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강동구의 한 고가 아파트를 23억 8000만 원에 매입한 30대 A씨는 자금조달계획서에 자기자금 8000만 원과 임대보증금 10억 원, 차입금 13억 원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실거래 조사에서 A씨는 차입금 관련 자료만 제출했을 뿐, 나머지 자금 출처는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특히 13억 원의 차입금이 A씨의 모친으로부터 나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편법 증여 정황이 포착됐다.
28일 국토교통부의 올해 1~2월 서울지역 주택 이상거래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현장점검 및 기획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108건의 위법 의심 거래가 적발됐다.
적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은 82건은 편법 증여 및 법인자금 유용 유형으로 나타났으며, 부모의 자금을 빌리거나 가족 법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사실상 증여 형태로 주택을 취득한 정황들이 주를 이뤘다. 거짓 신고도 38건에 달했다. 거래가격이나 계약일 등을 허위로 신고하거나, 부모의 주택을 매입하면서 임차인을 부모로 전세계약을 맺는 방식 등이다.
또한 대출 규정을 위반하거나 대출금 용도를 부정하게 활용한 사례도 15건 드러났다. 기업 운영자금 명목으로 받은 대출금을 주택 구입에 쓰거나, 매도인이 잠시 주소를 옮겼다가 다시 전입함으로써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피하는 사례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해외 자금 불법 반입 사례도 1건 확인됐다.
국토부는 이번에 적발된 의심 거래 건들을 국세청,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관할 지자체 등에 통보하고, 위법성 확인 시 경찰청에 수사도 의뢰할 방침이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거래질서를 교란하는 불법·불공정 행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합동 현장점검과 기획조사를 지속해 투기 수요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해 수도권에서 이뤄진 주택 및 분양권 거래에 대해서도 기획조사를 실시해 위법 의심거래 688건과 미등기 거래 499건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이상거래 639건 중 133건이 편법 증여 등 위법 의심 거래로 확인됐으며, 지난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거래 22만 4000여 건 중에서도 미등기 거래가 499건(전체의 0.22%) 적발됐다. 미등기 거래는 잔금일로부터 60일이 지나도록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다.
국토부는 올해 3월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동 등 서울 핵심지역 80개 단지를 대상으로 11주간에 걸쳐 현장 점검을 벌였으며, 3월 이후 거래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