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요 일간지의 발행부수는 극비였다. ‘어쩌다’ 조선일보 등의 신문발행부수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 주요 일간지들은 지난 수십 년 간 유료부수 조작이라는 ‘사기행각’을 지속해왔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권력과 유착을 넘어 권력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신문의 발행부수는 단순한 사세 과시 수단만은 아니다. 이번에 부수 조작사실은 발행부수 인증기관인 ABC협회에 근무하는 직원의 ‘양심선언’으로 드러났다. 문화부의 유가부수 실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해 ABC협회는 ‘1등 신문’ ‘조선일보’의 유가 부수를 116만 2953부라고 공개했는데, 표본 실사 결과 그 절반 수준인 58만 부에 불과했다. 73만 3254부라고 공개한 '동아'와 19만 2853부라고 공개한 ‘한겨레’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발행부수는 광고단가 산정을 포함한 모든 평가의 선행지표가 되기 때문에 부수 조작은 중대한 범죄행위다. 조중동은 정부광고의 최대 수혜자였다. 최근 3년 간(2017년 5월~2020년 8월) 동아일보가 305억 1200만원, 조선일보가 265억 4700만원, 중앙일보가 173억 7700만원의 정부광고 수입을 올렸다. 일반 기업도 발행부수에 근거하여 광고
지난 2월 24일 국회에서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에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다. 방송관련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방식 변경 문제였다. 사실 지난 20여 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을 보니 이사와 사장 선임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한다. 사람들이 넷플릭스 같은 OTT(범용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와 개인맞춤형 콘텐츠에 매료되는 글로벌 미디어 시대에 공영방송은 철 지난 잡지 표지처럼 낡아 보인다. 영향력이 현저하게 낮아졌고 신뢰도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재정은 파산 직전인 것 같고, 보도의 공정성 시비에서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 이런 공영방송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인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문과 방송 같은 ‘레거시 미디어’ 체제는 언론인의 게이트 키핑과 수용자의 선택적 소비를 축으로 움직인다. 언론소비자 입장에서 편파적이거나 정파적인 내용을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체제다. 게이트 키퍼들도 수용자의 ‘확증편향’이 문제라고 반박하면 그만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빅데이터에 근거한
문재인정부는 언론에 대해 말을 아낀다. 말만 아끼는 것이 아니라 실제 별다른 언론 정책 없이 집권 5년 차를 맞고 있다.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이 마무리되고 있어 이어 언론개혁 논의도 본격화될 거라는 기대가 많다. 지금 상황에서 시급한 일은 MB정권 이후 망가진 우리 언론시장을 정상화하는 일이다. MB정권은 2008년 광우병 사태를 겪으며 한국언론 전반에 수구DNA를 확실하게 심었다. 방송은 장악하고, 보수 신문에는 선물을 안기고 소셜미디어로 진화하던 인터넷에는 재갈을 물렸다. 먼저 MBC, KBS라는 공영방송을 무력화시킨다. 진보적 노조원을 길거리로 내몰고 낙하산 사장 투입을 통해서였다. 국세청에서 검찰까지 모든 국가기관을 동원했던 KBS 정연주 사장해임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어 신뢰성과 영향력 저하로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 있던 조중동매(조선 중앙 동아 매경)에는 ‘불법적인’ 방송법개정을 통해 종합편성채널을 선물했다.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하며 대안미디어로 진화한 인터넷도 ‘접수’한다. 세무조사와 ‘미네르바 구속’ 등 겁박을 통해 포털사이트와 다음 아고라를 사실상 봉쇄했다. 인터넷 공론장이 무력화하자 이후 소위 일베류와 극우 ‘개소리 채널’이 독버
지난해 12월 5일은 리영희 선생(1929-2010) 10주기였다. 리영희 재단 등에서는 몇 차례 추모세미나를 열었고, 창비출판사에서는 새로운 《리영희 평전》과 《리영희선집》을 펴냈다. 추모 논술대회나 글쓰기 공모전도 열렸고, 리영희상 시상식도 이어졌다. 리영희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는 《다큐 리영희》 5부작을 제작하여 공개했다. 리영희선생 관련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리선생을 추모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리선생을 다시 소환하는 동력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이고, 시민의 열망이다. 리영희를 통해 검찰(법조)과 언론, 재벌과 제국주의로 이어지는 한국 지배 권력의 본질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고, 동시에 한국사회의 근본적 개혁방향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리선생은 언론사 기자로 지낸 10여년을 포함하여 평생을 정론직필의 투사로 살았다. 반공주의와 파시즘체제, 베트남전쟁과 중국사회주의, 6·25전쟁과 미제국주의, 친일파와 일본군국주의, 분단체제와 통일, 수구권력과 언론매체 등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모든 ‘우상’의 본모습을 드러내고자 했다. 군부정권은 물리적 탄압으로 응답했다. 언론사와 대학은 리선생을 내쫓았고, 검찰은 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