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분노를 품을 때가 있다. 요즘엔 화가 잔뜩 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가는 것 같다. 분노는 부당함에 대한 항거와 자신과 타자에 대한 증오심으로 생기는 경우가 있다. 나는 생전 처음 광화문 집회에 두 차례 참석했다. 신기하게도 시위에 참석한 수많은 사람들 중에 욕설을 하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었다. 군중들은 분노 표현을 절제한 것이다. 다 함께 힘껏 함성을 지르고 귀가할 때는 가슴이 뻥 뚫린듯한 시원함을 느꼈다. 미국의 심리상담가 로널드 T.포터에 의하면 분노는 “우리 뇌가 극도의 스트레스나 위협을 인지했을 때 나타나는 자기방어의 일환이며, 그 뇌는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다면 우리를 가로막는 그 모든 것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본능적으로 내린다”고 한다. 분노를 잘못 표출하면 분노→고함→욕설 내지는 혐오발언으로 발전하게 되며, 혐오발언은 빨리 확산되고 선동효과가 있어 폭력을 낳을 수 있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르완다의 투지족 대학살은 의도적으로 반복된 혐오발언들에서 태동했다. 나는 요즘 혼자 있을 때 욕을 하는 경우가 잦아졌고 이것이 되풀이되면서 세상의 현상들이 부정적으로 보일 때가 많아졌다. 자동차가 끼어들 때, 지하철이나 버스가 지연될
장자(莊子)에는 ‘지리소’라는 인물이 나온다. “어깨는 정수리보다 높고 두 넓적다리는 겨드랑이에 달렸다”고 할 만큼 온몸이 뒤틀려 있는 장애인었다. 그 덕에 그는 부역이나 징집에도 면제됐고, 나라에서 병자에게 주는 곡식과 땔나무를 받았다. 게다가 바느질과 빨래질을 잘하고 성실해 일감을 많이 얻어 가족 열 명을 족히 먹여 살릴 수 있었다. “자신의 외모가 형편없었지만 오히려 자신의 삶의 쓸모에 충실할 수 있었다”라고 장자는 일갈한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금수저는 부유하거나 권력 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을 상징하는 말이다. 금수저로 태어나는 것은 행운이지만, 불행의 씨앗일 때도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도 자신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성취를 기대하게 된다. 자녀가 부모만큼 되지 못하면 자격지심을 느낀다. 우리의 사회문화는 특히 자녀의 성공을 부모의 체면과 연결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부유하거나 권력있는 사람들은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 하거나 좋은 직장에 취직시키려 한다. 조국 법무부장관은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
경기도의회는 지난 달 6일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 개정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입법예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종교계를 중심으로 경기도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핵심이유는 ‘사용자(민간인)는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의무부과 조항을 신설한 데 있다. 필자가 판단하건대, 이 조항은 자치법규 기본원칙에 어긋나며, 실효성도 극히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조례의 기본원칙에 대해 살펴보자. 지방자치법 제22조는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조례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상위법률인 ‘양성평등기본법’에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하여 조례로 시민에게 의무부과를 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방자치법의 취지나 조례의 효력을 다투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비추어 볼 때 조례개정은 무효로밖에 볼 수 없다. 기본원칙상의 또 다른 결함은 공적 법체제 밖의 규범과 사회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도의회가 법률이나 다른 대부분의 자치단체 조례와는 달리 굳이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다양한 성소수자의 권리를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정치지도자를 주제로 제작된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킹스스피치 (King’s Speech)에 등장하는 국왕 조지 6세는 대중 앞에서 말을 더듬는 장애를 갖고 있었다. 국왕 취임 직후 아내의 소개로 평범한 언어치료사를 만나 훈련을 받기 시작한다. 그의 교육방식에 불만을 품기도 하지만 열심히 훈련을 거듭해 마침내 1939년 영국이 세계 제2차대전을 일으킨 독일에 선전포고하는 라디오 연설을 또렷하면서도 차분하게 해낸다. 영국 국민과 장병들은 왕의 감동적인 연설에 환호하며 전쟁 두려움을 떨치고 용기를 갖게 된다. ‘다키스트 아워 (Darkest Hour)’는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한 처칠 수상에 대한 영화다. 처칠은 조지 6세와 동시대에 영국의 운명을 이끌어 간 정치인이다. 1940년 40만 명에 달하는 연합군은 독일군에 의해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포위된 상태였다. 사실상 연합군의 전부라고 할 만큼 대규모 병력이다. ‘처칠’이 작전의 설득을 위해 의회에서 한 세 번의 연설은 매우 유명하다. 열흘간의 작전으로 33만8천 명의 병사들이 탈출에 성공했고, 특히 어선과 구명정 등 860척의 영국 민간 선박들이 동원돼 병사들
