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의 매일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원하든 원치 않든 누군가를 설득하고 있다. 직장에서 업무하는 중에, 집에서 식구들에게도 내 뜻을 말하며 설득하는 상황들에 직면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거대한 협상 테이블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몇 가지 최근 뉴스를 보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을 위한 상호관세 결정을 앞둔 상황이어서 우리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관세 폭탄을 막기 위한 막판 ‘설득전’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의대생 복귀를 위해 대학은 계속 ‘설득작업’을 했지만, 마감시한까지 등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결국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발송하게 되었다. 그러자 제적을 앞둔 의대생들은 입장문을 내고 정부를 향해 의대협과 진심으로 ‘소통’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안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여야는 오랜 줄다리기 끝에 보험료율(내는 돈)은 현행 9%에서 13%으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1.5%에서 43%로 올려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마무리했는데, 「재정 안정화」와 「보장성 강화」라는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기란 애초부터 힘든 일이었나 보다. 이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당장 내년부터
이제 웬만한 식당은 테이블마다 키오스크가 있어서 손님이 앉은 채 주문하고 계산까지 한다. 무인커피숍에서는 로봇이 주문한 커피를 만들어 준다. 사무실에서도 많은 일들을 AI가 대신하고 있다. 번역은 말할 것도 없고 기획서 작성, 광고물 제작까지 생성형 AI에 맡겨 본다. 사람은 그저 제대로 되었나 훑어보며 감탄사만 연발하면 되게 되었다. 산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집도 로봇 공정으로 며칠 만에 뚝딱 지어낸다. 부식을 막기 위해 대형 선박의 외관을 세척하는 일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잠수부 대신 로봇이 수행하고 있다. 오픈 AI의 챗GPT를 필두로 저비용 고성능의 딥시크 R1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들이 출시되어 경쟁하고 있다. 이를 직접 사용해보고 효과를 체감하면서 AI 파급력은 커졌고, 우려도 높아졌다. 기술혁신이 일자리를 없애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산업혁명의 전 과정에 등장하였다. 산업혁명기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은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일자리 수는 줄지 않았고 일의 형태가 바뀌어 왔다. 그러나 AI가 일으킨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은 다르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일자리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헌법 필사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당시 정국이 헌법 제77조에 명시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판단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했다. 이후 대통령은 탄핵소추 됐는데,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하던 국무총리마저 탄핵소추 돼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초유의 상황이 됐다. 탄핵소추와 권한 대행은 모두 헌법에 근거한 것이며,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탄핵 사건을 다룰 때도 헌법의 여러 조항들을 근거로 심판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은 대한민국헌법 전체 조항을 면밀히 살펴보고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근간을 스스로 알고 싶었을 것이다. 대개 법은 필요한 때 해당 조항을 찾아보지만, 이번엔 필자도 대한민국헌법을 전문부터 부칙까지 정독해봤다. 30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대한민국헌법은 조문의 체계성과 내용의 심오함을 느끼게 했다. 헌법은 한 나라의 최고의 법이다.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1948년 5월에 처음으로 보통선거를 실시해 제헌국회가 구성됐고, 제헌국회는 7월 12일 헌법을 제정해 7월 17일 공포됐다. 이후 9차례 개정되었지만, 헌법적 가치는 그대로 유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행
12.3. 계엄선포 사태 후 환율 오름세와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도 진정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번 정국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 높게 인식하게 된 것 같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자본시장이 개방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들이 한국의 자본시장을 대변하는 용어로 즐겨 써 온 말이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말 그대로의 뜻은 한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어서 실제 기업 가치에 비해 주식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거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남북 간 대립이나 지나친 수출의존형 경제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1960년대에 경제개발을 추진함으로써 비로소 빈곤에서 벗어나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런데 한국의 경제성장은 몇몇 대기업 재벌이 주도해왔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경유착에 의한 재벌 주도의 경제 성장은 결국 한국의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남북 분단의 지정학적 리스크뿐만 아니라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그에 따른 낮은 주주환원 등으로 그 원인이 확대된다. 기업지배구조란 기업 내부의
할머니들이 만학도로 글을 배워 졸업식을 하는 뉴스를 가끔 보게 된다. 여식이 글을 배워 뭐 하겠냐는 부친 말씀에, 전쟁으로 인한 난리 통에, 헐벗고 못살았던 시절 탓에 글을 배우지 못한 채 살아오신 할머니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가족 뒷바라지에 자식 다 키우고서야 학교를 다니시며 드디어 글을 깨쳤을 때, 세상이 달라 보이는 그 감격은 또 어떠했을까. 이제는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되고,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결정하실 수 있게 된 것이다. 2022년 11월 30일 등장한 챗GPT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산업이 차원이 다른 새로운 변화를 맞게 하였다. 오픈AI의 챗GPT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의 일종이다.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거나 대체하여 특정 작업을 수행하게 하는 것인데 비해, 생성형 인공지능(AI)이란 입력된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채 2년도 되지 않은 동안 챗GPT는 GPT-4, GPT-4터보에 이어 GPT-4o까지 세 차례나 성능을 올리며, 텍스트, 이미지, 음성, 동영상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정보를 함께 처리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이 되었다. 딥러닝
