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 사업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연내 최종투자결정(FID)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LNG 생산시설과 액화 터미널, 송유관 건설, LNG 도입 등이 포함된 초대형 프로젝트로, 한국 기업들도 사업성 검토에 나서며 본격적인 참여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알래스카주 정부가 주도하는 이번 사업은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807마일(약 1297㎞)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앵커리지 인근 니키스키 항까지 운송한 뒤 액화해 아시아 등 수요처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투입 자본만 약 450억달러(약 64조 원)로 추산된다. 사업은 수십 년간 환경·생태계 논란으로 추진과 철회를 반복했으나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백악관의 강한 의지 속에 다시 추진력을 얻고 있다.

민간 투자자로 참여한 에너지 기업 글렌파른은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함께 연내 FID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가장 앞서 움직였다. 지난 11일 글렌파른과 LNG 도입 예비 계약을 체결하며 참여 검토를 공식화했다. 구속력은 없지만 사업성이 검증되면 연간 100만톤 규모 LNG를 20년간 공급받는 오프테이크 계약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에는 1297㎞ 파이프라인 건설에 포스코 철강재 공급 내용도 포함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LNG 가스전 운영 경험과 LNG 터미널 연계사업을 수행해왔으며, 그룹 차원의 트레이딩과 철강 공급망을 연계해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LNG 터미널 건설 경험이 풍부해 그룹 차원의 참여 가능성은 더욱 높다는 평가다.

LNG 생산시설·터미널 건설에는 국내 건설 대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직경 42인치(약 106.7㎝) 강관이 대량 투입되는 파이프라인 사업은 철강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아제강, 휴스틸, 넥스틸이 강관 주요 생산 기업이고, 원료인 열연강판과 후판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주로 생산한다.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은 지난 3월 알래스카 주지사와의 면담에서 “프로젝트가 현실화한다면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특정 기업 독점 계약보다는 생산 능력을 고려한 다수 업체 배분 방식이 유력하다고 본다.

SK·한화·GS 등도 에너지 분야에서 참여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요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본궤도 진입 이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변수다. 한국은 지난 7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 중 조선 분야에 배정된 1500억 달러를 제외한 2000억 달러는 전략 산업에 투입될 예정인데, 에너지 사업도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대미 투자처로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보장해준다면 기업 입장에서 참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국 투자 수익 배분 문제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렌파른은 오는 12월 알래스카 LNG 가스관 설치안을 발표한 뒤 최종 투자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업계는 올해 안에 FID가 마무리되면 2030년 상업운전 목표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참여 여부는 사업성 검토, 정부 차원의 투자 패키지 협상, 안정적인 수익 구조 확보 등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