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대로 하락했다. 조중동은 사설로 ‘인사, 검찰, 대통령 발언, 김건희’를 원인으로 지적했다(미디어오늘, 7.13자). 지지율 회복을 위해 여권은 ‘서해 공무원 피살’ ‘어민 북송’이라는 ‘신북풍 몰이’를 전략으로 삼은 듯하다. 하지만 매카시즘(초보수적인 반공주의)에 불과하다. ‘해묵은’ 전술이다. 어떻게 해야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을까?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된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의 나토회의 참석 후 ‘두문불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대통령 이미지(President Identification)’도 관리를 해야 한다. ‘인사’, ‘검찰’은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대단한 사건도 아닌 대통령의 발언, 혹은 복장 등이 대단한 문제가 되어버린 형국이다. 하지만 도어스테핑 중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 “(지지율) 의미 없다. 신경 안 쓴다”는 발언은 대다수의 사람이 ‘틀렸다’고 봤다. 그것은 상식이다. 국민과 언론이 두렵지 않다는 뉘앙스가 풍겼다. 대통령의 발언은 영향력도 영향력이지만, 국민적 관심거리다. 대통령 발언의 중차대함을 간과한 과실(過失)이 아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아베 총살과 관련해 우리나라 안중근 장군의 이등박문 총살(1909년)을 언급한 것을 두고 국내 일각(一角)에서 ‘말’이 일고 있다. ‘이토(이등박문)를 처벌한 것은 독립운동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WSJ가 말하듯 ‘정치폭력 역사’에 해당하지 않으니, 미국인들의 역사인식 부재(不在)가 드러났다는 얘기다. 먼저 명확히 할 것이 있다. 안중근 장군의 이토 총격은 (충무공 이순신 제독의 그것처럼) 한일(韓日) 간 전쟁에서의 전투행위다. ‘독립운동’을 넘어서는 뜻이다. 우리 임시정부 김구 주석 등과의 협의를 거친 작전을 수행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침략 두목을 처벌한 하얼빈 역의 총격은 당연하다. 또 당당하다. 그게 그거 아녀? 할 이 있을까? 우리나라를 남한(South Korea)으로 부르는 것과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으로 부르는 것의 차이보다 훨씬 큰 의미의 차이가 있다. 미국(언론)의 ‘정치폭력’ 시각(視角)도, 국내 일각의 ‘독립을 위한 민간운동(캠페인)’ 시각도 교정(矯正)되거나 조정(調整)되어야 마땅하다. 다만 처절한 전쟁이었다. 흔히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할 때) 했듯, 뒤통수를 몰래 봐버리
나는 숙박형 체험학습 반대론자에 가깝다. 반대하는 이유가 대단히 많은데 가장 크게 작용한 게 어린 시절 겪었던 수학여행이 지옥의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낮까지는 평범한 체험학습인데 저녁이 되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탈이 벌어졌다. 누군가는 술을 텀블러에 담아서 오고, 다른 누군가는 캐리어 숨은 공간에 소주를 넣어왔다. 밤이 되면 온갖 일탈이 벌어졌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 숙취에 절여진 채 전세 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다. 가장 끔찍했던 체험학습의 한 장면은 중학교 수학여행 첫째날 밤에 친구가 만취해서 똑같이 만취해서 복도를 돌아다니던 교사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던 모습이다. 아무리 소지품 검사를 해도 무언가를 귀신같이 숨겨오는 아이들을 다 잡아낼 수 없었다. 나도 우리 방 분위기에 휩쓸려서 일탈을 함께 저질렀고 인생의 커다란 흑역사로 남았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을 경험한 셈이다. 수학여행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도 야간에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교사가 다 막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닫힌 문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교사는 알 수 없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몹시 부담스럽다. 교사들이 밤마다 순찰을 돌며 아이들을 재워도
1. 봉준호 감독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게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해서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 등 히트작을 찍었다. 드디어 2020년 ‘기생충’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아카데미 4개 부문 영화상을 휩쓸었다. 1969년 9월생이니 50대 초반이다. 그런데도 이미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옥자(2017)’가 있다. 한국 영화 최초로 OTT 채널 넷플릭스에서 전액 투자를 받은 작품이다. 식용육 생산을 둘러싼 글로벌 자본의 일그러진 탐욕을 그린 영화다. 여기서 옥자는 ‘미란도’라는 다국적 식품회사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슈퍼돼지의 이름.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고 사료도 적게 먹고 배설물도 적게 싸는” 완벽한 돼지다.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가 한 식구처럼 기른 옥자는 뉴욕으로 강제 이송되어 씨받이가 된다. 그리고 갈갈이 몸이 찢겨 가공식품이 될 위기에 처한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식품회사 CEO 미란도가 (영화 속 광고에서) 소비자에게 던지는 다음의 메시지다, “저희 회사 변혁연구소와 미란도 동물복지센터에서 혁신적인 비밀연구를…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산업전쟁 임을 증명하고 있다. 푸틴은 ‘특별경제조치’에 들어갔다. 기업들은 러시아군에 물자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정부가 기업 직원들의 야근과 휴일 근무도 강제할 수 있다. 사실상 전시경제체제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선언하고 실행중인 서방의 실상은 어떤가? 그간 서방은 방위산업체의 생산 능력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에 따른 효과도 희생했다. 미래 전쟁 양상을 잘못 예측하여 대규모 전쟁을 수행할 만한 산업적 능력을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면, 산업적 기반이 튼튼한 국가가 승자가 된다. 유럽국가들은 탄약 등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제조능력을 갖추거나, 기존 산업체 중에서 신속하게 군수산업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가져야 하지만, 불행히도 그 어느 것도 준비 되어 있지 않다. 미국 역시 포탄 비축량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2020년 대포를 위한 탄약 구매를 36%를 줄여 4억 2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2022년에는 155mm 대포 구매를 1억7400만 달러로 줄였다. 요약하면 미국의 매년 대포생산 능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요되는 량의 10일치에서 기껏해
