 상징성과 함께, 두견주 한 잔을 음미하는 순간,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깊은 울림이 전해진다. 진달래꽃이 만개하는 이 계절, 두견주 한 잔과 함께 봄의 선물과 전통의 향기를 느껴보는 것은, 한국 문화의 진수를 체험하는 특별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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