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엔 물고기가 안 잡히면 그저 하늘만 봤습니다. 이제는 수협이 길을 보여주죠.”
경남 통영의 어업인 김모 씨(58)는 올해 어획량이 줄었지만, 수협의 다양한 지원 덕분에 소득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로 바다의 온도가 오르면서 잡히는 어종이 변하고 생산량이 줄었지만, 어민들의 삶은 예전보다 안정돼가고 있다.
◇ 생산량은 줄었는데, 어민 지갑은 두터워졌다
수협은 최근 몇 년간 어민 지원을 ‘현장 중심’으로 전환했다. 유통구조 개혁, 위판장 현대화, 공제사업 강화에 이어 고부가가치 양식품 지원에도 속도를 냈다. 수온 상승으로 잡히기 어려워진 어종 대신 김·전복 등 양식 산업을 집중 육성해 어민의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수협 수산경제연구원의 ‘2025 수산경제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어가소득은 5636만 원으로 1년 전(5478만 원)보다 약 3% 늘었다. 2025년에는 5794만 원에 이를 전망이다. 10년 전(2014년 4102만 원)과 비교하면 약 37% 증가한 셈이다.
그 배경에는 수산물 수출 호조가 있다. 2024년 수산물 수출액은 30억 2500만 달러로, 지난해(29억 9700만 달러)에 이어 2년 연속 30억 달러대를 기록했다. 특히 김 수출액은 7.7억 달러(약 1조 원)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K-푸드 열풍의 중심에 섰다. 수산경제연구원은 “김을 비롯한 가공 수산물 수출이 전체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생산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총어업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했지만(367.8만 톤→367.4만 톤), 해면양식어업이 이를 상쇄했다. 해면양식 생산량은 10년 전보다 46.7% 증가하며 연근해 어획량 감소를 보완했다.
제주 전복 양식 어업인 이모 씨(52)는 “수온이 오르면서 양식 여건이 쉽지 않았지만, 수협의 장비 교체 자금과 기술 지원 덕분에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바다에 뛰어들어서라도 막겠다”…노 회장의 현장 리더십
“수협은 어민 곁의 현장 동반자입니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올해 4월 ‘수산인의 날’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와 원전 오염수 등 위기 상황에서도 어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말뿐이 아니었다. 수협은 2024년 지도·경제사업 부문에서 세전이익 410억 원을 거뒀고, 이를 바탕으로 어선사고 예방·여성어업인 복지·귀어·귀촌 지원 등 8개 핵심 사업에 약 20억 원을 투입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당시 노동진 회장은 “바다에 뛰어들어서라도 막고 싶다”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전국 위판장을 중심으로 ‘수산물 신뢰 회복 캠페인’을 전개하며 소비 위축을 막았다.
노 회장의 이런 현장형 리더십은 어민들에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수협’이라는 신뢰를 심어줬다.
◇ ‘감소 속 성장’…바다가 달라져도 지켜낸 어민의 삶
수산물 자급률은 2024년 72.5%, 2025년 72.4%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이후 70%대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국내 수산업 기반은 여전히 견고함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협의 역할이 단순한 금융·판매조직을 넘어 산업조정자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양식 확대, 유통 혁신, 수출 고도화 등 산업 구조 재편의 중심에 수협이 서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연근해 어업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수협이 기술혁신과 생산 효율화에 더 깊이 관여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지역별 어업 구조조정, 탄소저감형 양식기술 개발, 해양자원 관리 강화 등 ‘지속가능한 어업 생태계 구축’이 향후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수산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수출과 양식 확대가 단기 소득 안정에 기여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과 기후 대응력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수협이 단순 지원기관이 아니라 미래형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 감소에도 소득이 늘어난 ‘감소 속 성장’은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기후위기 속에서도 어업 현장을 지탱한 것은 제도와 조직의 변화였다.
수협은 더 이상 어민을 돕는 ‘조합’이 아니라, 해양 산업을 움직이는 경제 주체로 변하고 있다. 이제 수산업의 회복력은 바다의 풍요가 아니라, 얼마나 체계적으로 위기에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 경기신문 = 공혜린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