인간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무게(원인)와 영향(결과)이 있다. 이 두 개의 변수는 양(긍정적)의 상관관계나 음(부정적)의 상관관계를 이룬다. 국제 구호단체에 15달러를 기부하면 아프리카 한 명의 어린이가 한 달간 식사를 할 수 있는데, 30달러를 기부하면 두 명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 기부행동은 양의 상관관계이다. 부부애정과 육아 스트레스, 자녀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과 자녀의 책임감, 쓰레기 불법투기와 도시경관은 음의 상관관계라고 할 수 있다. 수학식으로 표현하면 전자의 사례는 y=ax (정비례)이고 후자는 y=a/x(반비례)인 것이다. 필자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우리가 한 행동을 선택할 때 미치는 영향을 먼저 깊게 생각하자는 것이다. 남아프리카 대통령 넬슨 만델라는 평생을 흑인차별 (아파프헤이트) 제도를 철폐하기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27년간의 감옥생활을 하면서도 언제 이룰지 모를 미래의 무지개 국가를 꿈꾸며 자신을 박해한 백인들을 용서했다. 그가 선택한 행동은 자신과 그의 나라 국민은 물론 나라 밖 사람들에게까지 깊은 감동을 주었다. 윤봉길 의사는 22세에 “장부는 집을 떠나 뜻을 이루기 전에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 (丈夫出家 生不還)”는
창세기 11장에는 바벨탑 이야기가 등장한다. 인간들이 하나님이 있는 하늘에 오르기 위해 최고의 건축기술을 사용해 높은 탑을 쌓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자신과 대적하려는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벌로서 그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언어를 쓰게 하여 결국 소통의 부재로 공사는 중단됐다. 이후부터 여러 언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성경은 말한다. ‘bbb Korea’는 국내에서 다른 언어 간 소통을 돕기 위해 2002년 설립된 민간 NGO이다. bbb는 Before Barbel Brigade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바벨시대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봉사하는 단체라는 의미를 담았으며, 필자도 이 단체의 통역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택시운전자가 외국인 손님의 행선지를 묻는 단순한 것에서, 외국인이 자칫하면 범법자로 몰릴 상황도 있었다. 모든 동물은 소통의 도구를 갖고 태어 난다. 동물은 번식을 위해 짝을 찾는 소리, 새끼나 어미를 부르는 소리, 철새들이 날아갈 때 리더가 지휘하는 소리 등 무수히 많으며, 심지어는 사람과도 소통한다. 동물에게는 소통이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람 또한 예외가 아니다.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 잠들 때까
‘진상민원’이란 행정처분 등에 승복하지 않고 자기 의사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장시간 반복적인 주장을 함으로써 행정력을 낭비하게 하는 민원을 말한다. 진상민원은 속어이고 정부의 민원행정 지침은 ‘고질민원’ 또는 ‘특이민원’이라고 칭한다. 진상민원의 특징은 자기의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고 장시간 민원공무원과 대화하려고 고집하며 때로는 고성까지 지르며 해당 공무원 뿐만 아니라 다른 민원인에게까지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진상민원이 선과 악의 측면에서 악으로만 간주되는 것에는 재고돼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진상민원 발생원인을 보자.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부문 고질민원 대응매뉴얼’에서는 민원인 입장에서 보는 민원발생 원인으로 민원 초기 단계에서 공무원의 대응 소홀, 민원인과 공무원 간의 의사소통 문제, 처리기관에 따라 동일유사 민원의 처리결과가 다른 점, 공공기관의 선제적인 민원서비스 환경개선 노력 부족을 제시하고 있다. 즉 공무원의 책임 또한 크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논리에 대해 민원인을 돕는 행정사 직업을 수행하면서 보다 절실하게 공감하게 된다. 