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재외선거가 치러졌다. 약 20만 명의 재외국민이 국외부재자 또는 재외선거인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투표소를 찾은 이들은 단순한 유권자가 아니다. 이들은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미래에 대한 책임과 연대를 실천하고 있는 진정한 세계시민이다.
그러나 이번 재외선거도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낮은 신고·등록률, 근거리 투표소 부족, 우편·온라인투표 미도입, 투표 홍보·캠페인 활동 제한, 과도한 투표비용, 동포사회 분열 우려 등은 여전했다. 각 후보의 공약집과 정책 자료는 충분하지 않았고, 재외 유권자를 위한 맞춤형 정보 제공도 미흡했다. 글로벌 대한민국을 외치면서도 정작 재외국민 참정권은 여전히 선언적이었다.
이번 조기 대선은 12.3 비상계엄과 4.4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 치러진다. 새 대통령은 인수위원회도 없이 오는 6월 4일부터 바로 국정 운영을 시작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거나 검증되지 않은 리더는 국가 리스크이고, 그 피해는 전 국민에게 돌아온다. 유권자들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20년 미래를 결정짓는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정치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정당에 대한 충성심, 후보자의 인지도나 이미지, 감정적 호감 등에 크게 좌우되어 왔다. 그 결과, 외교·안보·통일문제처럼 국가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분야에서 후보자의 역량은 제대로 검증되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 헌법 제69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선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겠다는 맹서가 공허한 선언에 머물러선 안 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국민을 통합하고, 사회 갈등을 줄이며, 세계와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 도덕성과 책임감을 갖춘 리더를 필요로 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건국 이념과 헌법 정신, 우리 역사·문화·언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국민 통합의 토대이자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다. 진영논리로는 사회 곳곳의 고질적 부조리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해결할 수 없다. 자율과 책임, 협력과 존중의 가치가 사회의 중심에 서야 한다.
재외동포는 더 이상 경계 밖의 존재가 아니다. 이들은 국경을 넘어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글로벌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산이다. 전 세계 180개국에 흩어진 708만 재외동포는 지식, 정보, 자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민족 공동체의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는 힘이다. ‘글로벌 코리안’을 국정의 파트너로 삼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진정한 세계국가, 글로벌국가로 도약할 수 없다.
2045년은 해방 100주년이다. 앞으로의 20년은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로 자리 잡을지를 결정하는 결정적 시간이다. 단순한 선진국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구체적 목표를 갖는 나라를 우리는 꿈꾼다.
“1인당 국민소득 10만 달러, 인공지능(AI) 3강, 재외동포 네트워크 4강, 국민총생산 5강, 국가경쟁력 7강, 국민행복지수 10강.”
이 비전을 축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국가, 통일국가, 문화국가, 청년국가, 이민·다문화국가, 과학기술국가, 우주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 20년을 이끌 리더는 국가 안팎의 역량을 통합하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선택의 책임은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