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단어 ‘빨리빨리’는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유명사가 되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가 ‘빨리빨리’라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속도와 효율에 진심인 민족인지를 방증한다. 이러한 압축 성장의 에너지는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냈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에 짙은 그늘을 남겼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급격한 가족 해체, 그리고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는 우리가 앞만 보고 달려오는 동안 무엇을 놓치고 짓밟아 왔는지를 아프게 증언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밀려왔다. AI는 인간이 수십 시간에 걸쳐 하던 일을 단 몇 초 만에 처리하며 인간이 추구해 온 속도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이제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거나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은 더 이상 인간만의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속도의 경쟁이 사라지는 자리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는가?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지혜를 빌려오고 싶다. "하라카 하라카, 하이나 바라카." 번역하면 "서둘러 하는 일에는 복이 없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2025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세계적 현상으로 확산되며 한국 콘텐츠 산업은 헐리우드 중심의 글로벌 콘텐츠 질서에 대한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흥행 성과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의 정서와 문화 규범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필자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한국 드라마가 한때 시청률 80%를 넘기던 현장을 직접 목격한 바 있다. 2천년대 초 주몽, 허준, 대장금, 선덕여왕으로 대표되는 사극을 통해 형성된 신뢰는 이후 꽃보다 남자와 같은 하이틴 로맨스물로 확장되며 청소년층까지 빠르게 흡수했다. 중동의 어느 나라에 방문했을 때 허준 돌풍 후에 주몽과 선덕여왕이 동시간 대에 방영하고 있었다. 문제는 남성들은 주몽을 보고 싶어했고, 여성들은 선덕여왕을 보고 싶어했다. 외출이 자유롭지 않던 아내들이 드라마도 마음대로 못 보느냐며 항변하자 TV를 더 구입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한류가 오락을 넘어 사회적 소비 현상으로 확장된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이슬람 문화권의 방송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국에서 제작하는 영상의 콘텐츠는 수준과 재미가 부족했고, 반면 해외 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