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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전시] 탈북민의 시간·감정·기억을 전시장에 펼치다

2025 경기작가집중조명 '작은 것으로부터'

 

작가들이 오랫동안 붙잡아온 ‘작은 감각’이 어떻게 동시대 조형 언어로 확장되는지 보여주는 전시가 열렸다.

 

경기도미술관이 ‘작은 것’에서 시작된 감각이 사회와 제도의 틈을 통과해 결국 거대한 서사로 확장되는 지점을 탐색하는 전시, 2025 경기작가집중조명 '작은 것으로부터'를 개최했다.

 

올해로 4회를 맞은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이후 조각적 기반 위에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온 세 작가의 태도와 축적을 조명한다.

 

 

그 가운데 박혜수의 작품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미세하나 가장 중요한 목소리를 집요하게 끌어올린다. 박혜수의 작업은 오랫동안 발화되지 않은 감정, 구조화되지 않은 개인의 이야기를 수집하며 시작됐다.

 

몇 해에 걸친 설문·인터뷰·아카이빙 과정을 통해 미시적 정서와 사회 구조가 만나는 지점을 탐색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탈북민을 다층적으로 담아낸 대형 설치 신작 두 점을 선보인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먼저 '나라없는 사람 Ver. 25'가 공간을 지배한다. 탈북민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과 한국인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버린 꿈’ 조사가 출발점이 된 작품으로, 벽면엔 설문지가 층층이 붙어 있고 상단에 설치된 서치라이트가 사방을 비춘다.

 

모빌에 매달린 스피커 6개에서는 탈북민 인터뷰 음성, 혐오 발언을 모은 사운드, 광장 집회 소리가 뒤섞여 재생되며 공간 전체를 압도한다.

 

 

작품의 중심에는 분쇄된 화폐로 빚은 초록빛 사막이 자리한다. 한국은행이 제공한 분쇄 화폐로 구성된 이 사막은 국경을 넘는 여정 속에서 끝까지 지녔다가 버릴 수밖에 없었던 사진, 보자기, 쌈짓돈 등이 곳곳에 묻혀 있다. 

 

이에 이 작품은 탈북민들이 중국의 사막을 건널 때 마주했던 극한의 시간, 그리고 그 너머에서 상상했을 ‘낙원’의 이미지를 신기루처럼 드리운다. 

 

 

이외에도 전시에는 두 작가의 다른 ‘작은 시작들’이 함께 배치된다. 김나영&그레고리 마스는 SNS에서 사회적 자본처럼 소비되는 개인의 트라우마에 주목해, 기술·의료의 발전과 뒤얽힌 감정의 구조를 드러내는 ‘킴킴 갤러리: 트라우마 자랑(2025)’등을 선보인다.

 

 

또 최수앙은 인체 조각을 기반으로 물질과 반복 수행의 리듬에 집중하며 일상적 감각의 흔적을 입체적으로 확장한 ‘괴물원 연작(2025)’등을 내놓는다.

 

결국 세 작가의 작업은 모두 작은 감각에서 출발하지만 동시대 사회 구조와 제도, 물질의 관계까지 확장되는 흐름을 공유한다.

 

전시는 2026년 2월 22일까지 경기도미술관 1·2전시실에서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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