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國格)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척도는 선거문화다. 선거야말로 한 사회집단의 의식과 정치문화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거 풍경은 어떠한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살풍경을 떠올리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요즘 국회에서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놓고 여야 간에 샅바싸움이 한창이다. 5차방정식인지는 몰라도 현행 300석을 어떻게 나눠가질 것인가를 갖고 갑론을박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얻는 득표를 연동형으로 배분하는 방식인데, 정작 만드는 의원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심지어는 “국민은 다 알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건 아니다. 뭐가 구려서 인가, 무슨 사정이 똬리를 틀고 있기에 그럴까. 국민은 알 필요가 있고 알아야 마땅하다. 국민이 정치인을 뽑는 선거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선거제 개정안이 의원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는 지적이다. 어느 의원은 당 의총에서 “나 정도 머리를 가진 사람은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을 정도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는 분명 문제는 있다. 득표율에 관계없이 지역구에서 1등만 하면 무조건 당선된다. 선거 때마다 이익을 얻는 정당은 다르지만, 표의 가치가
선거도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끝났다. 농협 1천114명, 수협 90명, 산림조합 140명 등 총 1천344명의 조합장이 당선을 거머줬다. 이번 선거로 조합장이 바뀐 조합은 466개소(41.8%)로 지난 2015년 제1회 선거(46.6%) 대비 4.8%포인트 감소했다. 여성조합장은 전국적으로 23명이 입후보해 8명이 당선됐다. 선거인 221만977명 가운데 178만3천840명이 참여해 투표율 80.7%를 기록했다. 제1회 선거의 평균투표율 80.2%보다 0.5%포인트 높은 결과다. 하지만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도 제1회 선거 때처럼 금품수수 등 불법선거운동 행위가 나타났다. 공명선거를 치르자고 다양한 방법으로 캠페인을 벌렸지만 구태(舊態)가 반복됐다. 조합장 당선자 1천344명 중 86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입건된 당선자 중 2명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82명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선되지 않은 선거사범까지 포함하면 모두 402명이 입건됐고 21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조합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선거처럼 마구잡이로 금품이 오가고 향응이 오갈 수 없는 자리다. 조합장 자리가 돈벌이나 권력을 쥐
예술은 다리다. 예술인이 건설하는 보람 있는 다리다. 도민들은 그 다리를 밟고 건너다닌다. 소통의 다리요 융합의 다리다. 이번엔 경기도가 다리를 놓았다. 도내 예술인들의 권익 보호와 창작활동 지원을 위한 ‘경기예술인 정책의 다리’다. 오는 2022년까지 총 132억2천만원을 쏟아 붓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청년예술가를 대상으로 연간 300만원의 창작활동비를 지원한다. 예술창작공간도 9곳에 설치하는 등 그야말로 활력이 넘치는 내용이다. 가뜩이나 경제 불황에 의기소침한 예술인들에겐 단비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 예술의 활성화는 메말라가는 도민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덮혀 줄 수 있는 힘이다. 오후석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이 발표한 경기예술인 정책 골자는 이렇다. 불공정행위로부터 예술인을 보호하고 예술 활동 여건을 마련하며 열악한 창작공간을 개선하는 등 세 가지 분야로 추진한다. 먼저 도는 불공정행위로 고통 받는 예술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예술인 지킴이’제도를 도입한다. 노무·계약 전공자 2명을 예술인 지킴이로 채용해 잘못된 계약서 작성이나 저작권 문제에 대한 예술인의 고충을 덜어주겠다는 복안이다. 상담이나 신고, 소송, 분쟁 조정을 도와준다. 예술인과 예비예술인을
