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을 향해 달리고 있는 현 정부가 북한카드를 회심의 반전카드로 삼아 만지작거리는 느낌이다. ▲지난 1월 개정한 조선노동당 규약 개정 내용을 6월에 흘린 점, ▲개성공단 복원 및 금강산 관광 재추진을 송영길 대표·이인영 통일장관 등이 밝힌 점, 그리고 ▲민간차원에서 민변 등의 국보법 폐지 공론화와 더불어 통일걷기대회· 통일논문대회· 평양탐구학교 등을 잇달아 여는 것 등이 금년 하반기에 ‘통일열기와 북한과의 평화만들기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일부 언론에서 벌써부터 깜짝쇼 식 정상회담이나 ‘대북성과 조바심’을 내지 않도록 촉구하고 있고, SNS 상에는 국보법 폐지 청원과 반대운동이 가열되고 있을 정도로 또 한 번 진영 간 대결 조짐도 보이고 있어 지난 4년 간 심화되었던 국민들 간 갈등의 골이 더 깊게 패이지 않을까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노동당 규약 개정 논란부터가 대립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진보진영은 노동당의 ‘당면 목적’ 수정 문구(‘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과업 수행’)를 두고 북한이 견지해 온 ‘남조선 혁명론이 약화되어 사실상 남조선 혁명론이 소멸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또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에이브릴 헤인즈(Avril Haines) 미 국가정보국장(DNI)이 지난 5.12-14간 방한했다. DNI는 16개 미국 정보공동체를 지휘하는 수장격 정보기관으로, 9·11 사태 이후 정보통합과 공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설립한 기관이다. 그간 정보기관장 방한은 극비로 부쳐졌고 사전 노출되었을 때는 이를 막느라 대변인실 등이 고생했는데, 이번에는 반공개적 행사로 치러졌다. 왜 그랬을까?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일각에서 헤인즈 국장 일정 공개를 한미동맹 강화 메시지를 중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보도도 있었으나, 보안 유지의 어려움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고 본다. 국가정보원만 방문하고 간다면 보안유지가 가능하겠지만, 청와대· 국방부 등도 방문하는 만큼 노출될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노출을 역으로 방한의미를 부각시키는 기회로 활용했다고 본다. 둘째, 방한 목적을 놓고 북한에 대한 경고 등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한국의 대북인식과 정책을 파악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고 본다. 헤인즈 국장의 임무는 북한의 능력 평가와 의도분석이며, 이에 대한 대북정책 결정은 백악관과 국무부의 몫이다. 미국은 정보와 정책을 분리하는 전통이 강하게 살아있어,
우리는 1년여 간 코로나 판데믹을 겪으면서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하고 있다. 4차 유행을 우려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의 확대 추세를 감안하면 머지않아 코로나는 종식될 것이다. 코로나가 준 교훈 중의 하나는 코로나와 같은 돌출적 위기(surprise)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것이고, 그 파장 또한 기존의 인간의 인식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고민해야 할 것은 현재의 코로나 국면 수습도 중요하지만, 코로나 이후의 국제정세를 미리 상상해보고 대비하는 일이다.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는 시간적 한계가 5년이라는 통설이 있고, 전문가의 예측조차 틀리는 경우기 비일비재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길이라도 예측하는 노력은 개인의 삶이나 국가의 미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열어줄 것이다. 적어도 ‘예고된 위기’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 예고된 위기이자 기회는 ▲코로나보다 더 지독한 감염병의 출현, ▲혁명의 씨앗 배태, ▲세계화의 급속한 변화, ▲국가행동주의 시대의 도래, ▲소규모 모임으로 갈라지는 세계, ▲지킬하이드 세상 등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기후변화로 인해 코로나보다 감염력과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가 출현할 것이란 전망은 상식이 되었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새로운 전략무기’ 고도화를 공언한 데 이어, 바이든 행정부와 앞으로 있을 협상 우위 선점을 위해 적절한 시점에 ‘새로운 무기’를 선보일 것이란 관측이 대세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은 ‘새로운 전략무기’가 무엇이며, 그 발전은 어느 정도이고, 이에 대해 우리 군은 효과적인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 그간 북한이 언급한 것과 발사한 내용들을 토대로 추론하면, ‘새로운 전략무기’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MIRV(다탄두각개목표 