의정부 한 연립주택에 사는 A씨가 지난 18일 반려견과 함께 옥상을 산책하다 누군가가 뿌려놓은 압정을 밟았다며, J방송국에 이를 제보하여 24일 방송됐다. 1년 전부터 옥상에서 반려견과 산책을 즐겨왔던 A씨는 관리소장으로부터 옥상 아래층에 사는 B씨가 밤일을 해서 아침에 자는데 개가 뛰는 소리에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다고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양측 실랑이 끝에 A씨가 다시 반려견과 옥상에 갔다가 결국 압정에 찔리는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이 방송 유튜브 댓글에서 네티즌들은 “그렇다고 압정을 깐 것은 선을 넘은 거다”, “누가 밟거나 넘어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시끄러워 잠 못 잔다는데 굳이 옥상으로 산책을 간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남의 집 천정에서 피해주지 말고 거리로 나가는 게 개한테도 좋다”며 견주 A씨를 탓하기도 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많아지고 이웃 간 교류가 거의 없는 생활을 하게 되면서 층간소음, 누수, 반려동물 문제, 생활악취 등으로 인한 이웃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올 초 남양주시 한 아파트 주민은 아래층에 사는 사람과 누수문제로 갈등을 빚다 도배를 독촉하는 아래
충무로 대한극장이 9월말 폐관했다. 대한극장은 1958년 개관 당시 미국 20세기 폭스사가 설계를 맡아 70mm 원본 필름을 그대로 상영할 수 있도록 했고, 우리나라 최초로 빛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한 무창극장이었다.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최첨단 시설을 갖춘 대한극장은 관객들에게 웅장한 스크린과 생생한 음향으로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킬링필드와 같은 대작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을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극장의 형태가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쇼핑과 오락, 식사까지 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로 바뀌어가자 대한극장도 건물을 철거한 뒤 2001년 12월, 7층 건물에 11개 상영관을 갖춘 지금의 영화관으로 재개관했다. 이 시기에 한국 영화들은 주로 대한극장에서 시사회를 했으며, 외국 배우들의 내한 행사도 거의 대한극장에서 열렸다. 대한극장이 영업종료를 알리자 영화의 한 시대가 저물고 추억이 사라진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다. 대형 멀티플렉스가 급성장하고,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었으며, 코로나 팬데믹을 겪는 동안 극장 관객이 현격히 줄었으니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
우리나라 저가 커피 브랜드 3위 업체인 컴포즈커피가 지난 달 2일 매각되었다. 필리핀 최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졸리비(Jollibee) 푸즈’가 컴포즈커피의 지분 70%를 2억3800만 달러(약 3300억원)에 인수했으며, 나머지는 졸리비 푸즈의 자회사 타이탄 다이닝이 5%, 사모펀드 운용사 엘리베이션 에쿼티파트너스코리아가 25%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부산에서 시작된 컴포즈커피는 자체 로스팅 공장과 IT기술을 도입한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고품질 원두를 원활히 공급한다는 전략으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2년에 가맹점 2000호를 돌파하며, 2000억 원 수준으로 매각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컴포즈커피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던 모회사 JM커피그룹 양재석 회장은 매각 주간사 케이알앤파트너스를 선정, 바로 매각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말 BTS 멤버 뷔를 광고모델로 발탁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자 가맹점도 급증하여 올해 6월 기준 가맹점 2612호를 기록했다. 지난 해 매출은 889억원, 영업이익은 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5%, 47% 증가세를 보였다. 결국 양 회장은 컴포즈커피 창업 10년 만에 4700억 원 규모의 매각을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이 향년 80세로 지난 19일 별세했다. 그는 2011년에 당 서기장에 올라 2016년과 2021년 연거푸 연임을 하며 13년간 공산당 총서기장으로 있었다. 국영기업이 구심체가 되어 경제발전을 견인하도록 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Socialist-oriented market economy)’라는 개념을 주창하며, 그는 베트남을 제조업 강국으로 이끌었다. 베트남의 국가권력은 권력서열 1위부터 4위까지인 당 서기장, 주석, 총리,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 지도체제이다. 쫑 서기장은 최근 수년간 부패척결을 내세우며 공산당과 정부의 간부와 기업인 수천 명을 구속했다. 재임 동안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주석과 총리, 국회의장의 권력을 약화시켰다. 현재 서기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또 람 국가주석이 유력한 후계자로 보이지만, 탈중국을 위해 베트남 진출을 도모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베트남이 잠재적으로 매우 불확실한 지도부 교체시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우려하는 모양새다. 베트남 전쟁에 개입했던 미군이 1973년 휴전협정에 조인하고 철수하자 북베트남은 바로 공격을 재개하여 남베트남 정부를 함락시켰다. 결국 197
태백 장성광업소가 오는 7월 1일부로 폐광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장성광업소는 일제 강점기인 1936년부터 가동된 우리나라 최대 탄광이다. 개광 이래 87년간 석탄 9천400만 톤을 생산하며 서민들의 연료인 연탄 수급을 안정적으로 이루어왔다. 약 5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대부분 가정의 난방 연료는 연탄이었다. 연탄을 때워 아랫목 구들장이 뜨뜻해지면 깔아놓은 이불을 나눠 덮고 그렇게 한겨울을 보냈다. 아직 연탄을 때는 가구들이 꽤 있지만 머지않아 연탄을 비롯한 석탄 사용량은 현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며, 환경오염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탈석탄 정책으로 2036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총 59기 중 절반가량을 줄일 것이라고 한다. 태백시는 폐광으로 인한 대량 실업과 경기 침체에 미리 대비해왔다. 장성광업소 부지에 청정 수소 생산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사업계획을 수립,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다. 그리하여 지난 해 3월 16일에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심의위원회와 4월 11일 개최된 국무총리 주재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차례로 통과하여 태백시는 최종 ‘청정수소 규제자유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