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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묵의 미디어깨기] 공영방송을 왜 ‘살려야’ 하는가?


 

지난 2월 24일 국회에서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에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다. 방송관련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방식 변경 문제였다. 사실 지난 20여 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을 보니 이사와 사장 선임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한다.

 

사람들이 넷플릭스 같은 OTT(범용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와 개인맞춤형 콘텐츠에 매료되는 글로벌 미디어 시대에 공영방송은 철 지난 잡지 표지처럼 낡아 보인다. 영향력이 현저하게 낮아졌고 신뢰도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재정은 파산 직전인 것 같고, 보도의 공정성 시비에서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 이런 공영방송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인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문과 방송 같은 ‘레거시 미디어’ 체제는 언론인의 게이트 키핑과 수용자의 선택적 소비를 축으로 움직인다. 언론소비자 입장에서 편파적이거나 정파적인 내용을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체제다. 게이트 키퍼들도 수용자의 ‘확증편향’이 문제라고 반박하면 그만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빅데이터에 근거한 알고리즘 미디어 체제는 미디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무력화한다. 게이트 키퍼는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수용자는 ‘나의 취향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알고리즘이 추천하거나 구성해주는 콘텐츠를 소비한다. 알고리즘이 언론인을 ‘고용’하여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알고리즘에 있어 사실이나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이러한 알고리즘미디어의 확산은 왜 공영방송이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에 영국에서 나온 ‘공영방송 미래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여전히 공영방송이 필요한 이유로 전국적 이슈에 대한 보편적 제공, 사회적으로 공유된 경험의 제공, 국내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기지, 글로벌시대 고유의 문화정체성 보호 등을 꼽았다. 한국 공영방송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민주당은 여야 정당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임명해 왔던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을 모두 ‘국민추천위원회’를 통해 뽑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 우리 공영방송 살리기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국민추천위원회는 문재인정부 초기에 성공적으로 운영되었던 ‘공론화위원회’와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다.

 

‘정치적 후견주의’에 근거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청산하는 것은 시급하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공영방송 영역에서 추방해야 할 것은 ‘정파’지 ‘정치’가 아니다. 한국 정치는 한국 공영방송을 살려야 할 ‘무한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