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동일한 사건을 다르게 해석하는 존재이다. 처해있는 상황이 제각기 다른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발생한 사건은 부풀리거나 축소되는 등 각색되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를 라쇼몽 효과라고 하는데 일본의 세계적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동명 영화에서 유래했다. 『라쇼몽』은 무사(사무라이) 부부가 산길을 가다 산적에게 붙잡혀 벌어진 일을 저마다 다르게 진술하는 단순한 영화다. 그러나 사실이 미궁에 빠져 인식에 어떤 까닭이 있어선 지를 묻는 심오한 영화이기도 하다. 산적은 당당하게 결투를 벌여 무사를 죽였다고 진술한다. 반면 무사 아내는 산적에게 겁탈 당한 자신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기 때문에 남편을 죽였다고 말한다, 죽임 당한 무사는 무당의 말을 통해 (수치심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한다. 무사의 죽음만이 팩트인 것이다. 라쇼몽은 팩트를 주관적으로 비트는 인간의 심리를 잘 포착해 낸 영화다. 하지만 우리는 라쇼몽을 비웃기라도 하듯 없는 사실을 마치 있는 것처럼 기정사실화하는 '팩트 가공' 시대에 살고 있다. 우스꽝스런 이 가공은 비이성 그 자체이지만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이 많아 가히 주술적이다.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는 팩
지난 12월 1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 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정보통신방송 소위원회에서 통과시킨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 개정안들을 소위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처럼, 전체 회의에서도 민주당이 다수결로 해당 안건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청한 것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6명으로 꾸려지고 제1당이 3명, 나머지는 “제1교섭 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3명으로 구성된다. 이는 이견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정하라는 안건조정위원회의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국회법 제57조의 2에는 “(안건조정)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하여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당 안건을 제58조 제1항에 따른 대체토론(대체토론)이 끝난 후 조정위원회에 회부한다”고 규정돼 있다. 안건조정위는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존재함을 명확히 하고있는 것이다. 이 조항은, 이견을 조정하는 과정에
귀여운 5살 남자아이가 진료실 진찰 침대에 누워있다. 추운 날씨지만 진료실 안은 따뜻하고 난방기가 빵빵하게 가동 중인데 아이는 마스크를 얼굴 가득히 덮어쓰고 누워 눈만 빼꼼히 내고 쳐다본다. 자 “혀를 메롱 할 때처럼 내밀어 보세요”.라고 마스크를 잠깐 내렸다. 설진(舌診; 혀의 색 등을 살피는 것으로 한의학의 진단법 중 하나이다.) 후 여긴 안전하니 “답답하면 마스크 벗어도 되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는 웬걸 놀란 눈으로 마스크를 다시 코 위 깊숙이 쓴다. 괜찮다고 해도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한다. 문득 이 아이가 어린이집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쯤 코로나 19가 시작되었다. 아이가 바라본 세상의 모든 사람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지켜야 할 필수 규칙에 마스크 잘 쓰기가 있었고 교육받으며 혹 벗었으면 지적을 받았겠다. 더 설명하려다가 아이가 혼란스러울까 봐 말을 거둔다. 하루 종일 쓰고 있느라 정말 답답했을 텐데. 어른으로써 좀 더 행동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남는다. 장기간의 마스크 착용이 아이들의 언어발달을 비롯한 신체적 정서적 발달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스쳐 지나간다. 마스크의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 여러 경로로 제기되었는데