필자가 지난 1년여 동안 행정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심각한 문제점으로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를 잘 모르고 민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가다 차창 밖으로 국회의사당이 보였다.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혼돈 국회의 모습을 떠올리니 민주주의의 전당이 아니라 몰락해 가는 로마제국의 원로원 회의실 같이 느껴졌다. 지금은 마이너스 경제성장, 동해안 산불과 포항 지진의 발생, 재기되는 북한의 위협 등으로 국민은 걱정이 여느 때보다 크다. 이런 때에 정부가 하는 일은 잘 보이지 않고 고질병인 난장국회가 재현되는 것을 속절없이 보고만 있어야 하는 국민은 과연 이 땅에 정치와 국가가 존재하는지 자문하며 한숨만 내쉴 뿐이다. 국민의 비난과 실망이 큰 이유는 정쟁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이나 민생이 아닌 당과 국회의원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의견을 대변해야 하거늘, 국민이 언제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법, 선거법을 다루어 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는가 말이다. 국민의 관심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 국가의 안위, 사회적 정의에 있다. 국회의원들이 범하고 있는 세 가지의 큰 과오는 첫째, 민주당이 국민이 원하지도 않고 민생과도 직결되지 않는 사안을 너무 급하게 서둘러 처리하고자 함으로써 갈등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특히 선거법개정의 경우 선거의 룰을 정하는 것인데
최근 경기도의회 일부 의원들이 초·중·고교가 보유하고 있는 물품 중 일본 ‘전범기업’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발상이며 과연 이들이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인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 필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정법상 가능하지 않다. 한국은 WTO 가입국으로서 자유무역과 투자를 허용한다. 정당한 법적 절차를 통해 세금도 꼬박꼬박 내며 제품을 수출하고 국내에 공장을 설립한 기업들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이런 제재를 가할 수 없다. 둘째, 초·중·고 학생들에게 일본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서 그들의 교육과 정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초연결 네트워크를 특징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과 다문화 시대의 바람직한 인재가 갖춰야 할 덕목은 글로벌리즘과 휴머니즘이지 민족주의가 아니다. 셋째, 일본이 반대보복으로 일본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한국 수출품에 대해 불이익을 준다거나 일본 관광객의 한국방문이 급격히 줄어든다면 한국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금년이 3·1운동 및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라서 일제의 잔혹성을 표현한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이 계속 상
지난 3월 1일 늦은 오후 서울 남대문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20분 정도를 무심코 기다리다가 도로에 다니는 차들이 거의 없음을 보고, 버스운행이 정상적이 아님을 그제서야 알게 됐다. 미세먼지가 농도가 높았고 바람이 불고 추운 저녁에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1시간 가량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대중교통이 비정상적으로 운행되는 이유는 거리에 나선 태극기 시위대 때문이었다. 필자도 보수주의자이며 그들의 생각과 상당 부분 공감한다. 그러나 정의 표현방식이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과연 선진국일까? 필자가 보기에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소인 물질적 자본과 인적자본은 선진국 수준이나 사회적자본은 크게 못 미친다. 사회적 자본은 규범의 준수, 타인에 대한 배려, 공유된 제도 등 일체의 사회적 자산을 말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고의로 또는 무심코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위들을 수없이 경험한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공중목욕탕에 가면 탈의실과 연결된 화장실이 있는데 화장실 내에는 탈의실로 다시 나가지 않더라도 목욕탕 내부를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출입문이 설치돼 있다. 그런데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은 편리함 때문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