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의 인권 말살 수사 속에 진행된 지난 21대 총선이었다. 압승 결과에도 불구하고 개혁은커녕 이를 수행했어야 할 민주당은 2년 후 치러진 올해 대선에서 정권을 야당에 넘겨주었고, 참담한 지선 성적표마저 받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지난 2년의 몰락을 성찰하기보다는 곧 있을 전당대회의 당권 싸움으로 여전히 소란스럽다. 한편, 대표적 진보 정당으로 여겨졌던 정의당은 궤멸이라 부를 정도의 초라한 성적과 함께 정당 존립 위기마저 거론될 정도로 그 존재감은 사라졌다. 하지만 각 당의 선거 패인 분석은 국민 눈에서는 너무도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엉뚱한 원인을 거론한다. 대표적으로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추진해서, 정의당이 조국사태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민주당이 21대 총선의 높은 지지 이후 신속한 개혁 완수에 이어 국민 눈높이 정책을 실시했고, 대선을 맞이해 보기 좋은 경선을 치렀어도 정권이 교체 되었을까?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개혁 열망에 부응은커녕, 당 강령에 개혁이란 단어가 있는 정당으로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검찰, 언론, 재벌 개혁 등 그 무엇 하나 제대로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 21대 총선부터 무너진 정의당이 대표적 정책
대일배상 요구, 그 시작과 역전 1947년 8월, 남조선 과도정부는 “대일배상요구 조건 조사위원회”를 조직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일(對日) 강화조약(講和條約) 샌프란시스코 회의에 이 문제를 정식 제기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조사위원회는 해방 당시 일본이 다급하게 남발한 조선 은행권 45억원의 발행보증으로 남긴 공채보상과 반출한 금괴반환 등을 요구하면서 민간피해에 대한 내용도 다음과 같이 그 피해목록을 정리했다. 항목당 자세한 내용이 있으나 일단 제목만 거론해보겠다. 이는 당시 조선은행 업무차장이었고 훗날 한일교섭 과정에서 재산청구 위원회 대표가 된 이상덕의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 “(1) 약탈에 의한 손해 (2) 강제동원된 전쟁의 결과로 받은 손해 (3) 학대 강탈에 의한 손해”로서 이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피해를 목록화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요구의 논리는 “징벌적 보복조처로서의 부과가 아니라 희생과 피해 회복을 위한 공정한 권리의 이성적 의무 이행”이었다. 이보다 앞서 1945년 11월, 미국의 트루만 대통령은 대일배상사절단 단장 폴리(Edwin E. Pauley)를 동경에 파견했고 그 다음 해인 1946년 남한에도 보내 상황진단을 지시했다. 이
세상은 늘 한 번에 망가지지 않는다. 서서히 붕괴한다. 그건 마치 박찬욱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주인공 형사 해준(박해일)이 서래라는 이름의 조선족 여인(탕웨이) 때문에 붕괴하는 것과 같다. 붕괴는 물리적인 파괴보다 해준처럼 참담함이라는 정서적 공습으로 다가선다. 붕괴는 간조(干潮)가 끝나고 밀물이 차오를 때 마냥 서서히 스며든다. 지금 우리 사회가 딱 그렇다. 예컨대 1. 이전 정부 때까지 정권의 핵심 공간이었던 청와대를 지금의 정부는 베르사유 궁전처럼 바꿔 관광 장소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이미 그곳을 버린 자들이지만 공적인 공간을 자기들 멋대로 바꾸겠다고 하는 것이 일단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적어도 공청회 같은 것, 여론을 모으는 척 같은 것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좋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게 누구 발상이고 누구 아이디어인지, 생각한다는 것이 기껏 베르사유라니, 그 상상력에 코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물론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은 18세기 후반 프랑스 왕정 시대의 가장 화려했던 면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그래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아직 이어지고 있지만, 그건 이 공간이야말로 이중의 역사적 가치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진정되는듯한 코로나가 다시금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1주일 사이에 두 배로 뛴다는 더블링이 이어져 전문가들은 8월에는 3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의 재확산은 이미 세계적 현상이 되어 각국은 모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인 오미크론(BA.5)에 이어 더욱 강력하다는 켄타우로스(BA.2.75)까지 거듭되는 변이의 발생으로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서구의 학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종결시키는 방안으로 4가지 정도의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첫째가 가장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부터 배려해야 한다는 존 롤스의 정의론적 관점이고 둘째는 최대 다수가 혜택을 봐야 하므로 먼저 완쾌가 빠른 젊은 층에 집중해서 방역과 치료를 해야 한다는 공리주의적 관점. 