공공기관이나 민간 단체 혹은 기업에서 주최하는 사전제작지원 공모사업에는 적게는 수백 편, 많게는 수천 편의 영화 시나리오들이 쏟아져 들어 온다. 제작 지원금의 규모는 실로 다양한데 단편의 경우에는 수백만원이나 천만원 짜리가 있고 장편의 경우는 1억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작품들이 너무 많다 보니 늘 문제는 심사를 하는 것이다. 심사 의뢰를 받고 자료들을 열람하면 항상 입부터 벌어진다. 이걸 다 언제 보나 싶어서이다. 응모 작품이 많다는 것은 두 가지이다. 영화를 만들겠다, 영화를 업으로 삼겠다, 영화에 일생을 걸겠다는 사람들이 많고,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며 감독의 길이 됐든 시나리오 작가의 길이 됐든 영화계 안으로 들어 오는 등용의 문이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영화 인력의 공급이 많다 보니 나눠 써야 하는 물적 토대는 점점 좁아지거나 할당량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그래도 그나마 이런 저런 기관과 기업에서 자금을 투여해서 모자란 제작 자금을 채워 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년 전만 해도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일이었으며 그만큼 한국의 영화 인더스트리가 선진화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사 과정은 백퍼센트 장담할 수 있는 바,
귀는 소리가 고이는 저수지 그대와 한 번 본 파도가 귀에 산다
내 취향 음악 좀 찾아주세요. 평소 A, B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데 내 취향의 음악이 더 없을까요? 온라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문이다. 답변으로는 제시된 음악을 분석해 일정한 카테고리에 집어넣고, 그와 유사한 음악을 추천하는 글이 달린다. 취존(취향 존중), 개취(개인 취향)라는 줄임말이 흔히 사용될 정도로 취향은 이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다. 취향에만 맞는다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품도 과감한 펀딩을 통해 구매하고, 해시태그를 이용해 취향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태그니티(TAGnity, TAG+Community)를 형성한다. 숨겨졌던 당신의 취향을 찾아주겠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다양한 취향이 점점 더 세분화되는 요즘, 좋고 싫음은 분명하지만 취향에 맞는 것들을 찾아 나설 시간도 열정도 없는 사람들은 SNS(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에 의탁한다. AI가 한 사람이 올린 사진과 글, 대화 등의 라이프로그를 끊임없이 분석해 ‘당신의 취향엔 이것’이라며 새로운 것을 제시하면 그 사람은 분석된 결과물의 호불호만 분류하면 된다. 취향의 시대는 여행에도 스며들었다. 여행을 자주 할 수 없던 시절 여행은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보는 관광 목적이 많았지만, 여행이…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를 통해 2010년부터 12년간 지속된 진보교육감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진보*보수교육감 경쟁시대가 열렸다. 진보교육감 9인과 보수교육감 8인이 팽팽하게 경쟁하는 보혁 대결시대에서 어느 진영이 시대의 과제를 풀어주며 국민의 마음을 얻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민주당 5, 국힘 12로 보수가 휩쓴 시도지사 선거결과에 비하면 시도교육감 선거결과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서울과 인천, 경남과 울산, 충남과 세종 등 6개 지역에선 국힘당 시도지사가 당선되었음에도 현직 진보교육감이 재선이나 3선에 성공했다. 아직 진보교육감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살아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진보교육감에서 보수교육감으로 교체된 지역은 경기, 부산, 충북, 강원, 제주 등 다섯 곳이다. 무엇보다 진보후보와 보수후보가 1대1로 붙은 경기도와 부산에서 진보후보가 진 것이 뼈아픈 패배다. 5개 교체지역 중 부산과 충북, 강원은 시도지사가 국힘당으로 넘어가며 교육감도 보수성향으로 바뀐 경우다. 반면 경기와 제주는 민주당후보가 도지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성향 교육감이 나온 경우다. 결과적으로 17개 시도지역 중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의 정치성향이 다른 곳이 서울, 인천, 울산
과거 흑사병 등 팬데믹이 지나간 뒤에 사회는 평등해졌다. 노동력의 부족으로 임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의 후과는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되는 양상으로 귀결되고 있다. 의학 기술의 발달과 양적 완화 때문이다. 첨단 의학 기술이 사망자를 최소화한 것은 인류가 이룬 또 하나의 성과이지만, 중앙은행이 초 저금리 하에서 경기부양을 위하여 돈을 푸는 양적 완화(Quantative Easing)의 효과는 긍정·부정의 이중성을 띠고 있다. 무제한 화폐 발행을 가능하게 하는 현재의 화폐제도는 21세기에 들어와 경제위기 극복의 만능보검으로서 양적 완화를 탄생시켰다. 일본은 1990년대 자산 버블과 고령화로 인한 디플레이션 대책으로서 제로 금리 정책이 효과가 없자, 2001년 중앙은행이 발권을 통해 국공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극약 처방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방식은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시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의하여 일반화되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하자 미국을 필두로 각국 정부는 초거대 규모의 양적 완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자산시장에 버블을 초래하였고, 사회는 일확천금의 환상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