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올해 정기구입과 경매를 통해 희귀 만화자료 31건 636점을 새로 수집했다.
이번에 확보한 자료는 한국 만화사 연구의 중요한 토대가 될 만큼 학술적·문화적 가치가 높다. 대표적으로 한국 만화의 효시로 알려진 조선시대 목판본 '의열도'와 김종래 작가의 육필 원고가 포함됐다.
'의열도'는 조선시대 경상도 선산에서 백성들에게 '의(義)'와 '열(烈)'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제작된 목판본이다. 그림을 통해 충정과 절개의 의미를 쉽게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확보한 판본에는 호랑이로부터 주인을 구한 소 이야기 '의우도'(8면)와 남편의 학대로 세상을 떠난 열녀 '향랑'(2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 장면에는 설명글과 인물 이름이 기록돼 있어 한국 만화의 효시로 평가된다. 해당 판본은 1630년 조찬한과 1704년 조귀상이 서문을 썼으며, 표지 2장과 내지 13장으로 구성됐다.

또 김종래 작가가 1960년대 중후반에 집필한 육필 원고 22건 627점도 새롭게 수집됐다.
주요 작품은 친구의 원수를 갚는 이야기 '장부', 투전을 소재로 한 활극 만화 '마전', 민담과 전설을 각색한 액자소설 구조의 '나그네' 등이다.
이번 자료는 진흥원이 보관 중이던 미소장 원고로, 향후 김종래 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한편 김종래의 대표작 '엄마찾아 삼만리'(1958) 육필 원고 435점은 2013년 국가등록문화유산 제539호로 지정돼 진흥원에서 소장 중이다.
이와 함께 오태완 작가(글 백악)의 '바다의 용사 똘똘이'(1947), 윤진의 '소년 홍길동'(1952), 이종현의 '산송장'(1953) 등 1950년대 희귀 단행본 7권도 확보했다.

특히 '바다의 용사 똘똘이'는 해방 직후 출판만화의 특징인 가로로 긴 우철 제본 형식과 그림·손글씨 조합이 돋보이며, 내지 전부를 두꺼운 종이에 인쇄한 점에서 당시 출판 양식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새로 수집된 자료는 스캔 및 등록 과정을 거쳐 한국만화박물관 2층 디지털열람실에서 열람할 수 있다. 진흥원은 만화자료의 체계적인 관리와 연구를 위해 기증도 활발히 받고 있으며, 김종래·이상무·박기정 등 다수의 작가와 개인 소장가들이 동참하고 있다.
백종훈 진흥원 원장은 “진흥원은 문화·예술적 가치가 높은 희귀 만화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해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이번에 확보한 '의열도'와 김종래 원고는 한국 만화사의 뿌리가 되는 귀중한 자료로, 앞으로도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진흥원은 오는 26~27일 '만화·웹툰-정상영업 합니다(Back to the Usual)'를 주제로 '제28회 부천국제만화축제'를 개최한다. 전시, 마켓, 야외 만화카페, 작가 사인회, 참여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독자들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