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세계 4위 경제권’으로 도약해야 한다며 ‘한일경제연대’ 구상을 한층 구체화했다. 단순한 협력을 넘어 유럽연합(EU) 수준의 경제공동체로 발전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22일(현지시간)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양국은 무역 확대를 통해 성장을 이뤘지만, 앞으로는 무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한일경제연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15일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참관차 방일해 이 같은 구상을 설명했다. 그는 “양국 GDP를 합치면 세계 4위 수준의 거대 시장이 된다”며 “단순 협정(CPTPP) 가입만으로는 부족하고, EU처럼 완전한 경제통합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공급망 재편과 통상 질서 변화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목소리를 키우려면 경제공동체로 움직여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일본에서도 한일경제연대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이제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특히 AI와 반도체를 한일 협력의 핵심 분야로 꼽았다. 그는 “일본 NTT와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아이온(IOWN·Innovative Optical & Wireless Network)’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SK텔레콤, 소니, 인텔 등이 참여해 전기 대신 빛을 활용해 초저지연·저전력 통신을 구현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 중이다.
그는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HBM 등 AI 반도체 수요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이 손잡으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AI가 단순 응답 단계를 넘어 스스로 과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 수준으로 발전하면 반도체 수요는 더 폭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 최 회장은 ‘CEO 서밋’ 의장으로서 “이번 회의가 한·일 기업인들이 미래 협력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