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2명의 사상자를 낸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공업지대 소방력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한 지역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인력과 장비, 구조적 대응체계 모두 제자리걸음이란 평가다.
지난해 6월 24일, 경기 화성 전곡산업단지 내 일차전지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32명의 사상자를 내며 전국적인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공업지대를 중심으로 한 대형화재 위험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 체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전국 기초단체별 화재 현황'에 따르면, 화성시의 화재 사고는 총 3057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하루 평균 1.7건에 달하는 수치로, 같은 기간 경기도 1397건, 서울시 1079건과 비교하면 각각 두 배, 세 배에 이른다.
화성시는 기아 AutoLand 화성, 현대차 남양연구소, 삼성전자 생산시설 등 약 2만 8000개 공장이 몰려 있는 전국 최대 규모 공업지대다. 밀집도 높은 산업단지 구조와 고위험 시설 다수를 고려하면, 화재 발생 가능성과 피해 규모가 모두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소방력은 열악하다. 화성소방서의 인력은 530명, 장비는 94대 수준으로, 수원시(소방관 626명, 장비 84대)나 용인시(610명, 92대)보다 인원이 적다. 특히 수원과 용인은 각각 2개의 소방서를 운영 중이지만, 화성시는 단일 소방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화성소방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소방 관계자는 “화성은 전국 소방관들이 기피할 정도로 화재 출동이 잦은 지역”이라며 “다른 지역에선 화재가 나도 대응단계가 발령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은 대응 1단계가 기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화복을 비롯한 장비도 제때 보급되지 않아, 반복된 화재 출동에 따라 장비가 빠르게 손상되는 현실을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용우 미래소방연합노동조합 대표는 “공장 밀집 지역에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소방서를 증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여전히 진전이 없다”며 “소방관들의 이탈과 피로 누적이 반복되는 구조에서 제2의 아리셀 참사를 막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기도 소방 예산권은 도의회가 쥐고 있어, 지역별 특수성을 반영한 인력 확충이나 장비 예산이 현실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며 “공업지대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소방력 확충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