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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숲속을 거닐며] 나는 시민인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미국 텍사스주 남부 코퍼스 크리스티 해변의 백사장. 빨간 모자를 쓰고 망대에 높이 앉은 한 청년이 수면 위를 바라보고 있다. 해수욕장을 가득 메운 수영객들이 물장구를 치며 마냥 즐거운 탄성을 질러도 청년의 눈길은 흔들림이 없다. 한 사람 한 사람 수영객의 행동을 주의 깊게 바라볼 뿐이다.

 

이른바 수상 안전요원. 그러나 그 청년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상안전구조운동(The Life Save Movement of America) 소속 대학생 자원봉사자’다. 어떤 대가도 받지 않는 학생이다. 단지 6만  6000명 자원봉사 회원 중 한 명으로 뽑혔다는 기쁨에 무더위도 아랑곳없이 이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미국 중동부 테네시주에 있는 에니타 앤 마티니스 레크리에이션 센터. 저소득층이 몰려 사는 빈민 지역의 이 센터에 15명의 히스페닉 주부들이 어린 멕시코계 청소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캠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1973년 이 지역 시의원 이름을 따 지은 이 센터의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주부다. 이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가난한 주민들에게 무료급식을 나눠주고, 알뜰시장을 개설한다.

 

서울 명동 예술극장 앞. 세계의 관광객이 넘쳐나는 명동 골목을 오가며 담배꽁초를 줍는 이들이 있다. 10대 학생부터 40대 직장인, 50대 자원봉사자 및 학부모들까지 각자 본인들이 제작한 활동조끼를 입고, 목장갑을 낀 손에는 1미터 길이의 집게를 들고 있다.

 

자원봉사자(볼런티어). 21세기 미래는 그들에게 맡겨져 있다. 더 이상 국가에만 기댈 수 없다. 지난 인류의 꿈은 복지국가였다. 산업화와 더불어 시작된 근대국가의 출현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보완을 위해 국가의 확대된 사회정책을 요구했다. 노후소득·질병·실업·장애·빈곤 등 복지 영역을 비롯해 시민생활의 모든 면을 국가에 책임지우려 했다. 20세기 들어 그 복지국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상징되는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를 낳았다.

 

세계는 변하기 시작했고, 그 변화는 1970년대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학자들은 이를 ‘신보수주의’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 물결의 새로운 정체가 무엇인지 확실히 깨닫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히 사회복지 영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 · 범죄 · 정치 · 인권 · 소비자 등 모든 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 일어나는 새물결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지역사회운동도 아니고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이 말하는 민주정치의 ‘제3의 물결’만도 아니었다. 그것은 정치와 경제를 넘어 인류 모두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손에 손을 잡는’ 새로운 시민사회(Civil Society)의 건설운동이다.

 

바로 우리 시민, 시민사회 단체들이 나서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고 환경오염·기후변화·외로움·소외 등으로 우울한 사회를 맑게 하는 활동에 모두 나서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점점 멀어져 가는 이웃 관계를 회복하고 공동체를 다시 회복시켜 보자는 것이다.

 

이른바 ‘제3섹터’의 등장으로 불리는 이 물결이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다. 2026년을 맞이한 지금, 지역공동체의 이슈를 시민이 함께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일이다.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는 ‘나는 시민인가’라는 책에서 ‘시민’과 ‘시민됨’의 가치를 되돌아보자고 제안한다. ‘국민의 시대’에 머물고 있는 우리와 자신을 통렬히 반성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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