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총액을 6억 원으로 제한한 이른바 ‘6·27 대출규제’를 시행했지만, 여전히 서울 주택 매수자 10명 중 3명은 6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층이 신용대출이나 사업자 대출 등 우회 경로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정준호(민주·광주 북구갑)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올해 1~8월 서울 주택 매매 자금조달계획서’에 따르면, 전체 거래 4만 9809건 중 금융기관 대출이 포함된 거래는 3만 1731건으로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특히 대출규제가 시행된 7월과 8월 두 달간에는 금융기관 대출이 포함된 거래가 4470건이었으며, 이 중 6억 원 이상 대출을 받은 건수는 1315건(29%)으로 집계됐다. 구간별로는 ▲6억~7억 원 미만 812건 ▲4억~5억 원 미만 773건 ▲3억~4억 원 미만 592건 ▲5억~6억 원 미만 561건 ▲2억~3억 원 미만 487건 순이었다. 10억 원이 넘는 고액 대출 사례도 280건에 달했다.
대출한도가 6억 원으로 제한돼 있음에도 이를 초과한 대출이 가능한 이유는 DSR 규제 방식 때문이다. DSR은 연 소득의 40% 이내에서 원리금 상환이 허용되기 때문에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 편차가 컸다. 6억 원 이상 대출이 실행된 주택 매매 비중은 강남구가 63%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서초구(54%), 성동구(45%), 용산구(43%), 중구(41%), 송파구(35%) 순으로 나타났다.
10억 원을 초과한 대출은 사업자 명의 등을 이용한 ‘우회 대출’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 매수자는 개인 명의 대신 법인이나 개인사업자 명의로 대출을 받거나, 사업자등록을 통해 추가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편법적 우회 대출이 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금융감독과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6·27 대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자, 자금조달계획서를 통해 매수자 자금의 출처와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세 번째 부동산 안정화 대책 역시 이 자료를 기반으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조달계획서는 주택 매수 시 자금 출처를 명확히 기재하는 서류로, 국토부는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내 모든 주택 거래와 비규제 지역의 6억 원 이상 주택 거래 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규제지역에서는 증빙서류 제출까지 요구돼, 정부의 자금 추적과 시장 모니터링의 핵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