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역에서 전세보증금이 매매 가격에 육박해 ‘깡통전세’ 위험이 큰 주택 수가 2만 호를 돌파했다. 그중 전세금이 매매가 이상인 주택만 7000호가 넘는 것으로 파악돼 ‘시한폭탄’의 초침이 사정없이 속도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민생은 시시각각 낭떠러지로 밀려가고 있는데,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의 움직임은 더디고 또 더디다. 한층 더 서둘러야 한다. 중앙정부는 물론 수도권 지자체와 정치권의 정책 대응이 지금처럼 느슨해서는 안 될 상황이다. 경기도는 최근 인천·경기에서 전세 사기 등 피해가 속출하면서 전세 피해 고위험주택을 심층 분석했다. 전문업체 용역을 통해 5가구 이상 다주택 보유자의 33만4300가구 중 전세 피해가 우려되는 연립주택·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의 전세가율 80%대는 8545가구, 90% 이상은 6233가구, 100% 이상은 7196가구였다. 즉, 80% 이상 ‘깡통전세’ 위험 주택이 무려 2만1974가구에 달한다는 얘기다. 올해 2월 기준 주택가격(AI 추정) 대비 전세보증금을 비교·산출했을 때 피해 우려가 가장 높은 곳은 전세가율 100% 주택 1468가구를 포함해 고위험군이 11%(2438가구)에
지난 4월 27일의 한미정상회담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내용으로 하는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확장 억제를 강화한다는 것은,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거듭 확인하면서 기존의 재래식 무기 타격 수준과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강화한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핵 공격시 즉각 반격을 감행해 북한을 궤멸시켜놓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냉정하게 살펴보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남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공공연한 핵 공격 훈련에 대한 방어적 차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원인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 지금까지의 확장억제도 가공할 화력을 과시하는 마당에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평화의 길은 점점 더 험난해질 전망이다. 1968년의 푸에블로호 사건 이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미국은 그 후로 북한을 대상으로 한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한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부상한 네오콘의 득세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거치면서 미국은 북한을 더욱 더 궁지로 몰아넣는다. 궁지에 몰린 북한의 선택은 핵무기와 ICBM이었다. 조직문화의 기원을 추적하는 화난 원숭이 실험처럼, 이제는 최초의 원인은 실종된 채 ‘북 핵 위협’은 물신숭배의 대상이 되
철쭉은 자연의 은혜 속에 온통 붉어져 세상을 환하게 꾸미고 있다. 오월의 철쭉은 어린이날과 함께 봄의 절정에 이른다. 그래서일 것이다. 젊지 않은 내 가슴도 은근히 가려운 듯 기분 좋은 웃음이 온 얼굴로 번지고 있는 느낌이다. 봄은 내게 말하고 있다. 우리들 봄은 지금 여름의 무성한 숲을 부르고 있다고. 모든 생명이 지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계절의 물레방아를 힘껏 돌리고 있다고. 아파트를 빠져나와 작은 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돌계단을 오르는 길목이 있다.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한 이 길은 좌우로 나란히 철쭉꽃밭길이다. 그 길에 올라서 철쭉꽃 무더기를 뒤로 하고 앞산을 바라보면 가슴 평수가 넓어지며 속 뜰이 개운해진다. 그날 그때였다. 두 아가씨가 제일 높은 돌계단 위에서 나란히 앉아 철쭉꽃 담장을 배경으로 셀프 사진을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꽃과 미인들이 만나는 순간을 나는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철쭉꽃 담장 배경 삼아 셀프 사진에 취한 아가씨를 위해 가던 길 멈추고 못 본 척 기다렸다. 뒤늦게 나를 본 두 아가씨는 감사하다고 하였다. 나는 ‘아닙니다. 꽃과 미인이 만나는 순간, 곁에 있게 된 내가 행운이었다.’고 응대하였다. 아침의 숲 속으로 찾아오는…
날이 갈수록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11일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사실상 종식을 선언하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하고, 6월부터 본격 적용하기로 했지만 마스크는 여전히 필수품이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산업 단지, 화력발전소 등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중금속 탄화수소, 질산염, 황산염, 암모늄 등 발암·유해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는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에서 30분의 1 크기 이하로써 입자가 작아 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몸속으로 침투한다. 이로 인해 천식이나 폐 질환, 부정맥을 일으킨다. 만성적으로 노출된다면 사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와 각 지방정부들은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고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도시 숲과 미세먼지 차단 숲을 조성하는 등 나름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도내 유휴지나 자투리땅에 마을정원 18개소를 조성하고 시민 정원사 150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도는 정원문화 확산을 통해 도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도시 숲을 조성해 탄소중립 실현하겠다며 올해 이천, 포천 등 12개 시·군에…
