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물류산업의 중심지인 경기도에서 노동환경 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다층 하청 구조와 불안정 고용이 지속되면서 노동 인권 침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도 차원의 실태조사와 관리감독 체계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22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도내 물류센터는 654곳으로 전국 대비 약 31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창고 연면적 또한 절반 이상이 경기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대형 물류센터 상위 10곳 역시 모두 경기도에 위치해 약 2만 7000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계는 “전국 물류의 심장 역할을 하는 지역인 만큼 경기도의 책임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로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가 꼽힌다. 물류센터는 다층 하청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1차 하청이 계약직, 2차 하청은 일용직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상당수 노동자가 4대 보험, 퇴직금, 연차수당 없이 장기간 동일 현장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일용직으로 분류되는 불합리한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 환경 역시 열악한 실정이다. 냉난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폭염과 혹한에 그대로 노출되고, 휴게실과 식당 같은 기본 시설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물류센터 특성상 지게차 등 장비와 인력이 같은 동선에서 작업하면서 사고 위험이 높지만, 안전 인력 부족과 관리 소홀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물류센터를 드나드는 화물노동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화물노동자는 하루 12시간 이상, 주 6일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다수임에도 물류센터 내 휴게공간 부족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화물차 대기시간이 길지만 주차 공간이 부족해 사고 위험이 높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최근 한 달 동안 도내 화물노동자 사망사고가 6건 발생했지만 최소한의 안전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질환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차원의 실태조사나 현황 파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장은 “도에는 관련 조례가 존재하지만 실효성이 없다”며 “피해 규모 파악부터 공정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경기도가 직접 물류센터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류센터 실태조사와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27일 경기지역 물류단지 실태를 파악하고 노동자 보호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