셋째는 개인의 생명까지도 자유이므로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로버트 노직의 자유방임주의.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마이클 샌델의 공동체주의가 그것이다. 정답은 단연코 4번째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이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고 세계 최다의 확진자국가가 된 것은 전적으로 자유방임주의적 마인드와 정책 덕분이었다. 한국은 지난달 말 블룸버그에서 선정한 코로나19
# 4년 전인 2018년 6월 30일 광화문에서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난민 수용 반대 측은 “누구를 위한 나라입니까! 자국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라고 외쳤다. 이 집회에는 경찰 추산 700여명이 모였다. 난민 수용 찬성 집회는 70여명이 모여 “정부는 예멘 난민 보호 입장을 뚜렷이 하라”고 촉구했다.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와대 입법 청원은 한 달 만에 70만명을 돌파했었다. 당시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예멘 난민 수용 찬성은 39%에 그쳤다. 반대는 49%였다. 반대여론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지지자, 여성, 20대와 노년층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인권적으로 비춰졌다. # 통일부가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시절 발생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진 10장을 공개했다. 13일자 조선일보는 1면에 “자해하며 발버둥쳤지만···귀순어민 北으로 끌고가”라는 제목의 기사와 사진 한 장을 실었다. “엉덩이를 최대한 뒤로 빼며 몸부림 치고 있다”는 사진 설명이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5면에서도 “눈가리고 손묶고···저항하면 경찰특공대가 제압”이라 제목의 기사와 함께 사진 3장을 더 실었다. “귀순어민은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들에게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2030년에는 전체 상장사로 확대된다. ESG란 재무적 지표를 넘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경영의 주요 지표로 실현하고자 하는 미래지향적 경영방식이다. E는 청정기술, 탄소제로, 스마트성장 등을 S는 고용 다양화, 공정거래, 상생협력 등을 G는 주주가치 제고, 공정 공시, 회계 투명성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미 선진기업들은 기업의 경영에 ESG요소를 중요 지표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2007년부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0년 환경보고서에서 50억 달러의 투자를 통해 그린에너지를 자체 확보, 탄소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도 2020년부터 ESG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탄소배출이 없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실현방안을 제시했다. 기업이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매출, 영업이익 등의 재무적 관점을 넘어서 환경보호와 탄소제로, 동반성장, 투명한 의사결정 등 비재무적 요소를 경영의 주요 영역으로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자연환경이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MZ 세대를…
대우조선해양 하청 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를 두고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우려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지만, 이 말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을 의미하는지, 언론이 제대로 알고 보도하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언론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라고 말한 윤석열 대통령의 말과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는 여당 대표의 말을 옮겨 적으면서, 공권력을 동원하겠다는 의미인지 아닌지 파악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희생은 최대한 막아야 하지만 무력 충돌로 발생하는 상황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뉴스임은 분명해서 그 시기가 언제인가에 좀 더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언론은 노동쟁의 관련 보도에 소극적이다. 