안전불감증(安全不感症)은 버릴수록 행복해진다. 평소에 몸에 익힌 응급처치는 내 가족을 구하고 이웃의 생명을 구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주 새벽, 자택에서 50대 가장이 물을 마시던 중에 갑자기 심정지로 쓰러졌다. 건강만큼은 자신 있다고 자부하던 터라 가족이 모두 놀랐다. 급박했다. 아내가 남편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그 사이 자녀가 119에 신고하고 소방관이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CPR)이 이어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남편은 무사히 회복됐다. 아내의 신속한 초동조치 때문이었다. 응급처치 강사로 활동하던 학생이 지하철에 쓰러진 남성을, 어린 자녀가 부모에게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시행해 소중한 생명을 살린 미담들이 보도된 바 있다. 심폐소생술은 심정지가 발생한 사람에게 심장의 순환 기능을 보조해주는 행동이다. 생명지킴이다. 심장이나 폐가 정지한 후 4분가량을 방치하면 뇌의 무산소증이 시작돼 자칫 생명을 잃거나 뇌손상을 초래한다. 생사(生死)가 달린 골드타임을 놓치지 않고 간단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율이 3배나 높아진다. 심폐소생술 교육이 전 국민에게 확대돼야 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심폐소생술 처치하는 비율은 8.7%에 불과하다. 일반인 55%가 초
도서관은 학문과 지혜의 수도다. 책과 사람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공간이다. ‘경기도대표도서관’ 이름만 들어도 매혹적인 도서관의 자태가 아른거린다. 공사비 과다 논란을 부른 경기도대표도서관이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지난 20일 경기도대표도서관 건립사업을 두고 전문가와 시민단체, 경기도의원 등이 머리를 맞댔다. 도민여론 수렴을 위한 제1차 전문가 토론회를 위해서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체적으로 경기도 공공도서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언급하며 한 목소리로 대표도서관 건립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입지와 규모에서는 이견(異見)을 보였다. 수원광교에 건립할 경우 서로 다른 기관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찬성 측과 인접한 도서관들과의 기능이 중복될 수 있다는 반대 측이 치열한 토론을 펼쳤다. 규모에 대해서도 경기도의 인구와 도내 공공도서관의 수 등을 고려하면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과다한 예산 투입을 경계하는 입장으로 갈렸다. 도는 다음 달 2일 도민 100명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열고 경기도대표도서관의 방향을 놓고 투표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도민참여단은 시·군별 인구비례로 무작위로 선발해 토론회 참석 가능 여부를 물어 투표단을 꾸릴 예정이다. 도서관법
더불어 살고자 하는 마음,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은 올해도 곳곳에서 이어진다. 세상을 밝히는 아름다운 등불, 적십자가 쉼 없이 희망지킴이로 오뚝 서가기 때문이다. 2019년 적십자 회비모금을 위한 31개 시·군 순회를 76일 만에 마쳤다. 경기도가 워낙 넓고 시군도 다른 광역자치단체보다 많아 일정을 소화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경기적십자사 회장이 기초단체장을 방문할 때 지역 적십자봉사원 임원진이 함께 자리를 한다. 1년 활동사항을 설명하면서 다양한 건의가 이뤄지고 답변도 이어진다. 1년에 한 번 이뤄지는 뜻 있는 자리다. 지난 12월 광주시를 시작으로 2월14일 이천시를 마지막으로 특별성금 모금을 마무리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치단체장들이 내는 특별성금은 상징성이 크다. 그래서 ‘특별’이라는 낱말이 붙는다. 이들 자치단체장들이 솔선하여 적십자 회비를 납부하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된다. “아차” 하고 주민들이 깜박하고 잊어버렸던 적십자 회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후광(後光)효과를 거둘 수 있길 바란다. 예전에는 대통령 명의로 적십자회비 납부를 당부하는 담화문이 거리곳곳에 붙었다. 그 후 보건부장관 명의로 담화문이 발표되더니 그마저
“인생을 망치지 않으려면 자신의 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세계적 문호 셰익스피어가 일찍이 한 말이다. 말은 큰 힘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언제나 말을 잘 선택해 사용해야 한다. 얼마 전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이 말실수로 물러났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초청간담회’에 참석해 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 김 보좌관은 이날 “50~60대는 할 일이 없다고 산에 가거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퇴직과 청년실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30대 청년층과 50~60대 장년층의 심정을 헤아려야 하는 청와대 경제참모로서는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참 딱한 일이자 어처구니가 없다. 그렇게 돌아가는 밑바닥 정서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 경제보좌관 자리를 덥석 받았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혀는 세 치, 약 10㎝밖에 되지 않으며 57g에 불과하다. 이런 세 치 혀가 우리네 운명을 쥐락펴락한다. 다른 자리도 아닌 경제를 담당하는 고위 공직자가 젊은이들 일자리가 없어 고민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못한듯하다. 젊은이들은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
