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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의 딸' 그녀를 만나다

 

지난 6일, 현충일 '빨치산의 딸' 작가 정지아를 만났다.
유난히 눈부신 햇살 아래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를 봤을 때 어두운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아간 인사동의 어느 찻집에서 그녀는 담담하게 그러나 진지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이제 15년 전 이적표현물로 판금 조치돼 어둠 속에 갇혀있던 그 이야기를 그녀의 입을 통해 들어본다.

1990년 정지아(40) 작가는 25살로 장편소설을 쓰기에는 '어린' 나이에 빨치산의 딸을 출간했다.
당시 계간 실천문학에 연재를 거쳐 세 권짜리 단행본으로 펴냈던 작품이다.
출간 직후 판금조치를 당해 작가 자신은 수배자 딱지를 붙이고 도피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남로당 전남도당 인민위원장이었던 아버지와 남부군 정치위원이었던 어머니, 자신의 가족사와 함께 핏빛 현대사를 그렸다.
작가의 부모는 빨치산 시절 자신들의 거점이던 지리산과 백아산에서 한 글자씩을 딴 '지아'라는 이름을 딸에게 붙여 주었고 그녀는 그렇게 역사의 한 가운데에서 서 있었다.
정.지.아 세 글자는 그녀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운명이었던가.
성장기 시절 사상범으로 광주교도소에 수감중이었던 아버지와 가난의 굴레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았던 어머니를 원망도 했지만 결국 그녀는 화해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빨치산'의 모습이 드러났다.
* '실록'소설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어느 정도인가.
- 95% 정도가 사실이다. 이 이야기를 직접 '빨치산' 본인들이 썼다면 표현방법이 딱딱했을 것이다. 나는 그 딱딱한 것을 좀 더 멋지게 표현했을 뿐이다. 그 표현방법이 나머지 5%이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소설'이라고 분류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자신의 부모님을 세상에 드러내는 작업이 힘들지 않았는가.
-15년 전, 그 당시에는 해방 전후사에 관한 이야기가 남부군과 지리산 외에는 없었다. 또, 그 작품들 속에서는 휴머니즘 관점에서 빨치산을 단순 희생자로 바라본 것이었다. 책은 판금 당했고 나도 수배자 생활도 했지만 역사의 불 속으로 뛰어든 사람에 대해 정확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 25살, 정말 '어린' 나이에 무거운 주제를 다뤘다. 새롭게 출간한 소감은.
- 지금 쓰라고 한다면 못쓸것같다.(웃음) 너무나 어려운 작업이었고 철이 없어서 멋모르고 쓴 것같다. 당시에는 역사적으로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했고 학생운동을 하는 상황에서 물불 가리지 못하고 뛰어든 작업이어서 가능했던 것이다.
* 공사주의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 부모님은 여전히 첫사랑처럼 그 신념과 마음을 유지하고 아련하게 추억하고 계시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조금 많이 변했다. 처음 책을 쓸 때는 사회주의가 현실적인 대안이라 생각해 내용이 과격했다. 재출간하면서 개인적 감정을 걷어내고 객관적으로 정화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사회주의가 현실적 대안은 아니지만 세상이 완전하지 않기에 대안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색깔'이 변했다는 비판도 있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가.
-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20대에 진보 아닌 사람 없고, 40대에 보수 아닌 사람 없다'는 말이 있듯이 그런 정도의 변화가 묻어나는 것이 아닌가. 세상을 바라보는 측면이 넓어진 것이지 관점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한 시간 가량 그와의 수다가 끝이 났다.
한 20년 후, '빨치산의 딸'을 다시 한 번 총체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주어진 책임인 것 같다며 담담히 말하는 그에게서 역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느껴진다.
필맥 펴냄, 전2권 각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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