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협업을 통해 대한민국 독도를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앞으로 더 연구하고 직접 방문해 독도의 아름다움을 수묵채색화를 통해 계속 표현해 나가고 싶습니다.”
오는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서준범 작가는 대형 수묵채색화 공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가로·세로 수 미터에 달하는 대형 한지 네 장을 이어 붙여 울릉도와 독도의 밑 심해까지 담아내는 작업으로 작업 장면을 직접 선보이는 퍼포먼스까지 곁들인다. 그는 “독도의 깊은 얼굴을 작품에 담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서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특히 ‘독도 심해 구조’를 재구성해 웅장하게 표현했다. 독도 해저의 돌빛이 위에서는 옅지만, 깊어질수록 현무암으로 변하며 어둡게 내려가는 과정을 화면에 담았다.
단순한 풍경 기록을 넘어, 보는 이가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려는 시도다. 이에 서 작가는 “독도 심해는 생물이 거의 없고 돌 색도 위에서 내려갈수록 현무암으로 어두워진다. 그런 질감과 변화를 그림으로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독도를 화폭에 담기 시작한 배경에는 오래된 기억이 있다. 10여 년 전 울릉도를 찾았을 때 기상 악화로 배에서 바라본 독도의 모습이 강렬하게 각인됐다.
서 작가는 “당시 섬에 오르진 못했지만, 바다 위에 떠 있는 독도를 보는 순간 현실 같지 않은 영적인 기운을 느꼈다. 그때부터 언젠가는 꼭 그려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이런 서 작가의 작업에는 언제나 ‘자연 그대로’라는 원칙이 깔려 있다. 독도 그림 속에서도 인공적인 시설이나 인위적 흔적은 철저히 배제된다. 바위의 질감, 파도의 색감, 섬을 감싸는 빛과 바람 같은 자연의 요소만을 화면에 담아낸다.
그는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자연만 담고 싶다. 해양 기지 같은 건 다 빼고 돌과 나무, 물빛만 남긴다"고 설명했다.
그가 동양화에 매료된 이유 역시 ‘자연과의 합일’에서 찾을 수 있다. 서양화가 천 위에 물감을 덧입히는 방식이라면, 동양화의 먹은 한지 속으로 스며들며 종이와 하나가 된다. 먹색이 한지 결에 번지면서 만들어내는 깊이와 은은함은 다른 매체가 흉내 낼 수 없는 특징이다.
서작가는 “먹은 숯가루와 아교를 섞어 만든 자연 재료고, 한지도 전통 방식 그대로 떠낸다“며 “종이와 먹이 하나가 되는 깊이감이 동양화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동양화를 선택한 길은 쉽지 않았다. 젊은 세대가 기피하는 장르이지만, 서 작가는 오히려 그 점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요즘 디지털 시대라 힘들다는 말이 많지만, 끝까지 파고들면 독보적인 장르가 될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도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야만 자기만의 기술을 가질 수 있다고 늘 강조한다”고 전했다.
지난 4월 개인전에서 동도와 서도의 풍경을 한지에 담아 호평을 얻은 그는 이번 10월 ‘독도의 날’ 대형 수묵채색화 공개를 통해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간다.
“이번 작업이 독도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금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서 작가의 바람은 그의 그림만큼이나 진중했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