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에게 열린 미술관으로 초대합니다'
수원시립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색다른 파티를 연다.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라는 제목은 이번 전시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초콜릿), 낯설고 어려운 예술에 새로운 시각을 더하는 변화(레모네이드), 그리고 모두가 어울려 소통하는 열린 예술 공간(파티). 미술관은 더 이상 특별한 이들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공의 공간이라는 선언이다.
전시장은 네 개의 방으로 나뉜다. 각각은 미술관이라는 공간과 제도, 감각, 정체성, 그리고 참여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방은 미술관 제도 자체를 낯설게 바라보는 공간이다. 남다현 작가는 로스코와 브랑쿠시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수세미, 과자 포장지 등 값싼 생활용품으로 재구성해 '예술은 왜 비쌀까?, 예술의 가치는 누가 정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안드레아 프레이저는 전시 해설사가 되어 화장실과 기념품 가게를 걸작처럼 소개하며 미술관이 은연중에 만들어온 규범과 위계를 풍자한다.

두 번째 방은 언어 중심의 소통 구조를 넘어 감각의 확장을 실험한다. 이학승의 '3층상가'는 소리를 매개로 공동체적 삶을 탐구한다. 작가는 생계를 위해 임대한 공간인 1층과 시각장애인 협회가 있던 2층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시각적 단서가 부족한 공간에서 소리는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는 주요 수단이 된다.
전시장 안에서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흘러나오며 서로 다른 인식 방식이 공존하는 세계를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간판 속 '심안공', '심안비보' 등 무협지에서 착안한 문구는 시각장애인의 삶을 은유하며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세 번째 방에서는 기존 미술관에서 다뤄지지 않던 다층적인 정체성과 비주류의 이야기에 주목해 누구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을 상상한다. 윤결은 난장품바라는 거리 예술의 형식을 빌려 정체성의 경계를 흔든다. '전체관람가'는 퍼포머 '불잠지'와 뮤지션 '이조코'의 협업으로 사회적 소수자의 정체성과 대중문화, 전통이 교차하는 지점을 시각화한다. '오다장'에서는 각설이 품바 공연의 클라이맥스를 다양한 오브제로 구성, '성징'은 노화에 따른 성별 경계의 흐려짐을 암시한다.

네 번째 방은 관람객의 움직임과 선택이 작품을 완성시키는 실험의 장으로 예술이 참여를 통해 끊임없이 생성되는 과정임을 경험하게 한다. 최원서의 설치작 '틀 없는 문, 구르는 난간'은 관객이 다가가면 사물들이 방향과 위치를 바꾼다. 정지된 조각 대신 살아있는 오브제가 공간을 채우며 감상자에서 창조자로의 전환을 유도한다.
이밖에 김가람, 서맨사 나이, 이학승, 케이트 저스트, 크리스틴 선 킴 & 토마스 마더, 클레어 퐁텐 등 총 11팀(13명)의 작가가 참여해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미술의 벽을 낮추고 미술관을 친숙한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
또 수원시립미술관은 전시 설명 밑 쉬운글 해설을 추가해 전시를 보다 쉽게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전시는 8월 24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열린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