홈쇼핑으로 충동구매한 후 물건 받아보고 반품한 경험들 있을 것이다. 대통령도 반품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반품이 가능하면 진보든 보수든 각 당들이 결사적으로 후보를 엄선할 것이다. 요즘 대한민국 정치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검찰 정치다.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의 내용이다.소득주도성장을 폐기했다. 탈원전정책을 폐기했다. 한미동맹을 재건했다. 지난 정부의 일은 다 없애고 정상화시켰다는 내용뿐이다. 중요한 건 100일간의 국정경험을 통하여 앞으로 5년간의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하는 국정 청사진이 없다는 점이다. 검사는 직업 특성상 과거 단죄에 익숙하다. 평생 범죄수사와 법적용을 고민하다가 국가미래를 설계하는 게 쉽지 않다. 검사와 정치인은 지향점이 과거와 미래로 다르다. 또 법치가 능사는 아니다. 법 집행자로서 법치를 지고의 가치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검사하면 된다. 검사 출신 홍준표 시장은 “11년간 검사하다가 정치권에 들어왔는데 그 곤조 빼는데 8년이 걸렸다”라고 말했다.범죄수사만을 하던 검사가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게 참 어렵다는 말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 말곤 해본 적이 없는 초보 정치인이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내용처럼(2022.8.16) 어쩌다 대통령…
지속 가능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지역 기반의 혁신, 안정, 전문 역량을 갖추고 사회혁신을 주도하는 인재양성과 사회적기업가정신의 소셜벤처 창업가 육성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함께하고 함께 성장하는 사회적경제 기업과 조직을 육성하여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기업가들이 지역사회의 균형성장의 주체자가 됨으로써 보다 나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지금까지 공공 주도의 사회적경제기업 육성정책이 추진되어 오면서 사회적경제 조직의 수, 매출 규모, 진출 분야, 수익모델에서의 다양성 증대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 친화적 생태계가 조성되어 왔다. 양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이지만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와 공헌의 가시화가 필요하며 사회적경제조직 네트워크 활성화, 사회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통합지원체계 마련과 민·관·산·학 거버넌스 구축 또한 필요하다. 다가오는 ‘23년도의 사회적경제는 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주도의 성장기반 마련과 역량 제고로 지역공동체 경제 확대 및 자생력 확보가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공공지원 기반과 민간주도의 내용을 담은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반드시 제정되기 바란다. ’22년 6월 1일 경기도청 모든 부서와 경기도의회가 광교 신
조선시대 사색당파를 적폐로만 보는 시각은 ‘식민사관’의 악영향이라는 주장이 있어요. 선조에서 영조까지 180년간의 당파 간 논의를 정리한 이건창의 ‘당의통략(黨議通略)’엔 순수하게 당쟁에 연루되어 죽은 사람은 79명뿐이라고 적고도 있죠. 그러나 걸핏하면 상대 당파 유력자의 죄목을 들어 “목을 끊어야 한다”고 악악대는 조선왕조실록 기록은 참으로 짜증 나는 장면들이죠.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안을 놓고 잡음이 커지고 있네요. 현재 9명(MBC)·11명(KBS)인 공영방송 이사회를 21인 규모의 운영위원회로 개편하고, 100명 정수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한 대목이 눈에 띄네요. 얼핏 보기에는 그럴듯해요. 그런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임명 제청할 후보를 최종결정하는 운영위원회 구성에 분식(粉飾) 술수를 교묘히 감추어뒀군요. 지난 정권 5년 동안 꼭 해야 할 ‘방송개혁’은 안 하고 독점구조를 실컷 즐긴 민주당 아닌가요? 그러더니 야당이 되자마자 부랴사랴 흑심 가득한 개정안을 쏙 내밀어 상임위에서 단독 통과시키다니, 이건 그저 또 하나의 속 보이는 내로남불 행각일 뿐이에요. ‘공영방송 지
12월 2일 밤, 월드컵에서 대한민국대표팀이 포르투갈과 맞붙는 시간을 앞두고 저녁반주에 얼콰해진 나는 고민했다. 축구를 볼 것인가? 잘 것인가? 당일로 예정된 철도노조의 파업은 잠정합의가 나와 철회되었다. 고로 내일 새벽 예정된 기관차승무를 위해 출근해야 한다. 잘 시간도 문제지만 더 큰 고민은 지금껏 대한민국 축구가 중요한 경기에서 내가 중계를 지켜볼 때 이겨본 기억이 거의 없다는 것. 축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끊기 힘든 응원유혹이지만 차라리 안보는게 우국충정이니 이 징크스를 익히 아는 지인은 술먹고 일찍 자란다. 그래,. 애국하는 심정으로 잤다. 현실은 늘 드라마보다 극적이라더니 새벽에 일어나서 “내가 대한민국을 또 한번 구한게야”라는 뿌듯함을 얻었다. 그날 새벽부터 지금까지 뉴스는 태반을 붉은악마들의 기적이 차지했다. 마치 월드컵경기 없을 때 우리가 어떻게 살아냈나 싶을만치. “그래, 월드컵이니깐..”하면서도 지나친 들뜸을 스스로 경계하게 되는 것은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미안함 때문이다. 솔직히 파업철회 소식에 내 가슴은 물먹은 솜마냥 무거웠다. 파업현장에 고립된 채 홀로 십자포화를 견뎌야 할 화물연대조합원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추가 업무개시