도시화, 산업화 시기에 도시는 과식했고 촌은 결식했다. 그래서 도시는 너무 먹어서 생기는 병에 걸렸고, 촌은 너무 못 먹어서 생기는 병에 걸렸다. 최근 큰 사회적 문제가 된 전세 사기가 도시가 걸린 중병이라면 지방소멸의 문제는 촌이 걸린 중병이다. 이번 전세 사기의 피해자는 대부분 도시에 몰려있는 청년들이다. 이 청년들은 어디서 온 청년들일까? 돈을 좇아 도시로 간 촌의 청년들이 어떻게든 살 집을 구하려다 피해를 본 것은 아닐까? 경기도 31개 시군의 소득순위와 청년 인구 비율을 비교해봤다. 놀라운 상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2년 경기도 사회조사의 월평균 가구 총소득 400만원 이상 소득 비율 하위 4개 시군은 28위 가평군, 29위 여주시, 30위 양평군, 31위 연천군이다. 경기도청 주요통계(2022.4분기)의 경기도 청년(19세 이상 34세 이하) 인구 비율의 하위 4개 시군을 보면 28위 연천군, 29위 여주시, 30위 가평군, 31위 양평군이다. 약간의 순위 변동은 있으나 4개 시군이 정확히 일치한다. 소득이 낮은 지역에 청년들도 적게 사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얘기다. 경제적으로 자립을 하려는 청년들이 돈벌이가 안되는 곳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1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1주년을 맞는 5월 10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대통령의 주관적인 평가를 제목으로 썼다. 넓게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긍정적인 33% 내외의 일부 국민 생각이다. 세 명 중 한 명 정도만 수긍한다는 말이다. 다음날인 11일자 5면에는 ‘2년차 국정은 속도 더 내서 변화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서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국정 기조에 맞지 않는 관료가 있다면 억지로 설득해서 데리고 갈 필요 없다고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알려졌다’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그래서 언론 보도에서 금기시하는 표현이다. 소문을 확인해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대통령실 취재원에게 사실을 확인해 ‘말했다’고 해야한다. 없어져야 할 관행이지만 우리 언론계에서는 이 같은 표현을 사실인 것으로 간주한다.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일 경우 더욱 그렇다.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돌아본 해설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기사 일색이었다. 미흡한 부분은 거대 야당 때문이었다는 대통령의 생각만을 그대로 전달했다. 사설도 외교는
제42회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우리는 조선왕조의 유교 유산인 성리학적 주류문화와 함께 역사적으로 교육열 DNA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강한 민족이며, 금융 분야 등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는 유태인들과 비견될 정도이다. 교사생활을 했던 박정희대통령은 재임시절 조국근대화의 핵심기제로 교육을 선택했다. 1968년 국회 만장일치로 통과된 국민교육헌장은“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해 어떻게, 어떤 가치로 교육할 것인가를 담아 교육 지표로 삼았다. 그 시절 초등학교를 다녔던 세대는 전문을 암송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추억을 하나둘씩 가지고 있다. 문민정부 수립 후 1994년 폐기되어 역사의 유물로 남았지만, 근대화의 주요 수단이 교육이었다는 방증으로 자리했다. 20세기 초 식민통치를 겪고, 연이어 6.25 내전을 치른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10위권 국가로 도약한 중심에도 교육이 있었다. 농촌에서 자산1호인 소를 팔아 학자금을 댔다고 해서 대학교 졸업장은 ‘우골탑’ 별칭까지 얻었다. 치맛바람, 사교육 열풍 등 교육은 늘 우리 삶에서 핵심 경쟁력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위기징후가 감지됨을 경기신문
오래 전 일이다. 강남 8학군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학부모 상담을 하고 나서 초등학교가 머지않은 시일 내에 보육기관으로 바뀔 것 같다고 했다. 그곳의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질 좋은 교육을 기대하지 않고 보육과 사회성 기르기만을 원한다고 했다. 필요한 교육적 부분들은 사교육에서 채우고 있으니, 그저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원만하게 지내면 족하다고 했다고. 상담의 내용들이 학교에서 교육은 필요 없고 보육이나 잘 해주면 장땡이라는 식이어서 친구가 상담 내내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친구가 말했던 게 다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초등학교가 보육기관이 될 것 같다는 예언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 되었다. 내년부터 초등학교는 아침부터 저녁 8시까지 12시간 아이를 데리고 있는 보육기관이 되었다. 공공기관 사업 특성상 한번 들어오기는 쉬워도 빼기는 어렵다. 특히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그렇다. 일단 시작되면 돌이키기 쉽지 않을 거다. 돌봄 교실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교사가 크게 반대할 이유는 없다. 새로운 사업도 아니고 이미 돌봄이 이루어지는 상태에서 마감이 몇 시간 연장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건 없다. 돌봄은 자리 잡은 사업이고 시간이 늘어나며 발생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