재돌입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V(우주발사체) 등이다. MIRV는 다양한 목표물에 대한 동시공격이 가능하고 적성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 SLBM은 2차 타격능력을 확보하고 한미연합군에 대한 군사적 대응옵션을 확대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SLV는 평화적 목적을 가장하고 일기예보·통신·GPS 등 군사적 목적을 위해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MIRV 보다 SLBM과 우주 발사체가 ‘새로운 전략무기’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SLBM은 실전배치까지 시일이 걸릴 수 있으나, 2019년에 바지선을 활용하여 비행시험까지 마쳐 기술축적이 상당함을 과시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는 글로벌 이동 마비와 사회균열 심화, 국가감시의 강화 및 프라이버시 침해 만연 등 국내외적으로 혁명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음은 모두가 목도하고 있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따로 놀면서,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는 날이 오길 고대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간다. 다른 한편으로 주요 강대국들은 코로나 국면을 패권 장악의 마당으로 삼고 다양한 측면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의 한심한 코로나 대처로 야기된 미국의 국제 리더십의 공백을 파고들어 중국 중심으로 국제질서의 판을 짜려고 부심 중이다. 지정학적 리더십 장악을 둘러싼 각축이 첫 번째 전선이다. 코로나 발생 전부터 중국은 많은 자원을 신흥시장에 퍼부은 결과, 미국의 대안 세력으로 컸으며 신흥국가들에게는 매력적인 파트너로 부상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과거 자연재해나 감염병 등으로 위기가 지속되었을 때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를 쥐고 그 부정적 효과 차단에 주력하여 회복을 이끌었다. Polio Endgame Strategy 2019-2023을 창안하여 아프리카에서 만연한 에이즈 퇴치를 위해 500억 달러를 투입하여 4300만 명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고, 2014년 에볼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내일이라도 당장 항구적 평화가 오고, 김정은이 핵고도화를 포기할 것이란 낙관적 분위기가 팽배할 때, 필자는 한 세미나에서 외로이 외쳤다. 북한은 본질적으로 변화하기 어려운 체제로서 환타지로 귀결될 것이며, 새로운 형태의 냉전의 한 귀퉁이를 차지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었다. 엄동설한인 1월 5일부터 시작하여 심야열병식을 끝으로 한 북한의 8차 당대회는 필자의 전망이 그다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준다. 일각에서 지난 5개년 경제발전 계획의 실패를 자인하고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점을 두고 ‘경제발전’에 더 비중을 두는 것으로 해석하지만, 국가방위력 강조 부문을 더 주목해야 한다. 특히 핵능력 지속을 강조하면서 비핵화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전략무기를 선보인 행태는 매우 실망스럽다. 병진노선 강조도 경시할 수 없는 레토릭이다. 경제발전과 군사발전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병진노선은 김일성 시대부터 주창되어 온 슬로건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병진노선은 다르다.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의 병진 노선은 ‘가짜병진노선’, 즉 경제는 팽개치고 군사부문을 더 강화한 것이라면, 김정은식 병진노선은 군사와 경제를 함께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
그토록 우려하던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무력화가 현실화되었다. 스스로 안보성곽을 허무는 자해를 목도하면서 “시일야 방성대곡 (是日也放聲大哭)”을 떠올렸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황성신문’ 주필 장지연이 1905년 11월 20일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알리고 을사5적을 규탄한 내용이다. 장지연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쓴 글이 무도한 시대의 흐름을 막지 못했듯이 국가를 사랑하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충심어린 반대가 모기소리 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대공수사권 폐지가 갖는 법률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고, 인간 심성 특히 공산주의자들의 심성 측면에 맞추어 모기소리라도 내고자 한다. 대공수사권 폐지는 간첩과 이적행위 등 반국가범죄 수사에 가능 유능한 기관을 사실상 없애는 것과 같다.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복수심 때문인가, 사적 원한 때문인가. 설사 과거 좋지 않은 감정과 경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가를 운영하고 책임지는 위치가 되었다면 생각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만델라 전 대통령이 이를 실천하지 않았나. 국정원법 개정안 처리과정에서 제대로 된 공청회나 토론회조차 거의 하지
