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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위근의 언론 돞아보기] 또 다른 '토끼풀'을 기다린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언론매체 수는 그야말로 확장일로에 있다. 법적으로 등록되거나 허가되지 않은 혹은 그럴 필요가 없는 자칭 언론매체의 증가도 가파르다. 양적으로만 따지면 언론산업은 얼핏 유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종사자나 전문가는 물론 시민도 언론산업의 열악함을 잘 안다. 주위 시선도 예전 같지 않다. 대학에서 저널리즘의 인기는 시들하다.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미디어 전공생은 해마다 줄고 있다. 관련 강의가 폐강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 많았던 대학언론도 쇠퇴의 길에 접어든 지 오래다. 언론을 제외하고도 전망 밝은 미디어 영역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선뜻 언론에 자신의 미래를 맡겨보라 청년에게 추천하기 어렵다. 그래서 청년이 자발적으로 만든 언론매체는 내게 언제나 응원의 대상이다.

 

숟가락 하나 올려본다. 작년 4월 창간한 '토끼풀', 최근 여기저기에서 많이 소개된 신문이다. 제호는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라는 게임에 나오는 ‘토끼풀 신문사’에서 따왔단다. 서울 은평구 6개 중학교의 학생 32명이 만든다. 이들이 직접 기사를 쓰고 편집하며 발행한다. 중학생이 만드는 재기발랄한 학급신문 정도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종이신문도 발행한다. 이들은 창간 이래 청소년의 권리와 복리 증진을 위해 청소년 교통비, 학생회 문제, 특수교육 대상 학생 괴롭힘, 학교 공사, 학생인권조례, 학교 급식실 노동 환경, 대선후보 청소년 공약 등 관련 보도를 했다. 이번 달에 총 20면으로 발간한 종이신문 제18호에는 교육감, 정당 대표, 국회의원 등의 기고가 있다. 은평구의 광고도 실렸다.

 

'토끼풀'은 총 8면이었던 지난달 제17호의 1면을 백지로 발행해 널리 알려졌다. 일부 학교의 언론 탄압에 항의한다는 이유였다. '미디어스' 기사에서 편집장은 신문을 배포해 온 4개 중학교 중 3곳에서 한 번 이상 배포 금지 처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한 중학교는 기자가 직접 배포한 신문을 압수하고 배포 금지했다고 한다. 한 기자는 다른 중학교에서 배포 전 사전 검사, 기계적 중립과 수정 요구 등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이 통제와 간섭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말을 했다. 백지 사태 이후 광고가 많이 들어오고 후원자가 천 명 정도 된 모양이다. 진보 유튜버의 후원 제안이 있었지만 편집장은 거절했다. 중립을 표방하고 있고, 종속되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였다. 그는 언론의 근본 목적이자 존재 이유를 문제 제기라고 했다.

 

'토끼풀' 구성원이 겸연쩍어 할 수 있겠으나, 이들의 언론관은 놀랍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저항도 마다하지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보도 수준이다. 직접 취재를 기본으로 하는 보도는 기성 언론의 낯을 부끄럽게 한다. 상당량을 차지하는 심층보도 또한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이들 세대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전통 언론매체인 종이신문을 선택한 것이 신기하다. “앞으로도 '토끼풀'은 여러분의 믿음을 배반하지 않는 정론(正論)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제18호 20면에 실린 성명의 마지막 문장이다. 자못 비장하다. 또 다른 '토끼풀'이 하나쯤 더 나온다면, 우리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잠시나마 접어둘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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