적십자는 생명이다. 적십자는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며 인간존중을 보장한다. 전쟁터에서 부상자를 차별 없이 도우려는 생명 존중에서 태어난 글로벌 재난구호 기구다. 스위스의 젊은 실업가 앙리 뒤낭이 제네바 협약을 제창하여 국제적십자가 태동됐다. 현재 191개 나라가 가입돼 인도주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고통이 있는 곳에 적십자가 있다. 114년 전에 고종황제가 ‘광제박애(廣濟博愛), 즉 널리 구제하고, 고루 사랑하라’는 칙령을 내려 이 땅에 적십자 깃발이 세워졌다. 적십자는 마치 종교와 같다. 어떠한 형태로든지 이득을 추구하지 않고 무한 봉사하기 때문이다. 봉사기구이자 구호 운동체다. 실제 종교와는 다른 종교다. 자발적 봉사원들이 적십자 깃발 아래 언제나 하나로 뭉친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음과 행동으로 전하는 ‘사랑과 나눔, 희망’이라는 말들이 지친 이웃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다. 봉사원간 편 가르기가 없이 어디서나 일체감을 갖고 재난 현장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그것이 적십자의 힘이다. 평소에도 교육과 훈련을 통해 봉사원으로서 자질을 키워 나간다. 봉사원들은 일곱 가지 국제적십자 기본 원칙을 신조로 삼고 활동한다. 인도, 공평, 중립, 독립, 자발적 봉사,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권력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권력을 갖고 그가 하는 행동’이라고 그리스의 현인(賢人) 피타쿠스가 말했다. 어제 그제의 말이 아니다. 요즘 크고 작은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의 작태를 보면서 분노마저 치민다. 지방의원이나 국회의원이나 외유 추태 논란은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왜 국민들이 그 외유가 ‘속 빈 강정이란 실상’을 잘 알고 있는데도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이유가 뭘까? 한마디로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한 처사다. 그들 안중(眼中)에 국민이 없는 것이다. 이번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7박10일간 미국과 캐나다 외유는 군민들의 공분(公憤)을 삼고도 남을 일이다. 연수가 아니라 흥청망청 관광에다 안경을 쓴 가이드에게까지 폭언과 폭행을 했다.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태다. 오죽하면 군민들이 의원 9명의 전원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릴까.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신년 벽두부터 우리나라 경제 전망이 녹록치 않다는 것에 대해서 이견이 없다. 취업을 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층이 늘고 있는 현실이다. 연일 하늘은 미세먼지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뭐 하나 시원하게 느낄 수 있는 구석이 없는 데 희망을 주어야할 정치인들이 국민의
온종일 초미세먼지 노이로제에 시달렸다. 환경재앙이다. 요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날들이 늘어간다. 눈앞을 가릴 정도로 심하다. 짜증이 난다. 심지어는 우울감과 분노를 유발케 한다. 시민의 일상이 미세먼지 탓에 꼬인다. ‘외출을 자제하라, 마스크를 착용하라’이게 답은 아니다. 효과가 전혀 없지 않겠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미세먼지 유해성이 커지면서 시민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는 해마다 높지만 뾰족한 묘수가 없다. 과학적 정보가 부족한 탓이다. 과학은 소통의 도구다. 과학적 대응을 해야 한다. 여전히 미세먼지는 무대책이 대책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건·건강분야에서 시민의 최대 관심사가 미세먼지가 아닌가. 이대로는 살 수 없다. 종합적인 연구물을 갖고 더 강력한 저감대책이 나와야 한다. 주로 많이 발생되는 초미세먼지는 휘발성유기화합물가스가 반응해서 유기입자로 만들어진다. 발생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더 문제다. 미세먼지가 어디에서 얼마만큼 발생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환경부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바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