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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와이 순지를 만나다

투명함이 느껴지는 순백색 사랑 이야기 영화 '4월 이야기'와 '러브레터'로 국내 관객을 사로잡아온 이와이 순지 감독의 색다른 영화 4편이 오는 23일 국내 개봉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팬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이전 작품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그러나 어딘가 비슷한 느낌의 영화 4편 '언두'(1994), '피크닉'(1996),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1996), '릴리슈슈의 모든 것'(2001)이 '이와이 순지가 보내온 6월의 러브레터'라는 제목 아래 패키지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
만약 관객이 이와이 순지 감독 특유의 사랑으로 그린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4편의 영화에서 인물들은 아웃사이더이거나 기존 시스템과 불화하는 부적응자로, 기이한 욕망에 사로잡혀 거대한 세상의 질서에 짓눌려 파괴돼 간다.
'러브레터’의 토대가 된 화제작 '언두'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첫 필름작업 작품으로 상영시간 47분의 드라마 영화다.
일본에서 일주일간 심야시간대에만 상영된 당시 모든 표가 매진돼 일본 문화계 전반에 이와이 순지를 각인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94년 베를린 영화제 NETPA(포럼부문 최고의 아시아 영화)상을 수상한 이 영화의 제목 '언두'는 '풀다' 혹은 '해방하다'라는 의미다.
영화에서는 '묶는' 행위가 이어진다.
작가 유끼오(도요가와 에쓰시 분)가 애인 모에미(야마구치 도모꼬 분)에게 애완용 개대신 거북이를 선사한다.
모에미는 애완용 거북이를 묶어서 천장에 매달아 놓는 등 집안 내의 모든 물건을 묶기 시작한다. 이에 병원을 찾은 두 사람에게 내려진 진단은 '강박성긴박증후군'. 함께하고 싶지만 하나가 되지 못하는 사랑의 아픔을 그려 집착적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영화 '언두'는 이번 패키지 영화 중 단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 세계 각종 영화제에서 최단기간 매진의 기록을 세운 '피크닉',
사회와 병원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인물을 내세워 정상과 비정상의 구획 등 분열에 대한 감독의 철학적 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안과 밖의 경계선인 담장 위로만 다니는 주인공 일행의 풍경은 구속되기 싫지만 소속돼야 하는 현대인의 정신적 방황을 보여준다.
이와이 순지 생애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스왈로우 테일'.돈을 파내려고 몰려든 이방인들이 형성한, 언제인지 모를 과거에 있던 가상의 공간 '엔타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곳에 사는 창녀 그리코와 어린 소녀 아게하, 이들을 돌봐주는 남자 페이 홍 등은 꿈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어느 날 우연히 범죄조직의 하수인을 죽이고 그의 뱃속에서 발견한 카세트테이프를가 위조지폐를 만들어내는 자기장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범죄조직의 추적, 톱스타로 변신하는 그리코 등 극단적인 자본주의 풍경이 공상과학(SF) 코미디 누아르 액션 등 장르를 넘나들며 펼쳐진다.
패키지 마지막 상품(?)은 감독을 일본영화계의 거장 반열에 올려놓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다.
감독이 직접 쓴 인터넷 소설에 기반을 둬 일본영화 최초로 촬영에서 상영까지 디지털로 한 작품으로 10대의 위태롭고도 순수한 사랑을 다루고 있다.
감독은 영화 속에서 가공의 10대들 우상인 아티스트 '릴리 슈슈'을 창조해 그의 팬 사이트 '리리홀릭'을 통해 대화하는 10대들의 모습을 독특한 형식으로 보여준다.
리리슈슈의 라이브가 있던 12월 시부야 콘서트장에서 리리홀릭 멤버 중 한 사람이 살해되고 얼마 후 그 전모를 밝히겠다는 메시지가 리리홀릭 사이트에 올라오면서 영화는 10대의 우울하고 혼돈에 휩싸인 모습을 그린다.
이처럼 이번 영화들은 모두 '사랑'을 다루고 있지만 아름답지만은 않다.
'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우울한 어두운 사랑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이 감독은 이번 영화들을 통해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왈로우 테일'은 서울 시네코아 등 전국 6개 극장에서 개봉하고 나머지 3편은 시네코아에서만 23일부터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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