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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매개로 트럼프 만나는 한국 재계

삼성·SK·현대차·LG·한화 방미…트럼프와 마러라고 회동

 

국내 5대 그룹 총수가 이번 주말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초청 형식으로 주선한 자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은 단순한 친목 행사가 아니다. 한미 간 고율 관세 협상이 막판 조율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국내 대표 그룹 총수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난다는 점에서 ‘경제 외교의 민간 확장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공식 협상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기업 총수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관세와 투자 문제가 자연스럽게 언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만남의 핵심 연결고리는 손정의 회장이다. 손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 중인 5000억 달러(약 710조 원) 규모 AI 인프라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오픈AI와 오러클, 소프트뱅크가 공동 추진하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클라우드 구축 사업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산업정책으로 꼽힌다.

 

삼성과 SK는 이미 오픈AI와 협력하며 프로젝트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재계에선 이번 마러라고 회동이 한국 기업의 추가 참여나 공동 투자 방안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손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친기업 파트너’다. 그는 2016년 트럼프 당선 직후 마러라고를 찾아 500억 달러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해결사(go-to guy)”로 불릴 정도의 신뢰를 쌓았다. 이번에도 손 회장이 트럼프의 경제 구상에 한국 기업을 끌어들이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이 손정의 회장의 제안을 받아 5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를 약속한 직후 관세 협상을 조기 타결했다. 현재 미국은 한국에도 유사한 형태의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 펀드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해당 펀드 조성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자금 출자 방식과 수익 배분 등을 놓고 미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요구하는 ‘현금 출자’ 비율을 둘러싸고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세부 조율만 남았다”며 협상 진전을 언급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 중 무역 관련 발표를 예고하면서, 이번 마러라고 회동이 실질적 타결의 ‘전주곡’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행보를 “AI·투자·통상이 맞물린 복합전선”으로 본다. 반도체와 전기차, AI 인프라 등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의 한가운데서 한국이 선택지를 정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한화그룹의 미국 계열사를 겨냥해 제재를 단행한 직후 김동관 부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대미 협력 강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공식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기업 총수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신뢰를 쌓는 것은 전략적으로 의미가 크다”며 “이번 회동이 향후 한미 경제협력 구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6일 동시에 미국으로 출국한다. 김 실장이 통상 협상 목적으로 방미하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구윤철 부총리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미 출국해, 한미 정상회담 전 사실상 마지막 각료급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마러라고 회동과 정부의 총력 방미 외교가 맞물리며, 한미 간 관세 협상과 대미 투자 논의가 막판 분수령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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