가을은 진홍빛 와인 색깔로 다가온다고 한다. 하지만 가을도 깊어지면 첫눈을 기다리게 된다. 첫눈은 첫사랑의 가슴 같은 설렘과 그리움의 해갈 같은 기쁨을 안고 온다. 산중에 살다 간 법정은 1 미터 가까이 쌓인 눈을 헤치고 나가기에 엄두가 나지 않고 들짐승들도 얼씬하지 않을 때는 ‘글은 곧 사람이란 말이 있지만 글씨 또한 그 사람을 드러낸다.’는 마음으로 다산(茶山) 선생의 복사된 글씨를 압핀으로 빈 벽에 붙여 놓고 보면 방안이 한결 고풍스런 품격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흰 눈이 펄펄 내리면 종남산 아래 눈 덮인 들길을 걸어 산속 어느 집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 그런데 요즘 우리들 삶의 주변과 국가의 역사적 참사를 보면 한가한 이야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시인이란 누군가의 아픔을 대신 앓아 주는 환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평소에 말해왔듯 ‘문학은 종교나 정치가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근래의 역사적 큰 참사요 불행한 사건을 생각해본다면 정말 이래도 되는가 싶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건은 버스와 승용차가 다리 아래로 추락하여 그 안에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의 위원장 임기가 12월 9일 종료되고 정부는 새로운 위원장 후보로 극우적 인사로 지명했다. 진화위는 과거 국가폭력으로 억울한 피해를 본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국가의 손·배상과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목적을 가지고 출범한 단체이다. 이를 위해 진화위는 항일독립운동, 해외동포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권위주의 통치 시에 일어났던 다양한 인권침해,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등을 조사하고 진실을 밝히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설립된 독립적인 조사기관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성립된 신생 국가들 대부분이 수많은 국가폭력과 인권탄압에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켰다. 우리나라 역시 그 피해사례로 따지면 만만치 않다. 해방 이후 냉전과 분단 그리고 이념대립으로 그리고 군부독재와 권위주의 정권 시대를 거치면서 국가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우리의 진화위와 비슷한 기구로 대표적인 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위원회’이다. 300년 동안 흑백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실시한 남아공의 국가폭력은 세계적으로도 악명이 높았다. 그러나 1994년 국민투표로 집권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아픈 과
모래 커피를 제대로 내려주는 곳이 홍대 근처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에 들여온 모래 커피의 맛은 어떨까. 모래 커피의 나라, 튀르키예에서 직접 맛본 것은 텁텁하고 달아서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모래 커피를 내리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커피를 주문 받은 주인은 주문대 옆의 테이블에서 퍼포먼스를 벌인다. 300-400도로 달궈진 모래 위, 체즈베(Cezve)라는 커피 추출용 주전자를 이리저리 옮기며 데운 끝에 달걀 크기 잔에 커피를 담아내준다. 다 마신 후에는 커피점 치는 것을 도와준다. 튀르키예 미신인데 과정도 내용도 사랑스럽다. 커피 마신 잔을 엎어서 돌린 후, 잔 속에 남은 무늬를 보고 예언을 한다. 예를 들면 강아지 모양이 나오면 인기가 많아지고, 물고기 모양이 나오면 일자리를 얻거나 돈이 들어오고, 하트 모양이 나오면 사랑을 이루거나 결혼 하게 된다는 식이다. 그런데 커피는, 튀르키예인의 사랑과 결혼 과정에서 관례로도 오랫동안 뿌리내렸다. 이슬람 문화권이라 자유연애가 쉽지 않았던 과거, 튀르키예에서는 신랑 어머니들이 며느리감을 찾아다녔다. 청혼 받은 신부는 상견례 때 커피를 내오는데, 커피 타는 실력으로 요리 솜씨를 짐작했다. 그 과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