대우조선 하청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건 6월 2일이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대표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불법행위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6월 21일 열기 전까지만 해도 대우조선 하청 노조의 파업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음날인 22일 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가로‧세로‧높이 1미터의 철구조물에 스스로를 가뒀다. 쪼그려 앉은 유 부지회장은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손팻말을 움켜쥐고 비좁은 철창 사이로 얼굴을
집권 2개월 만에 지지율이 이렇게 거덜 난 대통령이 있었나. 그를 위해서도 나라를 생각해도 안타까운 일이다. 일각에선 지지율이 더 추락하면 탄핵이 일어날 거라지만, 친위 쿠데타라면 모를까, 세계 어디에도 지지율이 바닥을 긴다고 탄핵당한 지도자는 없었다. 21세기 들어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5%로 떨어졌고, 결국 탄핵당했지만, 그것은 브라질 정치의 후진성과 부패가 빚은 코미디였지, 지지율 문제라고 단언할 수 없다. 국민이 뽑았으니 국민이 퇴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지도자가 내우외환의 범죄를 저질렀을 때 한정이다. 지지율이 아무리 낮아도 그것만 가지고 탄핵이 통과될 리 없다. 역대 대통령은 상반되는 두 가지 이미지로 대중에게 나타난다. 이승만은 국부와 독재자, 박정희는 경제 발전과 독재자, 김영삼은 하나회 척결과 IMF 위기, 박근혜는 공주와 최순실 등이다. 이제 겨우 2개월이 지났을 뿐이지만, 이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어떨까. 무능과 김건희로 요약할 수 있다. 윤석열은 김건희로 흥했고, 그로 인해 몰락할 것이다. 예언이랄 것도 없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윤석열의 오랜 지인들이 지키는 룰이 김건희 언급 금지라고 한다. 대선을 돕던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7월이 지나간다. 장마전선이 끝난 것은 아니고 비구름에 태풍까지, 멋대로 상륙하고 북상하면서 한반도를 지날 것이다. 태양이 작열하는 시간, 잠시 TV이나 전화기는 꺼놓고 물안개 오르는 곳을 찾아가 보자. 오물 찌꺼기가 밀려간 작은 냇가는 산속 계곡의 물처럼 맑고 새소리는 또렷하다. 옥수수는 우쩍 자라 이삭이 패었고 나뭇잎은 푸르다. 해질녘 된장 넣은 통발을 논이나 강가에 놓고 아침에 나가면 작은 물고기들이 오글거린다. 이것들을 새치네라고 하든지, 세치네라고 하든지 세치밖에 안되는 것이 팔딱이는 힘이 하도 세서 복날 더위를 가셔 줄 여름 보양식으로 지금이 적기다. 소금에 박박 문질러 씻어 호박이나 풋고추, 깻잎을 넣어 끓이면 세치혀의 입맛을 살린다. 새치네를 모르는 곳도 있고, 이것 저것 섞어서 끓인 것을 새치네 탕이라고도 하니 맛대로 멋대로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삼복에 이것을 먹었다. 그냥 퉁쳐서 어죽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천렵이라고도 한다. 여럿이 강 위쪽부터 아래쪽까지 뛰어다니며 물고기 몰이를 해서 잡는다. 강변에 가마를 걸고 장작불을 피워놓고 잡은 물고기를 손질해 가마 가득 끓여 놓고 늘어지게 하루를 즐긴다. 기타를 잘…
손흥민은 불세출의 축구 영웅이다. 공을 간결하게 다루지만 엄청난 내공에서 비롯한다는 걸 축구 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는 결과로 입증되었다. 지난 시즌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들이 모여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득점왕에 오른 것이다. 게다가 늘 해맑게 웃으면서 주변을 챙기는 그의 모습이 더해져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진정한 스포츠 영웅이 갖춰야할 모든 것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그를 길러 낸 아버지 손웅정 씨에 대해서는 억척 아버지 아니면 전근대적 스파르타 식 지도자 정도의 평가만 있다. 그런데 최근 그의 발언은 우리의 편견을 여지없이 깬다. 그는 춘천에 손흥민 거리를 만들자는 강원도 신경호 교육감의 제안에 "(축구를 마치면 손흥민은) 평범한 시민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어느 한 분야에서 업적이 있으면 사회의 영웅화 작업에 쌍수 들고 동조하는 풍조와 너무 다른 모습이다. 이 한마디 발언은 손 씨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동시에 그가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라는 걸 알게 해준다. 그는 성공이나 명예나 물질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고 웅변한다. 사회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가치에 균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