북한이 지난 8월 1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6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1월 8차 당대회 개최를 결정한 이후 갖가지 예측적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미 대선 TV토론과정에서 김정은을 ‘불량배thug’라고 호칭한 바이든의 당선은 북한의 속셈 분석을 하는데 있어 또 하나의 변수를 더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전문가들의 전망은 북한이 당대회를 결정하면서 “계획되었던 극가경제의 장성목표들이 심히 미진하여 새로운 국가경제 5개년 계획을 제시하였다”고 공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노동신문은 연일 “5개년 전략목표, 연간계획완수단위들이 늘어난다”고 선전 중이다)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천명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패를 인정한 것으로, 8차 당대회 결정의 중요한 원인으로, 경제발전의 후퇴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면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내용과 그 목표 달성 수단의 공개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면서 ‘사회주의책임관리제’를 유지하되 중앙의 개입을 일부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주의책임관리제’란 생산 계획 수립, 생산성 제고, 제품 개발, 재정관리 및 판매에 대한 각 기업소의 권한을 확대한
‘정보의 정치화’는 위정자가 자신의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보를 과도하게 각색해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왜곡 차원을 넘어 정보조작 수준까지 가는 위험한 상황을 지칭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지배권력에게 도움을 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국가기관이나 국민들의 정보 판단력과 안목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 정보수집하고 분석하는 정보기관이나 국가기관의 신뢰를 실추시킴은 물론 ‘정보’의 권위를 떨어뜨려 국민통합을 저해한다. <묵자>는 말했다. 百人百義 千人千義 非人之義 是以厚子有鬪 즉 모두가 자기가 옳다고 하고 남을 비난하면 결국 처절한 싸움으로 이어진다고 수 천 년 전에 설파했다. 그런 점에서 정보는 사안을 바라보고 해석하는데 있어 등대 같은 역할을 함과 동시에 국민통합적 기능도 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정보의 정치화’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다. 단적인 사례가 해수부 공무원에 대한 북한군의 총격살해사건이다. 이 모(47)씨의 북한지역 진입을 ‘자진 월북’으로 단정 짓고 그 가설에만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해서 공개했다. 이를 정보계에서는 체리피킹 cherry-picking이라고 한다. 맛있는 부분만 따 먹는다
한미동맹이 또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식상하리 만치 단골이슈가 되어 오면서, 동맹유지의 당위성 보다는 이른바 ‘개혁적인 재조정’으로 방향이 잡혀가는 듯하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최근 미국을 방문하여 ‘한미동맹이 양국 관계의 근간’임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미덥지 못한 마음은 여전하다. 통일부 장관의 소위 ‘한미평화동맹’과 같은 말장난으로 치부되는 수사들이 수시로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집권한지 4년차가 되어가고 한미 양국 정상 간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집권층 일부는 현 시점까지도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 굳건한 한미동맹이 필수적인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미국 쇠퇴론’과 ‘중국 역할론’ 사이에서 갈지자를 걷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트럼프의 어설픈 대응은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에 대한 의문을 가중시켰고, 중국의 경제력 증대와 한반도 통일에의 역할론은 한국의 선택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한미동맹에 대한 갈등을 ‘쇠퇴 강대국’과 ‘뜨는 국가’, 그리고 ‘포식(predation)’과 ‘파트너십’이란 개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대미 자주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